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성원초등학교 최양대 교장

지역내일 2008-09-12
무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리던 월요일, 퇴임을 일주일 앞둔 노교장을 만나기 위해 성원초등학교를 찾았다. 최양대 교장은 마지막까지도 특수학급을 만들기 위한 서류검토에 여념이 없었다. 일주일 후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건만 최 교장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올해로 41년하고도 6개월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최양대 교장.
춘천중과 춘천고를 거쳐 춘천교대 4기로 교사생활을 시작한 최 교장은 유복자로 태어나 고등학생 시절부터 입주가정교사로 학업을 계속했다고. “얼른 학교를 졸업해서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라며 22살에 처음 발령받았던 때를 떠올린다.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는데 입에서 회충 덩어리가 쏟아진 겁니다.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도망가고, 저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아이들의 순박하고 착한 심성은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다는 최 교장에게 교직은 천직인 듯.
70년대 초 특수교육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시군단위로 한 명씩 차출되어 한국사회사업대학(지금의 대구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던 것이 나중에 특수교육교사 자격증을 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최 교장은 춘천동원학교를 거쳐 성원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퇴임 후에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싶다는 소망을 조심스레 내비치는 최 교장의 모습에서 특수교육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우리학교 인기짱!! 교장선생님
어려서부터 정이 많았다는 최 교장은 집에서 키우던 돼지를 내다팔 때도 눈물을 흘려 사내녀석이 그러면 쓰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고. 지금도 그 성격 그대로 다정다감하게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에 인기가 대단하다. 매일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하루일과의 시작인 최 교장은 아이들의 특징을 학생명부에 꼼꼼히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등교 길에 책을 읽으면서 오는 아이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책 읽는 습관을 칭찬해줍니다. 잊지 않고 메모해 두었다가 학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리고요.”
1,800명 아이들의 특징을 살피고 학부모와 직접 대화를 하는 최 교장의 자랑은 아이들이 교장실 문 앞에 놓고 가는 ‘팬레터’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교장이라는 이름보다 고마운 선생님으로 다가설 수 있음이 더욱 기쁘다는 최 교장의 마음이 아름답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학교로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 교사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최 교장은 학교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이벤트에도 강하다. 작년 지역 합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합창단 전원에게 활동내용과 사진이 들어있는 상장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고, 올해 입학식 때는 시루떡과 사진이벤트 외에도 학교생활을 기록할 수 있는 개인파일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린이날 3학년 한 학급에서 ‘사랑의 묘약’이라는 이름으로 담임교사가 직접 아이들에게 견과류를 넣어 힘을 내도록 격려하는 약봉지를 만들어 준 것을 보고 후배 교사지만 감동받았다는 최 교장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더욱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작년 스승의 날, 휠체어를 타고 찾아왔던 두 명의 춘천동원학교 제자들을 떠올리며 ‘나의 재산’은 이런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최 교장이다.

내 인생의 성공비결
최 교장은 40년이 넘는 교직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로 ‘역지사지’를 꼽는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면서 오랜 메모습관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 것도 중요했다고 조언한다.
나 하나만 부지런하면 전체가 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했던 최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며 아쉬움을 내비친다.
이제는 장성한 두 아들도 자랑거리다. 서울대와 포항공대를 거쳐 환경공학 연구원으로 미국에 있는 큰 아들과 역시 서울대 동문으로 국책은행에 근무하는 작은 아들이다. 자녀교육의 비결에 대해 질문하자 쑥스러운 미소로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믿음입니다. 또 서로를 인정해 주는 것도 큰 힘이 되고요.”라며 부인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최양대 교장의 미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힘이 느껴진다.

이민아 리포터 1101min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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