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중앙도서관 ''임종일'' 관장

도서관의 진화는 계속됩니다

사서출신 관장, 30년 동안 시민속 파고든 도서관 문화 만들어낸 장본인

지역내일 2008-10-06
책은 나그네에게 베개가 되어 주기도 하고 여대생들에게는 지성미를 뽐낼 수 있는 멋진 소품이 되기도 한다. 책과 함께하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그러니 책속에 묻혀 한 평생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성남중앙도서관 임종일 관장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행복한 사람이다. 30년이란 세월 동안 도서관을 떠나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도서관 사서부터 시작해 관장이 되기까지 평생을 책과 함께 하는 동안 그의 손을 거쳐 간 책만 해도 몇 십 트럭은 족히 될 정도다. 그러니 그가 살아온 세월은 곧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이기도 하다.

공부방으로 통했던 옛날 도서관
“‘도서관 간다’는 말이 ‘공부하러 간다’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정독도서관이나 동대문도서관 앞에 수험생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선 줄은 당시 흔한 풍경이었잖아요. 그 시절 우리에게 도서관은 공부방 같은 곳이었죠.”
정말 그랬다. 시험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갔던 도서관,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도서관은 열람실과 구내식당에 대한 기억뿐이다. 임 관장 얘기를 듣고 있자니 우리가 잊고 있던 옛날 도서관 풍경이 문득문득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요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책이 있는 위치까지 바로 나오잖아요. 옛날엔 어땠어요. 한약방에서 쓰는 약함 같은 것이 도서관 복도나 로비마다 있었죠. 도서목록함이라고 서명, 저자명 따위를 적어 놓은 분류카드를 넣어놓던 상자인데 지금은 다 없어졌죠.”
지금까지 도서관은 패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동네 꼬마들의 놀이공간이 되기도 하고, 주부들의 배움터가 되기도 한다.
“성남시에서 전자도서관을 만들어 전자책이나 온라인강좌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활용도가 낮아요. 여전히 사람들이 정말 중요한 정보는 책속에서 찾기 때문이죠. 디지털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계가 전달하는 정서와 종이가 전달하는 정서는 차원이 전혀 다르죠.”

권위적인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성남은 야탑동에 있는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통합 운영되는 공공도서관이 5개나 되고 거기에 거미줄처럼 동 단위로 주민자치센터, 청소년수련관, 복지관 등으로 작은 도서관이 늘어가고 있다.
“지식이 넘치니 사람들이 도서관에 갈 일 없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동네마다 도서관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경기도만 하더라도 해마다 도서관 수가 2배 이상씩 늘고 있는 추세에요. 도서관 이용자 수도 점점 많아지는데 우리 성남 중앙도서관에는 하루 평균 도서대출 권수가 3000~4000권에, 이용자수는 6000~7000명에 이르고 있어요.”
중앙도서관은 노인 전용열람실이 유명하다. 노인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처음 시작했는데 지금은 다른 도서관에도 많이 생겨났다.
“독서치료 상담실은 우리 도서관에서 전국 최초로 운영했는데 우리가 배출한 강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서치료를 배우기 위해 서울 같은 데서도 우리 도서관에 찾아 올 정도에요.”
도서관이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게 임 관장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다.
“내가 동네에서 유명인사가 된 줄 몰랐어요. 동네에 가면 ‘안녕하세요, 관장님’하는 인사도 많이 받구요. 가게에 가면 덤도 줘요. 하하하”
중앙도서관은 불우어린이를 위한 교실을 운영하는가하면, 다문화가정·치매노인을 직접 찾아가는 식으로 정보소외계층을 배려하고 있다.

호주의 도서관 활용교육, 미래도서관의 모델
“성남 공공도서관은 한 사람에게 4권까지 책을 빌려주고 있어요. 가령 4인 가족이라면 16권을 빌릴 수 있고 대출 기한은 최대 21일까지 연장할 수 있으니까 16권을 21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거예요. 요즘 이렇게 지혜로운 학부모들 정말 많아요.”
정말 이렇게 하면 돈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책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서는 성남중앙도서관 같은 지역의 대표도서관에서 정보 활용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래요. 체육부터 수학 과학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아이들에게 과제를 내주죠. 도서관에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서관에 있는 모든 정보와 도구를 이용하는 프로젝트 수업이에요. 우리나라처럼 떠먹여 주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방법을 찾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겁니다.”
‘미래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요’라는 질문에 임 관장이 내놓은 답이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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