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벌인 품바판에 관객들 배꼽 잡다
경기도 동아리경연대회서, 각설이타령 연극으로 ‘노력상’ 수상
본오3동 미래경영센터 국악반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우수동아리선발경연대회에 출전, ‘각설이타령’ 연극으로 ‘노력상’을 받았다. 이 상이 더욱 값진 것은 각 시군 대표로 참가한 26개 동아리 중 본오3동이 가장 고령자 팀이었다는 것이다.
출연자 7명은 60~70대 할머니들. 심사위원들이 노인을 우대해 상을 준 거 아닌가 섣불리 짐작할 일이 아니다. 검댕칠을 한 얼굴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누덕누덕 기운 치마저고리에 고무신을 짝짝이로 신고 나와선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품바품바~” 신나게 판을 벌이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더 이상 재미있는 각설이는 없다
본오3동 미래경영센터에서 만난 국악반 할머니들. 연극이야기를 할 때마다 흥이 난다. 각설이타령을 연극으로 꾸민 것은 노인대상 공연을 할 때 좀 웃겨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노인병원이나 노인잔치에서 봉사를 하는데 국악노래만 10분 15부씩 부르면 싱겁고 지루하잖아요. 작년 가을에 본오3동 노인잔치에서 처음으로 각설이타령을 각색해 연극으로 해봤는데 어설프게 해도 사람들이 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대사도 다듬고 춤 노래를 넣었지요.” 국악반 김대자(73세)선생의 설명이다.
각설이타령의 등장인물은 6명. 부부와 3남매, 며느리다. 김대자 선생은 장구를 맡았다. 출연 팀당 제한시간은 10분, 10분을 넘으면 감점이라 9분짜리 극으로 만들었다. 극 속에는 구성지고 서글픈 ''한오백년''과 ''강원도 아리랑''이 들어가고 각설이타령을 하면서 끝이 난다.
각설이타령을 연극으로 만드는데 가장 공헌한 장석기(73세) 씨. 초등학교 때부터 학예회에 나가 연극을 하고 춘향가를 불렀다는 그는 아직도 ‘끼’가 넘친다.
“혹시 재미있는 각설이타령이 있나 인터넷을 다 뒤져봐도 청년들이 재주넘는 거는 많은데 우리만큼 재미있는 각설이 연극이 없더라고요. 공연할 때보니 사람들이 동영상으로 찍고 녹음도 하더라고요. 어떤 국악 선생이 너무 재미있다고 대사를 좀 적어달라고 하는데 안 적어줬죠. 젊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잘해 버리면 안 되니까요.”
일흔봉사하며 살 수 있어 행복해
안산시 우수동아리경연대회에 출전해 시 대표로 선발된 할머니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꼈다. 대회를 앞두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매일 5~6시간씩 지하주차장에서 연습을 했다. 의상도 제대로 준비했다. 새로 산 모자는 찢어서 구멍을 내고, 고무신은 색깔을 짝짝이로 신고, 멀쩡한 옷도 알록달록한 천으로 누덕누덕 기웠다.
일흔 나이에 우아한 할머니가 아니라 거지분장으로 무대에 섰지만 이들은 즐거웠다. 윤삼순(76세)씨는 “연극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박수를 많이 받으니까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고 말한다. “우리 나이는 일제시대, 전쟁을 거쳐서 고생 많이 했죠. 날콩을 집어먹어도 맛이 있을 정도로 배고프게 살았어요. 시집와서도 고생했는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해요.”
윤점분(69세)씨는 즐겁게 했는데 상까지 받게 되니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입이 비뚤어지고 거지꼴을 하고서도 나이를 먹어서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젊었으면 창피했을지도 몰라. 사람이 오래 살다 보면 뻔뻔해지는 게 바로 그런 거죠.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까지 호응이 많을 줄 몰랐어요.”
이 할머니들에게 일흔이라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젊은이보다 더 부지런하고 젊은이보다 더 활기찬 생활을 한다. 취미로 배운 국악으로 또래노인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국악과 율동도 가르치고 있다. 나이 들어 배운 국악으로 나도 즐겁고 남들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자부심이요 보람이다.
본오3동 국악반 수강생은 20여명. 수요일은 민요, 토요일에 장구 수업을 한다. 국악반 김대자 선생은 “국악은 속에 있는 소리를 내뱉는 것이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최고”라고 말한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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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아리경연대회서, 각설이타령 연극으로 ‘노력상’ 수상
본오3동 미래경영센터 국악반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우수동아리선발경연대회에 출전, ‘각설이타령’ 연극으로 ‘노력상’을 받았다. 이 상이 더욱 값진 것은 각 시군 대표로 참가한 26개 동아리 중 본오3동이 가장 고령자 팀이었다는 것이다.
출연자 7명은 60~70대 할머니들. 심사위원들이 노인을 우대해 상을 준 거 아닌가 섣불리 짐작할 일이 아니다. 검댕칠을 한 얼굴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누덕누덕 기운 치마저고리에 고무신을 짝짝이로 신고 나와선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품바품바~” 신나게 판을 벌이는 할머니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더 이상 재미있는 각설이는 없다
본오3동 미래경영센터에서 만난 국악반 할머니들. 연극이야기를 할 때마다 흥이 난다. 각설이타령을 연극으로 꾸민 것은 노인대상 공연을 할 때 좀 웃겨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노인병원이나 노인잔치에서 봉사를 하는데 국악노래만 10분 15부씩 부르면 싱겁고 지루하잖아요. 작년 가을에 본오3동 노인잔치에서 처음으로 각설이타령을 각색해 연극으로 해봤는데 어설프게 해도 사람들이 다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대사도 다듬고 춤 노래를 넣었지요.” 국악반 김대자(73세)선생의 설명이다.
각설이타령의 등장인물은 6명. 부부와 3남매, 며느리다. 김대자 선생은 장구를 맡았다. 출연 팀당 제한시간은 10분, 10분을 넘으면 감점이라 9분짜리 극으로 만들었다. 극 속에는 구성지고 서글픈 ''한오백년''과 ''강원도 아리랑''이 들어가고 각설이타령을 하면서 끝이 난다.
각설이타령을 연극으로 만드는데 가장 공헌한 장석기(73세) 씨. 초등학교 때부터 학예회에 나가 연극을 하고 춘향가를 불렀다는 그는 아직도 ‘끼’가 넘친다.
“혹시 재미있는 각설이타령이 있나 인터넷을 다 뒤져봐도 청년들이 재주넘는 거는 많은데 우리만큼 재미있는 각설이 연극이 없더라고요. 공연할 때보니 사람들이 동영상으로 찍고 녹음도 하더라고요. 어떤 국악 선생이 너무 재미있다고 대사를 좀 적어달라고 하는데 안 적어줬죠. 젊은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잘해 버리면 안 되니까요.”
일흔봉사하며 살 수 있어 행복해
안산시 우수동아리경연대회에 출전해 시 대표로 선발된 할머니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꼈다. 대회를 앞두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매일 5~6시간씩 지하주차장에서 연습을 했다. 의상도 제대로 준비했다. 새로 산 모자는 찢어서 구멍을 내고, 고무신은 색깔을 짝짝이로 신고, 멀쩡한 옷도 알록달록한 천으로 누덕누덕 기웠다.
일흔 나이에 우아한 할머니가 아니라 거지분장으로 무대에 섰지만 이들은 즐거웠다. 윤삼순(76세)씨는 “연극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박수를 많이 받으니까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고 말한다. “우리 나이는 일제시대, 전쟁을 거쳐서 고생 많이 했죠. 날콩을 집어먹어도 맛이 있을 정도로 배고프게 살았어요. 시집와서도 고생했는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해요.”
윤점분(69세)씨는 즐겁게 했는데 상까지 받게 되니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입이 비뚤어지고 거지꼴을 하고서도 나이를 먹어서 창피하지도 않았어요. 젊었으면 창피했을지도 몰라. 사람이 오래 살다 보면 뻔뻔해지는 게 바로 그런 거죠.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까지 호응이 많을 줄 몰랐어요.”
이 할머니들에게 일흔이라는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젊은이보다 더 부지런하고 젊은이보다 더 활기찬 생활을 한다. 취미로 배운 국악으로 또래노인들을 위해 공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국악과 율동도 가르치고 있다. 나이 들어 배운 국악으로 나도 즐겁고 남들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이 이들에게는 큰 자부심이요 보람이다.
본오3동 국악반 수강생은 20여명. 수요일은 민요, 토요일에 장구 수업을 한다. 국악반 김대자 선생은 “국악은 속에 있는 소리를 내뱉는 것이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최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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