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메일 금지조치에 공무원 불만 확산

통제감시수단 악용 우려

지역내일 2008-09-11
공공기관 상용이메일 전면 금지 조치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용해오던 메일을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도 있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통제·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각 부처와 중앙행정기관, 각급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음 네이버 등 상용 이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메신저와 상용 웹하드 사용도 금지했다. 각 기관 서버에서 운영하는 메일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korea.kr)만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로 상용 이메일을 통한 공공기관 해킹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월 NSC 사무처 직원의 이메일이 웜바이러스에 감염돼 정부 주요 자료가 제3국으로 유출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새로운 통제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청 한 공무원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상용메일을 사용해서 정부가 피해를 보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무원노조 측도 사생활 침해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성활 경북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주요 자료를 공용메일로만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무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KAIST 임춘택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부가 예를 든 NSC 메일은 고도의 보안이 유지되는 정부 서버로 운영되는 만큼 그 때 발생한 해킹은 정부 서버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다음 네이버 같은 상용 이메일은 해킹이 발생해도 해당 포털사이트의 서버·이메일 시스템이 해킹을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서버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들도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 운영이나 인터넷 정보·뉴스 검색 등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를 위한 보안은 방화벽 등 별도의 조치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무원들에게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인 ‘korea.kr’만 사용하도록 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 사이트는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답게 정부정책 찬양 일색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지역 한 지자체 공무원은 “메일을 사용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메인화면 기사 한 두 꼭지는 보게 된다”며 “공무원들에게 정부 홍보 기사만 보도록 한 것 아니냐”며 이메일 통제정책을 비웃었다.
김신일 기자 전국종합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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