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았다.
가을하늘이 다 그렇겠지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한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삼아 우린 엄마랑 캠프를 떠났다.
글쎄 엄마랑 캠프라기보다는 엄마를 위한 캠프가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버스에 오르면서 부터였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어서인지 첨부터 꿍짝 꿍짝 장단도 잘 맞았고 그래서인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웃음을 자양분삼아 우린 한우 마을에 도착했고 자연에서 뛰어놀며 방목을 한 탓인지 그냥 소라고 부르기에는 죄스러움(?) 마저 느껴지는 황금 소 무리를 보게 되었다. 역시 횡성 한우의 명성은 그저 온 것이 아니었다.
맞춤 경영으로 다시 태어난 한우를 보며 난 실컷 똥을 밟았다. 언젠가 소똥을 많이 밟으면 행운을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이다. (덕분에 버스에 오르자 온통 내게선 고향의 냄새가 물씬 났지만,,)
어쨌든 아이들보다 더 들뜬 마음으로 소들을 가까이에서 보았고 먹이주기 체험도 해 볼 수 있었다. 소가 먹이를 받아먹을 때 흥분도 되었고 겁도 났다. 그 긴 혀가 언제 손등에 닿을지 몰라 조바심을 내다가 소들이 먹이를 슬쩍 받아먹으면 왜 그리 기분이 좋던지 .. 야호~ 우린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 뗏목타기도 해보았다. 톰 소여가 탓을 법 한 뗏목에 몸을 싣고 발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을 내려다보았다. 소라 고동도 많다는 물에는 충만한 삶의 소리로 그득했다.
다음 코스는 메뚜기 잡기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가고 날씨도 제법 쌀쌀하게 느껴졌지만 메뚜기를 잡아 페트병에 넣는 재미는 참으로 쏠쏠했다. 한 마리, 두 마리,세 마리,...
석준이가 소매를 잡아끌지만 않았더라도 난 아마 계속 거기에 있었지 싶다. 그 덕분에 몇 번을 벼르다가 산 값비싼 선그라스까지 떨어뜨려 밟고 말았지만 (지금 서비스 센터에 가 있다)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무공해 지역에서 나온 유기농 채소들로 가득 차려놓은 맛있는 저녁을 먹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다 보니 잊었던 동심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만큼이나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돌아온 춘천. 춘천의 야경도 어쩐지 우리의 하루를 축하해주듯 반짝였다.
석준이, 정은이보다 더 신났던 나에게 엄마랑 캠프는 선물 그 자체였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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