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없는 명절 만들기

명절 전, 아내가 남편에게 다짐받아야 할 말들!

지역내일 2008-09-11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주부들의 신경은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주부에게 편중된 과도한 가사노동과 시댁과의 갈등, 경제적 부담, 상대적으로 소홀한 친정행 등이 원인. 이제 더 이상 ‘명절증후군’이 남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보낼 수만은 없는 법. 지금까지의 경험을 되새김질해 남편이 주지해야 할 것들을 미리 당부해 둔다면 보다 마음 편한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 주부들을 통해 명절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하여 남편에게 다짐받아야 할 것들에 대해 들어봤다.

스트레스 없는 명절 위해 요구하고 당부할 말
“명절 기간 동안 힘든 제 몸과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어요. 으레 ‘그러려니’ 하지 말고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하는 동안 한번씩 ‘힘들지?’ 또는 ‘고생이 많네’라는 말들을 해주면 제 기분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울 것 같아요.”

이소형(광장동·40)씨는 틈틈이 이런 표현을 해주는 도련님과 달리 무뚝뚝하고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한다. 행여 이런 말들을 꺼내며 서운해 하면 남편은 되레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며 성을 낸다고. 하지만 이번 추석 땐 ‘당신이 이렇게 말해주면 내가 더 기분 좋게 일하고 시댁식구들도 대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식의 좀 더 애교 섞인 말로 남편에게 당부할 예정이다.

김선희 씨(신천동·42)는 평소와 다르게 남편이 가부장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홈그라운드여서 그런지 고스톱을 치다가 ‘물 한 잔만 갖다 줘’ 내지는 ‘아버지 과일 좀 갖다드려’ 등과 같은 평소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수시로 하곤 한다. 게다가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기세등등하기 까지. 하지만 올해도 그렇게 한다면 후환이 두려울 것이라는 걸 반드시 주지시켜 줄 작정이다.

‘아이와 잘 놀아줄 것’. 김미영(송파동·35)씨는 명절 때마다 이 문제만 해결돼도 한결 수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운전하고 오느라 힘든 것 다 알아요. 그래도 종일 친척 수발들고 부엌일 하는 나보다는 낫잖아요. 일하는데 아이 정도는 봐줘야 하지 않겠어요? 아이가 울면 시어머니는 남편이 잠에서 깬다고 빨리 달래라고만 하시는데 일하랴, 아이 돌보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반면 아이한테 호통 치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도 있다. 최혜정(39·명일동)씨 “남편이 평소 엄한 편인데, 명절 날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까지 자식교육 잘 시키고 있다는 걸 강조하려는지 자주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며 혼을 내는 바람에 여간 속상한 게 아니다”며 “아이와 자상하게 잘 놀아주는 서방님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감정도 배려할 겸 ’당신이 아이를 존중해줘야 남들도 존중해주는 법‘이라며 남편에게 당부할 예정이다.

명절이면 꼭 등장하는 갈등모드 ‘시댁VS친정’도 빼놓을 수 없다. 시댁과 달리 상대적으로 친정에게 소홀한 것을 보면 서운하기 짝이 없다. 김복실(34·자양동)씨는 “시댁이 시골이라 명절기간이 짧으면 친정에 못 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휴일이 짧은 이번 추석 땐 미리 다녀오거나 사정이 안 되면 더 큰 선물을 보내드리도록 다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명절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일을 또 다시 전담해야 하는 스트레스만 하겠어요. 명절 내내 일하느라 힘든 아내를 위해 집안 설거지나 빨래 개고 너는 일 정도는 도와줬으면 하는데, 마냥 리모콘을 손에 쥐고 TV만 보며 아이에게 잔소리나 해 대서 울화가 치밀어요.”

윤모씨(37)는 ‘가사노동은 여자 몫’으로 생각하며 ‘한국 남자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는 남편에게 올해는 ‘평화로운 명절을 위해 집안일을 반드시 도와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밖에 ‘흡족하지는 못해도 명절 때 눈치껏 도와줬으면 한다’, ‘명절이라 기분 낸다고 조카, 시부모님 용돈이며 노래방비, 외식비 등을 써서 예상한 경비 외에 더 많이 지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남편의 애환도 알아주자
요즘엔 남편도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내의 가사노동 못지않게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게 피곤한 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운전하느라 고생 많았지’라며 따뜻하게 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또 아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시어머니나 주변 눈치 때문에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다른 형제들 다 앉아서 노는데 혼자 설거지한다고 나서는 것은 웬만큼 용기가 없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도와주려는 자세는 있는데 분위기 때문에 못 도와주는 것과 도와줄 자세조차 없는 것은 구별할 것. 또 친정에 갈 때마다 남편이 짜증내면 불편하듯 이왕 함께 모여 즐기는 명절을 기분 좋게 보내도록 출발 전 마인드컨트롤을 해보자.

윤영선 리포터 zz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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