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 생의 순환을 보여주는 사진전
한길사가 운영하는 헤이리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는 10월 5일까지 여락(如樂)의 제4회 개인전 ‘Requiem for Life’를 연다.
1974년 안성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여락은 2001년 수명이 다한 전구와 흙·물을 이용한 또는 가로등 속 죽은 벌레의 모습을 담은, 우주적 순환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제1회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2008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에 참가하는 여락의 이번 개인전은 2004년 이후 로드킬(Road Kill)당한 동물로 꾸준히 작업해 온 그의 작품 20여 점을 2년 만에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여락은 거리에서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수습하여 화장(火葬)·풍장(風葬)·토장(土葬)의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고 그 과정을 사진에 담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단순히 로드킬(Road Kill)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거나 장사 지내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고민과 물음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며 장례 이후 결과물은 또 다른 작업의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 후 미처 산화되지 못한 뼈를 모아 정렬하여 처음의 사진과 함께 배치하거나 풍장으로 서서히 소멸해 가는 몸에서 태어난 생명(예를 들면 구더기)으로 새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동물의 주검이 묻힌 땅에 어김없이 자라는 풀과 나무, 시간의 흐름이 부여하는 이 자연스러운 생의 순환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번 전시 ‘Requiem for Life’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과 최근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작품을 아울러 선보인다. 최근 작업은 그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죽음을 대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죽은 동물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은 결국 죽음과 삶에 대한 그리고 결국엔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세상과, 자연과 함께 묻고 나누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락의 작업은 그 자체로 삶에 대한 일종의 은유이며 단호한 물음이다.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었고 격한 감정으로 애도의 눈물을 흘리던 그, 이제는 서서히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의 이면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싶은데 그의 작품이 어디로 향할지 지금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 여락이 들려주는 진혼곡은 더 이상 어둡고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죽은 것의 혼을 달래는 노래가 아니라 삶,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Requiem for Life)인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 생의 순환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이 결국 바라보고 가닿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지, 이번 전시는 그 조그만 실마리를 던져줄 것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한길사가 운영하는 헤이리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는 10월 5일까지 여락(如樂)의 제4회 개인전 ‘Requiem for Life’를 연다.
1974년 안성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한 여락은 2001년 수명이 다한 전구와 흙·물을 이용한 또는 가로등 속 죽은 벌레의 모습을 담은, 우주적 순환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 제1회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2008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에 참가하는 여락의 이번 개인전은 2004년 이후 로드킬(Road Kill)당한 동물로 꾸준히 작업해 온 그의 작품 20여 점을 2년 만에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여락은 거리에서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수습하여 화장(火葬)·풍장(風葬)·토장(土葬)의 방법으로 장례를 치르고 그 과정을 사진에 담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단순히 로드킬(Road Kill)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거나 장사 지내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고민과 물음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며 장례 이후 결과물은 또 다른 작업의 모티브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화장 후 미처 산화되지 못한 뼈를 모아 정렬하여 처음의 사진과 함께 배치하거나 풍장으로 서서히 소멸해 가는 몸에서 태어난 생명(예를 들면 구더기)으로 새 작업을 진행한다. 또한 동물의 주검이 묻힌 땅에 어김없이 자라는 풀과 나무, 시간의 흐름이 부여하는 이 자연스러운 생의 순환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번 전시 ‘Requiem for Life’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과 최근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작품을 아울러 선보인다. 최근 작업은 그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죽음을 대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죽은 동물에서 시작된 그의 작품은 결국 죽음과 삶에 대한 그리고 결국엔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세상과, 자연과 함께 묻고 나누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락의 작업은 그 자체로 삶에 대한 일종의 은유이며 단호한 물음이다.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구보다 죽음과 가까이 있었고 격한 감정으로 애도의 눈물을 흘리던 그, 이제는 서서히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의 이면을 보게 된 것은 아닐까 싶은데 그의 작품이 어디로 향할지 지금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 여락이 들려주는 진혼곡은 더 이상 어둡고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죽은 것의 혼을 달래는 노래가 아니라 삶,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Requiem for Life)인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 생의 순환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이 결국 바라보고 가닿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지, 이번 전시는 그 조그만 실마리를 던져줄 것이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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