인터뷰 - 과학고 & 과학영재학교 입시 로드맵 그리기
이공계 적성 보이면 초등 5학년 때부터는 시작해야
최근 정부의 영재교육 확대 정책이 알려지면서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서울과학영재학교의 올해 경쟁률은 16.9대1. 120명 모집에 2025명이 지원했다. 가히 ‘폭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수치다. 여기에 12월에 치러지는 서울지역 과학고의 경쟁률도 영재교육에 대한 기대 심리를 타고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생의 자질과 개성은 고려하지 않고 일단 교육부터 시키고 보자는 학부모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학부모들은 아이의 자질이나 개성은 합격한 후에 고려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그리 쉬운 곳인가.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몇 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닌가. ‘안되면 말고’식의 준비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로드맵을 그려야 할까. 올림피아드학원 영재센터 조대호 실장으로부터 그 비법을 들어보자.
Q. 서울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되면서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 같다.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는 어떻게 다른가?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는 과학인재를 키운다는 의미에서는 비슷하지만 학교 운영 방법 등을 살펴보면 많은 차이가 있는 학교들이다.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묶여 학생선발이나 교육과정 등에 제한이 많은 반면에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학교로 학교의 자율권이 많이 보장돼 있다. 신입생 선발의 경우 과학고는 해당 시도 거주 학생만 지원할 수 있지만 영재학교는 전국 단위에서 모집이 가능하다. 전체적인 교육 여건도 과학고보다는 과학영재학교가 좋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9개의 과학고와 2곳의 영재학교가 있습니다. 영재학교 2곳은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서울에 있는 서울과학영재학교이다. 올해의 경우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44명을 선발했고, 서울과학영재학교는 120명을 선발했다.
Q.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A. 보통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내신성적, 올림피아드 수상실적, 영재교육원 수료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것들은 기본적인 사항이고요. 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고 구술고사와 과학영재학교 지필고사를 통과하기 위해서 상당한 수준의 선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통 수학과 과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선행과 심화가 필수죠. 과학고 구술고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등 심화와 수학Ⅰ, 물리·화학·생물·지학Ⅰ 정도의 선행이, 영재학교 지필고사는 조금 더 어려워서 KMO 2차 이상, 물리·화학·생물Ⅱ 정도의 선행이 필요하다.
Q. 요즘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는지?
A. 시작하는 시기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능력이나 강사의 수준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과학영재학교는 과학고보다 더 많은 선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게 보편적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때 시작한다고 해서 바로 경시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중등 과정의 선행이나 심화 과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격적인 준비는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전에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면서 자신이 도전할 올림피아드 과목을 선정해야한다. 그리고 1학년 겨울방학 전에는 수학과 자신의 성향에 맞는 과학 2과목 정도를 선정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시작해야하고요. 올림피아드 시험은 2학년과 3학년을 거치면서 치르면 되고.
Q. 주변을 보면 외고를 준비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적성을 깨닫고 과학고로 방향을 전환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중3 정도에 방향을 전환하는 학생들도 성공할 수 있을까?
A. 작년까지만 해도 중3 때 방향을 전환해서 입시를 치른 학생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합격한 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서울지역 과학고 입시가 크게 변해서 3학년 때 준비해서 합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서울지역 과학고 입시에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이 포함되는 변수가 생긴 것이죠. 3학년 1학기 성적까지 반영되던 지난해까지는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과학고 입시 준비에 올인 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기말고사를 준비해야하니까.
개인의 역량의 문제겠지만 최소한 2학년 때는 방향을 전환해야 효과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
Q. 과학고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필요한가?
A.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은 과학고 입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이다. 과학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니까.
특별전형에 지원하려면 금상은 받아야 가능성이 있다. 일반전형에서는 가산점으로 사용되는데 수상실적이 없으면 많이 불리하다고 봐야한다.
Q.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무작정 준비를 시키고 보자는 학부모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학생의 적성 등에 상관없이 과학고 준비를 시켜도 도움이 될까?
A.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 준비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씩 전력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시켜보다가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도전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간혹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적성과 상관없이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은 입학 후에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과학고에 들어가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학부모님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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