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정자(45)씨는 설거지할 때 즐겁다. 예전엔 무턱대고 서서 했던 부엌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궁도장에서 배운 활 내는(쏘는) 자세로 일하면 자세 교정이 절로 되어 몸의 근력을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손잡이를 활로 생각하며 느긋하게 잡아당기고 서있는 등 그녀의 생활에는 궁도가 자리 잡고 있다. 생활 속에서 자기 몸을 조율하며 건강을 지켜가고 있는 정자 씨는 어떻게 국궁에 몰입하게 됐을까.
자세를 잘 잡지 않으면 활 제압 못해요
김씨는 맏며느리로 집안 문제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어느 날 두통과 어깨통증, 우울증 등 적신호가 찾아왔다. 몸 챙길 여유 없이 바빴으나 출구를 찾아야 했다.
“부천 궁도장에서 겨울 방학 특강을 한다는데 함께 가보자”는 친구의 권유로 부천 종합운동장 옆 활박물관 2층 궁도장을 찾았다. 처음 궁도장에서 본 것은 훤히 뚫린 잔디밭이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그 뒤에 원미산이 있었다. 맑은 공기를 두르고 있는 산 밑에서 활을 잡기 시작했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 팔에 멍이 많이 들었어요.” 팔을 제대로 뻗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영락없이 활줄로 얻어맞았다. 흔히 활 당기는 힘을 궁력(弓力)이라고 한다. 이는 하루 종일 활을 쏴도 지치지 않을 만큼의 힘과, 더 센 활을 당기고 관중하는 힘, 매시(每矢)마다 똑같이 화살을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말하자면 사람은 활을 이기고 활은 살을 제압하는 힘을 말하죠.”
사람과 활과 살이 하나 되어 과녁으로 날아가는 그 순간마다 김정자씨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활 낼 때는 다리가 안 흔들려야 했다. 먼저 다리와 팔 힘을 기르기 위해 자세를 고쳐갔고 어깨운동도 병행했다. 강사의 설명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아니, 말은 알아들었는데 몸이 안 따랐다. 화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자세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화살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거짓말처럼 어깨통증이 사라졌다. 우울한 마음도 언제였냐는 듯 떠나갔다. “스스로 느껴야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어요. 자기 조절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죠.”
동적 운동 버금가는 운동량 숨어있어
“궁도장을 오간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그동안 맑은 정신과 단단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국궁을 해보니 정신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길러졌다. 사대(활 내는 곳)에 서서 초록색 잔디와 숲으로 우거진 원미산을 확 껴안았다. 화살을 따라 과녁에 초점을 맞추니 자연스럽게 안구 운동이 됐다. 활 당길 때의 단전호흡으로 폐활량까지 커졌다. 뱃살도 들어갔다.
“사대에 서면 마음을 비우게 돼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죠. 욕심 부리는 것이 부질없어지고 잡생각이 안 들어서 정말 좋거든요. 그리고 항문의 괄약근을 하루 20~30회 조여주기 때문에 보약 같은 건 없어도 돼요.”
활은 1순(5발)을 낼 때 적어도 5~6회 괄약을 조여 주는데 이로 인해 하체는 더욱 단단해졌다. 김씨는 장딴지와 팔을 만져보라고 했다. 매우 탄탄하게 근육이 발달돼 있었다. 활 내는 사람의 다리는 축구선수 이상 단단하다는 것에 놀랐다.
“궁도장에 다니면서 봄에는 원미산 진달래축제 구경도 갔고 새싹이 나서 파릇파릇한 산 풍경을 만끽하며 등산도 했어요.” 궁도장 곁에 있는 카페 ‘진달래향기처럼’에서 조용히 과녁이 놓인 잔디를 바라보기도 했다. 궁도장 갈 때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려 벚꽃 길 감상도 했다. 부천이 좋다는 걸 새삼 느꼈다.
17파운드로 시작한 김정자씨의 활 무게는 현재 38파운드. 자그마한 체구로 활시위를 당기는 그녀의 모습은 다부져 보였다. 많이 움직이지 않는 운동이지만 동적(動的)인 운동에 버금가는 운동량이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개월이 됐을 때 김정자씨는 과녁을 명중시켰다. “이제야 제게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요. 정적인 운동을 찾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앞으로 저는 활 백일장에도 나가볼 거예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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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잘 잡지 않으면 활 제압 못해요
김씨는 맏며느리로 집안 문제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어느 날 두통과 어깨통증, 우울증 등 적신호가 찾아왔다. 몸 챙길 여유 없이 바빴으나 출구를 찾아야 했다.
“부천 궁도장에서 겨울 방학 특강을 한다는데 함께 가보자”는 친구의 권유로 부천 종합운동장 옆 활박물관 2층 궁도장을 찾았다. 처음 궁도장에서 본 것은 훤히 뚫린 잔디밭이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그 뒤에 원미산이 있었다. 맑은 공기를 두르고 있는 산 밑에서 활을 잡기 시작했다.
“처음 활을 잡았을 때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 팔에 멍이 많이 들었어요.” 팔을 제대로 뻗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영락없이 활줄로 얻어맞았다. 흔히 활 당기는 힘을 궁력(弓力)이라고 한다. 이는 하루 종일 활을 쏴도 지치지 않을 만큼의 힘과, 더 센 활을 당기고 관중하는 힘, 매시(每矢)마다 똑같이 화살을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말하자면 사람은 활을 이기고 활은 살을 제압하는 힘을 말하죠.”
사람과 활과 살이 하나 되어 과녁으로 날아가는 그 순간마다 김정자씨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활 낼 때는 다리가 안 흔들려야 했다. 먼저 다리와 팔 힘을 기르기 위해 자세를 고쳐갔고 어깨운동도 병행했다. 강사의 설명을 잘 못 알아들을 때가 많았다. 아니, 말은 알아들었는데 몸이 안 따랐다. 화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자세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화살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거짓말처럼 어깨통증이 사라졌다. 우울한 마음도 언제였냐는 듯 떠나갔다. “스스로 느껴야 자세를 바로 잡을 수 있어요. 자기 조절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죠.”
동적 운동 버금가는 운동량 숨어있어
“궁도장을 오간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그동안 맑은 정신과 단단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국궁을 해보니 정신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길러졌다. 사대(활 내는 곳)에 서서 초록색 잔디와 숲으로 우거진 원미산을 확 껴안았다. 화살을 따라 과녁에 초점을 맞추니 자연스럽게 안구 운동이 됐다. 활 당길 때의 단전호흡으로 폐활량까지 커졌다. 뱃살도 들어갔다.
“사대에 서면 마음을 비우게 돼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죠. 욕심 부리는 것이 부질없어지고 잡생각이 안 들어서 정말 좋거든요. 그리고 항문의 괄약근을 하루 20~30회 조여주기 때문에 보약 같은 건 없어도 돼요.”
활은 1순(5발)을 낼 때 적어도 5~6회 괄약을 조여 주는데 이로 인해 하체는 더욱 단단해졌다. 김씨는 장딴지와 팔을 만져보라고 했다. 매우 탄탄하게 근육이 발달돼 있었다. 활 내는 사람의 다리는 축구선수 이상 단단하다는 것에 놀랐다.
“궁도장에 다니면서 봄에는 원미산 진달래축제 구경도 갔고 새싹이 나서 파릇파릇한 산 풍경을 만끽하며 등산도 했어요.” 궁도장 곁에 있는 카페 ‘진달래향기처럼’에서 조용히 과녁이 놓인 잔디를 바라보기도 했다. 궁도장 갈 때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려 벚꽃 길 감상도 했다. 부천이 좋다는 걸 새삼 느꼈다.
17파운드로 시작한 김정자씨의 활 무게는 현재 38파운드. 자그마한 체구로 활시위를 당기는 그녀의 모습은 다부져 보였다. 많이 움직이지 않는 운동이지만 동적(動的)인 운동에 버금가는 운동량이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개월이 됐을 때 김정자씨는 과녁을 명중시켰다. “이제야 제게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아요. 정적인 운동을 찾는 분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앞으로 저는 활 백일장에도 나가볼 거예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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