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지소로 차리는 안전한 밥상
“우리 밭에는 쌀겨, 깻묵으로 거름한 배추가 자라요”
유기농으로 배추 키우는 이예열씨
“올 가을이 너무 가물어요. 무·배추는 비가 좀 와줘야 하는데...”하며, 이예열씨는 김장 배추와 무 작황을 걱정한다. 농사는 사람의 힘도 들어가지만, 자연의 힘 또한 중요하니까! 이렇게 가물면 배추의 자람이 일정하지 않고 들쑥날쑥해진다고 한다. 비료나 성장 호르몬제에 의지하면 배추의 자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를 하다보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고. 이씨의 걱정을 듣다보니 비가 한 번 시원하게 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김장거리를 심는 것은 여름동안 쟁여 두었던 여러 거름을 밭에 뿌리는 것으로 시작이다. 올해는 쌀겨와 깻묵 등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들이 배추의 양분으로 작용해 맛있는 배추를 키워 내고 있다.
배추도 심고, 무도 심고, 알타리도 심고
김장은 소비자들에게는 겨울 반찬 준비의 중요한 부분이고, 농사꾼에게는 한 해 농사의 마무리가 된다. 김장으로 한 해 농사도 갈무리하는 것이다. 그 동안 지어 놓은 고추, 마늘 등 양념류와 배추, 무, 알타리 등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도 그 판로가 원활치 않아 판매에 애를 먹기도 하는데, 직거래 유통 등이 활성화 되어 농사꾼의 걱정을 덜어 주면 좋을듯하다. 그렇잖아도 농민과 소비자와의 만남을 이어줄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11월에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유기농 재배를 하면 관행농에 비해 수확량이 80% 정도에 이른다. 유기농도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수확량이 그리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예열씨는 “배추는 비료사용을 안하다보니 자람의 속도가 느려 배추가 단단하게 성장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배추가 질기다고 말한다”며, 그래도 이것이 유기농 배추 맛이란 것으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는 속이 단단해서 오래 두어도 물러지지 않는다며, 일장일단이 있음을 밝혔다.
풀이 같이 자라는 배추밭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배추밭에 사용한다고 하니 가슴이 서늘해질 일이다. 그런데 풀이 자라는 배추밭을 보니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 밭이 맞기는 하다. 그래도 남들은 김도 매주고 하는데, 이 밭은 김도 안 매줬단다. 이씨는 “이게 태평농법이다”라고 한다. 작물 스스로 자라는 힘을 가지면 그것이 결국 좋은 양분으로 배추에 축적되지 않을까 한다. 요즘은 날이 서늘해 풀도 배추보다 웃자랄 염려는 없기에 풀과 배추가 같이 자라게 둔다고 한다. 이씨는 “배추 재배를 다 나처럼 하지는 않는다. 유기농이라 해도 농사꾼 나름의 방법은 다 똑같지 않다”고 한다. 품질을 높이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효소도 뿌리고, 영양도 듬뿍 주는 농사꾼도 있다. 그런데 이씨는 “나라도 욕심 안내고 덜 수확하는 농사를 짓고 싶다”고 속 좋은 웃음 지으며 말한다. 이씨는 올해로 12번째의 수확을 앞두고 있다. 농사지어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빠듯한 게 현실이지만, ‘농사를 더 잘 지어봐야지’하며 사북면 지촌을 꿋꿋이 지킬 것이라고 한다.
오춘재 리포터 ocjgood@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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