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이 좋아 떡과 함께 평생 동거동락”

내일이 만난 사람 - 떡과 함께 살아가는 귀빈떡집 반미영 대표

지역내일 2008-09-11
우리 조상들의 지혜 담긴 떡 … “앞으로도 떡과 함께 살아갈 것”

6.25 후 피란민들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좌판을 벌여 떡을 팔면서부터 시작된 염매시장 떡전골목. 대구의 오랜 명물이었던 이곳이 대기업의 쇼핑센터건립부지로 허가가 나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떡집들은 바로 근처 종로거리로 옮겨 여전히 구수한 옛 맛을 전해주고 있다. 매년 명절이면 우리 차례상에 없어서는 안 될 떡. 이 떡과 함께 떡전골목을 지키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반미영(50)대표를 만났다.

어릴 적 엄마 몰래 먹던 떡 맛 잊을 수가 없어
반 대표는 어릴 적 엄마 몰래 먹던 떡의 맛을 잊을 수가 없어 떡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떡 장사를 해서 세상 사람들의 배를 부르게 하겠다는 희망이 떡과 함께하는 인생의 시작이되었어요. 지난해 어버이날 고향 동네 어르신들 경로잔치에 떡을 해드렸는데 이때야 말로 고단한 내 삶이 보람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기뻤지요.”
그가 떡전골목에서 장사를 해온지 10여년. 떡전골목의 역사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 전통 떡에 대한 애착과 사랑만큼은 특별하다고. 그래서 그는 떡 공부를 위해서는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피자와 햄버거에 밀리는 우리 전통음식인 떡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서 우리민족의 먹거리가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해야지요. 그래서 이번 달부터 전남대 전통무형문화재 선생님께 남도전통음식을 전수 받기위해 전라도까지 공부하러 다닐 예정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호기심으로 기쁨이 가득하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의 마음이 담긴 음식
떡이란 본디부터 제철에 나오는 재료를 가지고 때와 시절에 맞추어서 해 먹었던 음식. 떡은 종류에 따라 쓰이는 용도도 다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도 다르다고 한다.
반미영 대표는 떡을 두고 “자식들을 위하는 부모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아이들 돌잔치 백일 상에는 무지개떡, 백설기, 수수경단이 올려 지는데 거기에는 새로운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와 함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깃들어 있어요. 함 떡, 이바지 의례음식에는 오색고물에 단장을 마친 인절미와 경단을 만들어서 먹는데, 새로 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찰떡처럼 붙어서 잘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 밖에 개업식이나 천지신명님께 고사를 올리는 날에는 붉을 팥 시루를 사용하는데 잡귀를 쫓아내고 사업번창하길 바라는 염원이 그 속에 녹아 있고, 조상님들을 기리는 정성스러운 제사상에는 영혼을 달래주는 노란 콩 시루떡을 올린다고 한다.
여러 가지 떡의 다양한 의미를 알려주며 반 대표는 “떡은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더 아름답다”며 떡 예찬론을 펼친다.
어디 그뿐이랴.
“가을이 되어 곡식과 감과 대추가 익으면 거두어 들여 섞어서 버무려 빚은 마구설기는 세상에서 으뜸인 보양식인데 일 년에 한번 맛보는 별미였어요.”
그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우리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진 우리네 먹거리가 우리의 정서와 생활에 얼마나 이로운 음식인지 바로 아는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후손에게 좋은 의미가 담긴 먹거리가 퇴색되지 않도록 물려줘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글 쓰는 떡집 아줌마
반 대표는 떡집 아줌마 말고도 또 다른 이름들을 갖고 있다.
떡을 만들며 있었던 일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수필도 쓰는 그녀는 대구문인협회회원이기도 하고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계명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주경야독 학생이기도 한다.
“어차피 주어진 삶이라면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그런 삶을 살려면 제대로 배워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힘들어도 학업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고 느끼며 우리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그를 보며 새삼 전통과 추억이 퇴색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워 진다.
오랫동안 서민들과 함께 했던 떡전골목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반소영 대표와 같은 이들이 있어 우리 전통은 살아 숨쉬는가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빈떡명가 255-4136
김수진리포터jhjy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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