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입시, 즐거움도 괴로움도 이제는 그리운 ‘추억’
수험생 모두 힘내세요!
“부모님이 수험생에게 가장 큰 힘”
누구에게나 대학 입시에 대한 한 두 가지 에피소드는 있다.
답을 하나씩 미뤄 써서 시험을 망치거나, 갑자기 찍신이 내려 평소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고 꿈꾸던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야 괴롭고 기쁘고 인생이 완전히 결정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대학 입시에 실패해도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는 인생에서 만나는 첫 ‘큰 관문’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역시 ‘부모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부모님, 가족들이 힘이 되어 줄 때다.
부산내일신문에서는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긴장을 풀고 힘내라는 의미에서 선배들이 말하는 ‘대학입시, 그날의 추억’에 대해 들어보았다.
<수능시험 전>
책이 바닥에 ‘붙었다’고 말했던 그때
입시가 가까워지면 고3 교실이 살벌해진다. 모두 불안하고 민감한지라 서로가 조심스럽다.
책을 떨어뜨리면 “책이 떨어졌네”가 아닌 “바닥에 붙었네”라고 표현해야 하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노래를 부른다든지 등 점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친구들도 보인다.
입시를 일주일 앞둔 야간 자습시간. 김진숙(40·연산동)씨는 그날따라 수학이 제대로 풀리지도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머리가 너무 나쁜 것 같애. 평소에 더 열심히 공부할 걸…’ 별별 생각에 설움이 북받쳤다.
급기야 엉엉 소리 내며 울기 시작했고 친구들도 한둘씩 훌쩍이기 시작하더니 아예 학급이 단체로 통곡하게 되었다.
놀라서 달려온 선생님도 눈물을 흘렸고 옆 반 까지 번져 학교전체가 밤늦은 시간 울음소리로 가득했던 그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수능시험 당일>
뒷좌석에서 갑자기 쏟아진 날벼락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던 김혜영(33·대연동)씨는 수능날 아침 두꺼운 겉옷을 챙겨 입고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입시장으로 갔다.
1교시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났을까? 이게 웬 날벼락인가. 김씨 뒷좌석 학생이 난데없이 토하는 바람에 김씨의 등짝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더러운 것은 참더라도 냄새 때문에 그대로 입고 시험을 치룰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겉옷을 과감하게 벗었다. 하루종일 떨며 입시 추위를 뼈아프게 실감했던 김씨. 그래도 그 정신으로 지금까지 다부지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
응원하러 나왔던 선생님, “아니, 누구세요?”
이승윤(28·민락동)씨는 고3 시절 내내 담임 선생님을 사모했다.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실력을 인정받아 고3담임이 되었고, 학생들에게 누나처럼 언제나 다정했던 그녀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탁월한 미모.
수능 당일 새벽,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온다고 약속했던 담임 선생님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먼저 학생들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 “아니, 누구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새벽에 나오느라 화장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그녀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대학에 가도 선생님을 찾아오겠노라 다짐했던 이씨지만 입학 후 바쁘다는 핑계로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고.
내게 힘을 준 어머니의 도시락 & 기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박주영(36·중동)씨는 가끔 큰 아이의 현장학습 날 도시락을 싸다 보면 대학 입시 날이 생각난다.
오전 시험을 치는데 왜 그리 속은 불편했던지. 점심 밥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도시락 뚜껑을 연 순간 박씨의 가슴이 뭉클했다. 명절도 아닌데 박씨가 좋아하는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김치가 그림처럼 담겨 있었다.
어머니께서 꼭두새벽에 만드신 나물들에 박씨는 밥 한 톨 남기지 않았고, 힘이 솟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해마다 시험 때만 되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는 정미화(좌동·34)씨. 시험을 치던 그날, 날이 채 밝기도 전 고사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는 말없이 딸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셨다.
창가가 자리인 정 씨는 시험 도중 우연히 내려다 본 운동장 한 구석에서 어머니 모습이 들어왔다. 시간이 꽤 흘려 어머니들이 거의 다 돌아간 시간임에도 어머니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서 기도하듯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정 씨는 긴장이 풀리면서 힘이 불끈 솟았다. 어머니가 가까이 계시다는 그 든든함에 정 씨는 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해 시험을 잘 쳤다.
내 수능보다 더 열심히 했던 후배들의 시험날
‘수능’하면 15년 전 겨울이 떠오른다는 박미정(35·용호동)씨는 대학교 1학년 겨울, 수능을 하루 앞두고 동문 동기들과 밤을 꼬박 새워가며 후배들을 위한 응원전을 준비했다.
추운 밤을 꼬박 새워 모닥불에 추위를 녹여가며 목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학교 간 경쟁도 치열했다.
“아침이 밝아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녹차를 건네고 꽹과리, 북 등도 동원해 목이 터져라 학교 이름과 ‘필승, 합격’을 외쳐댔죠. 제 시험날 보다 그 날이 더 추억이 됐어요”라고 말한다.
<수능 시험 후>
시험결과는 나빴어도 완전연소, 후회없어요
모의고사에서 언제나 전국 상위 3~4% 안에 들던 연규화(31·수영동)씨는 실제 수능에서 상위 10%를 벗어나는 말도 안 되는 성적을 거뒀다.
성적이 발표되자 담임 선생님, 심지어 교감 선생님은 재수 시키라고 집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정작 연씨는 미련이 없었다. 뜻밖에 부모님은 재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존중해주셨고, 연씨는 결국 기대보다 못한 대학의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연씨는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연씨는 현재 유능한 회계사로 잘~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목표와 출발이 있어요. 수능을 잘 보거나 못 봤다고 해서 인생이 엄청나게 망가지거나 실패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성형수술로 맘껏 울지도 못했죠
이미성(31·수영동)씨는 수능이 끝나고 소원이던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점수가 발표되던 날, 점수를 보고 울고 싶은데 수술 부위가 터질까봐 울지도 못하고 꾹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바라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대학에 입학하자, 그녀는 일찌감치 수술을 했던 덕에 부기 빠진 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때 울지 않고 참았던 덕에 지금 내 눈은 몰라보게 예뻐져 있고, 결혼도 잘한 거 아니겠어요?”라며 웃으며 이야기한다.
김부경·김은영·박성진·정순화 리포터 key2006@naeil.com
2008 수능 전, 이것만은 체크하자!
1. 출제 가능성이 높은 부분만 빠르게 정리하라. 엑기스만 요약해 시험 마지막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도 유용하다. 반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나 출제 비중이 높지 않은 부분까지 뒤적이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2. 점수 향상 가능성이 높은 과목을 하루 정도 벼락치기하라. 주요 개념 위주로 벼락치기하는 것이 의외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3. 최근 수능 모의고사를 다시 한번 정리하라.
4. 몸 컨디션을 수능 당일로 최적화하라. 먹을 것에는 극히 조심!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특히 떡이나 엿). 커피도 소변을 많이 보게 하니 피하라. 특히 보약이나 청심환 등 약물은 절대 피하자. 몸의 균형을 깰 수 있다.
5. 수능 주의사항을 숙지하라. 아버지나, 형, 또는 언니의 옷에 전자사전이나 휴대전화가 든 줄 모르고 입고 갔다가 적발돼 수능 성적이 취소된 사례가 있다. 수능의 필수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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