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앞 둔 풍경들
“그 놈의 시험이 뭔지!”
엄마는 뒷바라지로 바쁘고, 아빠는 찬밥 신세, 학생은 우리집 상전
지역내일
2008-10-31
(수정 2008-10-31 오후 1:03:36)
얼마남지 않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생들 뿐 아니라 엄마들도 마음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엄마들 모임도 잠잠하니 식당가도 한산해진다는 시험기간. 정작 시험은 학생들이 치는데 왜 온 집안이 들썩, 온 식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집집마다 벌어지는 풍경들을 들어봤다.
김영희·박성진·정순화 리포터
Case1) 공부 뒷전이고 멋 부리는 데만 관심 많은 아이 때문에 속 터진다
약 2주 후면 대부분의 중, 고등학교의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그 놈의 시험이 뭔지!’ 벌써부터 아이와 부모의 실랑이로 집안이 시끄럽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 모(해운대구 중동)씨. 엄마의 애살은 하늘을 찌를 듯 한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단다. “중간고사 때 못 친 것을 만회하려면 지금부터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데 내 마음만 바빠지고 아이는 영 딴판이니 너무 속상해서 자꾸 짜증이 나요. 그러니 아이가 뭐 예뻐 보이겠어요. 눈앞에 보이기만 하면 아이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에다, 공부해라는 잔소리에 애도 역시 고분고분하겠어요?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요.”
이 모(해운대구 좌동)씨 또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한창 멋 부리는데 관심이 많아진 중1과 중3 딸 때문에 조용한 날이 거의 없다.
“하루는 친구들이랑 미용실에 가더니 요즘 유행한다는 머리를 해왔더라고요. 앞머리가 정수리부터 수북이 앞으로 쏟아진 모양이 버섯형태 과자인 초코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일명 ‘초코송이 머리''라고 불린대요. 그날부터 아침마다 딸 둘이가 매일 드라이는 물론 똑같은 교복을 입고 일(一)자로 똑 떨어지게 잘라 돌돌 말아 올린 앞머리에 앞뒤로 헤어 롤을 말고 식탁에 앉는 모습에 그 때부터 잔소리가 시작돼는 거죠. 공부 잘하는 애는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는데 그렇게 머리에만 신경 써는데 무슨 공부가 되겠어요.”
이 씨는 공부 좀 하라고 일찍 깨워놓으면 공부는 안하고 머리 손질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니 너무 밉단다.
Case2) 엄마 스케줄 모두 stop, 아빠들은 찬밥 신세
평소 엄마들 모임 장소로 인기 있는 음식점도 시험을 앞두고는 한적하다. 시험을 앞두고는 엄마모임 등 모든 스케줄 뒤로 미루고 공부 뒷바라지하느라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진 모(43·해운대구 좌동)씨는 “마트도 잘 안 가게 돼요. 애들이 오기 전에 집안일 다 해놓고 잠도 좀 자둬야 해요. 그래야 밤늦게 까지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어요. 기술, 가정, 사회, 예체능의 경우 미리 공부해 놓았다가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하면서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암기과목은 애들보다 엄마들이 더 시험을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한다.
시험 기간에는 아빠들 또한 찬밥신세다. 시험 때는 아이들 신경이 예민해지므로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도 줄이고 아빠들은 텔레비전도 못 보게 된다. 알아서 챙겨먹는 아빠도 많고 시험기간 내내 엄마는 애들 곁에만 있으니 아빠 혼자 방안에서 외롭게 빈둥거리다 홀로 먼저 잠들게 된다.
대신 애들에게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피자, 치킨, 자장면 등 먹고 싶다는 것은 거의 다 시켜준단다.
고등학생 딸을 둔 박 모(진구 개금동)씨는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나 학원에서 거의 12시가 다 돼야 오고 엄마가 더 이상 공부를 봐 줄 수 있는 실력도 아니기 때문에 집에 오면 교복 받아 직접 걸어두고 시중들며 편한 분위기 만들어 주려 노력해요.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가족들한테 풀며 신경질을 부려도 시험에 지장 있을까 크게 야단도 못쳐요”라며 애가 상전이란다.
시험 치는 아침엔 학교 앞이 자가용으로 붐빈다. 집에서 학교가 코앞이지만 5분이라도 아껴 공부시키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Case3) 평소 학습량만큼만 시키고 자연 속에서 시험 스트레스 푼다
초등 3년생 아들을 둔 최모(38·수영동)씨는 이번 주말에 1박 2일 가족여행을 떠난다. 집집마다 기말고사로 비상 분위기인데 시험에 초월한 건지 아니면 시험대비를 완벽하게 마친 건지 의문이 간다.
“아들 친구집이며 같은 또래 아이들의 이웃을 보면 초등 3년생인데도 기말고사 대비로 새벽까지 공부시키는 집이 더러 있더라구요. 아들 말로는 그 아이들이 학교 와서 많이 졸려한대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잠까지 줄여가며 시켜야 하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더라구요”라며 최씨는 그렇게 시험대비를 철저히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자신의 아이는 안 시켜도 괜찮은 건지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아이가 평소에 하던 학습 양만큼만 시키기로 결정했단다.
또한 최씨는 “기말고사를 대비해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단원평가를 친다든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알게 모르게 아이들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아 일부러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죠. 자연휴양림을 미리 예약해 자연에서 푹 쉬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까 해요”라고 말한다.
Case4) 시험에 매몰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폭 넓게 학습해야
중1, 3년생 자녀를 둔 교사 정 모(46·용호동)씨는 “내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아이들이 차분하게 고전이나 문학 서적 등을 읽을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깊이 있는 실력을 쌓기가 힘들어요. 내신 경쟁을 하며 시험 성적, 순위에 너무 매달리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습량과 학습 수준을 높여 가는 게 중요해요. 다양한 분야의 독서도 많이 하고 다양한 체험도 하며 실력과 가치관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데 한 두 개 덜 틀리고 몇 등 하는가에 너무 연연하고 시험을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며 잃는 것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싫은 게 뭐냐고 물으면 1위의 대답이 ‘시험’이란다. 시험 자체가 경쟁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시험이 싫고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아닌 학습의 한 단계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순 없을까.
엄마들 모임도 잠잠하니 식당가도 한산해진다는 시험기간. 정작 시험은 학생들이 치는데 왜 온 집안이 들썩, 온 식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집집마다 벌어지는 풍경들을 들어봤다.
김영희·박성진·정순화 리포터
Case1) 공부 뒷전이고 멋 부리는 데만 관심 많은 아이 때문에 속 터진다
약 2주 후면 대부분의 중, 고등학교의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그 놈의 시험이 뭔지!’ 벌써부터 아이와 부모의 실랑이로 집안이 시끄럽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 모(해운대구 중동)씨. 엄마의 애살은 하늘을 찌를 듯 한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단다. “중간고사 때 못 친 것을 만회하려면 지금부터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하는데 내 마음만 바빠지고 아이는 영 딴판이니 너무 속상해서 자꾸 짜증이 나요. 그러니 아이가 뭐 예뻐 보이겠어요. 눈앞에 보이기만 하면 아이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에다, 공부해라는 잔소리에 애도 역시 고분고분하겠어요?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요.”
이 모(해운대구 좌동)씨 또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한창 멋 부리는데 관심이 많아진 중1과 중3 딸 때문에 조용한 날이 거의 없다.
“하루는 친구들이랑 미용실에 가더니 요즘 유행한다는 머리를 해왔더라고요. 앞머리가 정수리부터 수북이 앞으로 쏟아진 모양이 버섯형태 과자인 초코송이를 닮았다고 해서 일명 ‘초코송이 머리''라고 불린대요. 그날부터 아침마다 딸 둘이가 매일 드라이는 물론 똑같은 교복을 입고 일(一)자로 똑 떨어지게 잘라 돌돌 말아 올린 앞머리에 앞뒤로 헤어 롤을 말고 식탁에 앉는 모습에 그 때부터 잔소리가 시작돼는 거죠. 공부 잘하는 애는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는데 그렇게 머리에만 신경 써는데 무슨 공부가 되겠어요.”
이 씨는 공부 좀 하라고 일찍 깨워놓으면 공부는 안하고 머리 손질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내니 너무 밉단다.
Case2) 엄마 스케줄 모두 stop, 아빠들은 찬밥 신세
평소 엄마들 모임 장소로 인기 있는 음식점도 시험을 앞두고는 한적하다. 시험을 앞두고는 엄마모임 등 모든 스케줄 뒤로 미루고 공부 뒷바라지하느라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진 모(43·해운대구 좌동)씨는 “마트도 잘 안 가게 돼요. 애들이 오기 전에 집안일 다 해놓고 잠도 좀 자둬야 해요. 그래야 밤늦게 까지 아이와 함께 공부할 수 있어요. 기술, 가정, 사회, 예체능의 경우 미리 공부해 놓았다가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하면서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아이에게 질문을 하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암기과목은 애들보다 엄마들이 더 시험을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한다.
시험 기간에는 아빠들 또한 찬밥신세다. 시험 때는 아이들 신경이 예민해지므로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도 줄이고 아빠들은 텔레비전도 못 보게 된다. 알아서 챙겨먹는 아빠도 많고 시험기간 내내 엄마는 애들 곁에만 있으니 아빠 혼자 방안에서 외롭게 빈둥거리다 홀로 먼저 잠들게 된다.
대신 애들에게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피자, 치킨, 자장면 등 먹고 싶다는 것은 거의 다 시켜준단다.
고등학생 딸을 둔 박 모(진구 개금동)씨는 “고등학생이 되면 학교나 학원에서 거의 12시가 다 돼야 오고 엄마가 더 이상 공부를 봐 줄 수 있는 실력도 아니기 때문에 집에 오면 교복 받아 직접 걸어두고 시중들며 편한 분위기 만들어 주려 노력해요.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가족들한테 풀며 신경질을 부려도 시험에 지장 있을까 크게 야단도 못쳐요”라며 애가 상전이란다.
시험 치는 아침엔 학교 앞이 자가용으로 붐빈다. 집에서 학교가 코앞이지만 5분이라도 아껴 공부시키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이다.
Case3) 평소 학습량만큼만 시키고 자연 속에서 시험 스트레스 푼다
초등 3년생 아들을 둔 최모(38·수영동)씨는 이번 주말에 1박 2일 가족여행을 떠난다. 집집마다 기말고사로 비상 분위기인데 시험에 초월한 건지 아니면 시험대비를 완벽하게 마친 건지 의문이 간다.
“아들 친구집이며 같은 또래 아이들의 이웃을 보면 초등 3년생인데도 기말고사 대비로 새벽까지 공부시키는 집이 더러 있더라구요. 아들 말로는 그 아이들이 학교 와서 많이 졸려한대요. 앞으로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잠까지 줄여가며 시켜야 하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서더라구요”라며 최씨는 그렇게 시험대비를 철저히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자신의 아이는 안 시켜도 괜찮은 건지 처음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아이가 평소에 하던 학습 양만큼만 시키기로 결정했단다.
또한 최씨는 “기말고사를 대비해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단원평가를 친다든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더라구요. 알게 모르게 아이들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 같아 일부러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죠. 자연휴양림을 미리 예약해 자연에서 푹 쉬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까 해요”라고 말한다.
Case4) 시험에 매몰되기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폭 넓게 학습해야
중1, 3년생 자녀를 둔 교사 정 모(46·용호동)씨는 “내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보니 아이들이 차분하게 고전이나 문학 서적 등을 읽을 시간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깊이 있는 실력을 쌓기가 힘들어요. 내신 경쟁을 하며 시험 성적, 순위에 너무 매달리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습량과 학습 수준을 높여 가는 게 중요해요. 다양한 분야의 독서도 많이 하고 다양한 체험도 하며 실력과 가치관을 쌓아가는 게 중요한 데 한 두 개 덜 틀리고 몇 등 하는가에 너무 연연하고 시험을 위한 공부에만 매달리며 잃는 것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싫은 게 뭐냐고 물으면 1위의 대답이 ‘시험’이란다. 시험 자체가 경쟁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시험이 싫고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아닌 학습의 한 단계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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