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LG메트로아파트 ‘나눔장터’

나누면 더 커지는 마술같은 ‘나눔장터’

쓰지 않던 물건 사고 팔아 자원도 재활용하고 돈도 벌고

지역내일 2008-11-04 (수정 2008-11-04 오후 11:17:41)

“몇 번 안 입은 거의 새옷이에요. 2천원에 사 가세요.”
“이 유모차, 장난감 미끄럼틀은 얼마예요?”
지난 10월 24일, LG메트로 아파트(용호동) 안 중앙공원은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입주민들이 직접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교환하는 ‘나눔 장터’가 열려 시끌벅적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 안의 쓰지 않던 물건 서로 나누며 자원 재활용


지난 10월 24일, LG메트로 아파트 부녀회 주최로 ‘나눔장터’가 열렸다.

장터가 열린 오전 11시 이전부터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해 많은 입주민들이 장터를 찾았다. 다양한 의류 뿐 아니라 유아 침대, 유모차, 자전거, 가구, 장난감 등이 새 주인을 찾았다.
행사를 주최한 LG메트로 아파트 부녀회 김명희 회장은 “집안에 방치되어 있는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서로 교환하고 나누어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뜻깊은 행사다. 기증한 물건을 판 행사 수익금은 동사무소와 복지관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활동을 벌인 부녀회원 20여 명은 무료로 커피, 녹차 등 차를 나눠주기도 하고 입주민들이 기증한 많은 물건들을 직접 팔았다. 남구청에서도 천막과 책상 등 행사 물품을 지원하는 등 나눔 장터를 적극 장려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삼아 나온 김연숙(36)씨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왔는데 예쁘고 좋은 물건이 많네요. 1만원 한 장으로 아이 티셔츠 2벌과 남편 바지, 내 모자를 샀어요”라며 흐뭇해 했다.
새 상품 같은 고급 유아침대, 소파 등도 2~3만원에 팔려 나갔다.

아이들은 직접 물건을 사고 팔며 생생한 경제 배워




자신들이 쓰던 옷, 책 등을 팔고 있는  황교욱(13)군과 황세욱(10)양.

자신이 애지중지 쓰던 물건을 들고 나와 직접 팔고 있는 어린이들도 눈길을 끌었다.
두 자녀와 함께 나온 입주민 성순제(41)씨는 “행사 안내 방송을 듣고 아이들이 스스로 옷, 책 등을 챙겨서 이 곳에 나와 팔고 있더라구요. 직접 물건을 팔아보면서 자연스레 경제 관념도 익히고 사고 파는 유통구조도 의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엄마 성씨의 지지에 힘입어 황세욱(10)양과 황교욱(13)군은 “이 옷은 이렇게 코디해 입으면 정말 좋아요”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가며 제법 야무지고 능숙하게 물건을 팔고 있었다.
황세욱양은 “아끼던 물건들을 떠나보내려니 아쉽고 허전한 마음도 들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뻐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수익금을 아파트 안 쌈지도서관에 기부하겠다는 이창희(10)군.

바로 옆 코너에서는 이창희(10)군이 책, 각종 CD, 책, 레고 블록 장난감 등을 팔고 있다. 쓰던 스키용품도 진열해 놓았다. ‘수익금은 우리 아파트 쌈지도서관에 기부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마음씀씀이가 예쁘다.
자신이 입던 예쁜 옷들을 가지런히 세트로 한 벌씩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이정빈(9)양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을 단돈 1000원에 팔고 있었다. 손님이 미안해서 못 가져갈 정도였다.


“직접 물건을 팔아보니 재미있다”는 이정빈(9)양.

“직접 물건을 팔아보니 재미있어요. 쓰던 물건이고 알뜰 나눔 장터니까 싸게 팔고 있어요.”
1일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에 좋은 물건을 헐값으로 사들고 가는 손님들의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진 하루였다.
나눔장터 행사는 오후 6시가 넘게까지 입주민들의 성원 속에 치러졌다. 아껴쓰고 나눠쓰는 지혜가 돋보이는 행사였다.

박성진 리포터 sj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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