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특집2-미술관나들이

다양한 전시공간, 개성만점 매력만점

지역내일 2008-10-07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진다. 하늘도 높푸르다. 가을이다. 꿈 많던 소녀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계절이다. ‘꿈’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이 팍팍하지만, ‘꿈’조차 꾸지 못한다면 더 없이 무미건조하기만 한 일상. 올 가을, 일상탈출을 꿈꾸는 주부들에게 가까이 숨어 있는 ‘보석’같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백남준아트센터 - 세계로 뻗어나갈 미디어 아트의 메카
9월 30일 찾아간 백남준아트센터는 마무리작업으로 매우 분주했다. 전시장 내부가 공개되지 않은 탓에 세부구조를 알 수는 없었다. 지하2층, 지상 3층으로 이뤄진 백남준아트센터는 건물외벽이 유리로 덮혀 있고, 조경에도 검은 돌을 사용했다. 반짝이는 검은색 건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백남준의 작품처럼 한두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건물이기도 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8일부터 개관전시인 ‘Now Jump’가 시작됐다(본보 751호). 01년 11월 건립기본계획이 세워지고 7년 만에 제 모습을 갖추게 된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백남준 본인이 이름붙인 곳이다. 03년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독일 건축가 크리스텐 쉐멜의 ‘매트릭스(The MATRIX)’라는 작품을 기반으로 건설됐다. 마리나 스탄코빅이 공동설계자로 참여해 06년 8월 29일 공사를 시작해 08년 4월 30일 완공식을 가졌다.
경기문화재단 박종강 씨는 “백남준아트센터는 일반적인 미술관처럼 정적인 곳이 아니다. 비디오아트와 미디어아트의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백남준의 자발성, 창조성, 혁신성을 이어받아 전통과 현대 사이의 위계와 차별에 저항, 매개공간을 지향하는 백남준아트센터는 국제적인 교류에도 관심이 높다. 아시아 작가와 미술에 조예가 깊은 독일 출신의 국제적인 큐레이터 토비아스 버거가 학예연구실장으로 부임했다.
개관행사로 열리는 백남준 페스티벌 ‘Now Jump’는 백남준아트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지앤아트스페이스와 신갈고등학교에서도 열린다. 지앤아트스페이스는 갤러리와 창작스튜디오, 아트숍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건물들이 이국적이다.

ICAM 이영미술관 -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생명력을 사랑한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김현철의 비디오작품인 ‘108번의 삶과 죽음’이 관람객을 맞는다. 108초 동안 진행되는 화면은 외부의 54개 화면이 틀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사실과 비현실, 추상적인 장면이 얽혀서 펼쳐지는 작품 속에는 축소된 ‘삶과 죽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영미술관의 영구소장품으로 제한된 시간에만 상연한다. 전체 3층짜리 건물에서 2층부터 전시를 보게 되는 독특한 공간 구조의 이영미술관은 테라스 형태의 야외 커피숍을 갖추고 있다. 도록과 관련서적이 비치돼 있고, 미술관 안뜰의 녹색 기운도 느낄 수 있다.
이영미술관은 흥덕지구 개발로 인해 2년 여 준비기간을 거쳐 08년 6월 신축, 개관했다. 이영미술관 학예실에서는 “이영미술관은 한국미술사 업적의 심층적 연구와 전통의 새로운 해석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ICAM 이영미술관으로 새롭게 선보이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생명력을 모색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출발한다”고 전했다. 전혁림, 박생광, 정상화의 회화 작품과 한용진의 조각 작품 등이 이영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다. 이영미술관은 박생광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영미술관에서는 18일부터 ‘제1회 경기미술제’가 열린다. 17일까지는 전시준비관계로 임시휴관한다.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이뤄진 공모는 9월 30일까지 진행됐다. 학예실 관계자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정서를 담은 전시를 통해 삶 속에 녹아있는 현대미술을 관객들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뽈리, 대안공간 눈, 늘해랑 - 작지만 특별한 곳
북수동에는 아기자기한 전시공간이 가득하다. 수원성지인 북수동성당 안에 있는 뽈리화랑은 이전에 학교건물이었던 탓에 나무바닥이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곳이다. 성당 마당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평화롭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대안공간 눈’과 더불어 바쁜 도심의 시간이 여기에서는 잠시 머물러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11월 8일부터 ‘그녀들의 첫 수다(회화)’와 한미 데레사의 흙으로 빚은 작품전이 열린다.
늘해랑 아트갤러리는 화성행궁 옆 수원화성홍보관에 위치한다. 갤러리와 아트숍, 차를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수원화성아트명품관으로 한국과 수원을 상징하는 문화상품을 판매한다. 4주마다 갤러리의 전시작품이 바뀐다. 22일까지는 최한동, 김억, 이재복, 김혜진, 박용국의 작품이 전시된다. ‘늘해랑’은 늘 해가 비치며 밝음이 함께 한다는 순우리말이다. 화성 종루와 행궁 앞 광장 개장으로 10월 말까지는 연장 개장한다.

문의 백남준아트센터 031-201-8500
ICAM 이영미술관 031-213-8223
뽈리화랑 031-246-8844
늘해랑 아트갤러리 031-252-5652

김선경 리포터 escarg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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