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9반 학생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어 시작했어요”

지역내일 2008-08-22
우리 선생님- ‘웃음과 희망을 전달하는 종례신문’ 만드는 안곡고의 이경자 교사

#두발!!! 샘이 봐도 넘 더워 보이고 답답해 보입니다. 샘 생각에는 오늘 깔끔하게 쌈박하게 정리하고 나면 남은 시간 동안에도 학교 등굣길도 즐거워질 뿐만 아니라 괜스레 움츠려 지내지 않아도 될뿐더러, 방학동안 머리 자르지 않아도 시원하게 실컷 지내다가 개학 할 때쯤 되서 자르면 되지 않을까요??? 멋도 멋이지만 우선 시원해 보이게 좀 지냅시다. 날도 덥고 ··· 여러분 머리만 보면···.. 더 더워요..ㅠ.ㅠ.ㅋㅋ” (2008년 7월 15일자 종례신문 중에서)

한 고등학교에 종례가 없는 학급이 있다. 그런데 이 일이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다? 이유는 바로 A4 종이 한 장으로 전해지는 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은 올해 개교한 안곡고등학교(교장 한상익) 1학년 9반. 흘려버리기 쉬운 말보다는 남겨둘 수 있는 글로서 소통을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신문의 이름은, 길게는 ‘웃음과 희망을 전달하는 1학년 9반 종례신문’이고 짧게는 ‘종례신문’이라고 불린다.

큰일도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새학기를 준비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좋은 정보를 얻게 됐어요. 종례신문을 만든다는 다른 선생님의 글을 보게 된 거죠. 사실 항상 종례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마음이 급하여 제대로 듣지 않는 아이도 있고, 저 또한 부족한 시간을 의식해서 꼭 전달해야하는 이야기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담임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접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말보다는 글로서 전하는 이런 시도는 꼭 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입학식 첫 날부터 신문발행을 시작했습니다.” 1학년 9반 종례신문 발행인 이경자 교사의 말이다.

올해로 교단생활 7년째인 이경자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사로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참교사가 제대로 되고 싶은’ 꿈과 목표가 있다.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늘 안테나를 사방으로 꽂아놓고 관심을 기울인다. 이번 종례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일의 일환이다. 이 교사 역시 학창시절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면서 교사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저는 아직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선생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오늘의 제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늘 그리고 영원한 인생의 선배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저의 은사님께 배웠듯 말입니다.” 그래서 잔소리(?)보다는 이해를 먼저, 야단치기 전에 얘기를 먼저 들어보는 여유 등을 가져본다고.

1학년9반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종례신문에 담기는 내용은 그 날의 날씨 얘기, 학급 반 분위기, 기운을 북돋우는 한마디 등으로 시작하여 ‘알립니다’ 코너를 통해 전달사항을 전하고 마무리문단에 다시 담임 얘기를 싣는다. 학급이나 학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은 역시 파이팅을 외치는 얘기라던가 좋은 글귀나 명언 등을 넣어 마무리한다.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30~50분. 오후에 수업이 비는 시간을 이용하여 기획·제작·편집·인쇄까지 다 마친다. 정규 수업을 마친 오후에 종례신문이 배포된다.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들을 글로 정리하게 되므로 1학년 9반만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학급 친구들 간의 이야기도 공통된 화젯거리를 제공하여 아이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진작시키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더 나아가 종례신문은 학부모들에게도 인기폭발이다. 자녀들이 크면서 소통의 단절이 되기 쉬운데 신문에서 나오는 내용들을 바탕삼아 얘기가 나눌 수 있거나 학교생활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꼬박꼬박 챙겨보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가 꺼내놓지 않으면 아예 엄마가 책가방을 직접 열어 꺼내 읽기도 한다고.

“아이가 바깥얘기를 거의 안 하니까 답답했었는데, 재미있게 풀어 쓴 얘기들을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고 있어요.”(학부모 최은경씨)
“‘우리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라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신문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거든요.”(학부모 김동임씨)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선생님께서 넋두리처럼 써놓은 글을 보면 서로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고, 애쓰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안쓰럽기도 하면서 새록새록 고맙기도 하고요”(학부모 이은자씨)
“솔직히 ‘며칠 하시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꾸준히 하시는 거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학교생활이 담긴 내용을 고등학교 때도 받아볼 수 있다니 엄마로서 정말 행복합니다.”(학부모 이미경씨)

교사들이 잔무가 많아 힘들다는 얘기는 많이 들을 수 있다. 학생들과 학습지도 외에도 크고 작은 업무들이 일상생활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사명감을 책임 있게 묵묵히 해내는 이들이 있다. 사람의 향기를 은은히 내뿜으면서 말이다. 종례신문을 통해 학급 아이들과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얻은 게 많다는 이경자 교사. 그의 목표대로 안곡고 아이들의 기억에 “영어를 잘 가르치는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또한, 2학기의 문을 새로 열면서 1학년 9반은 또 어떤 역사를 종례신문에 남길지 자못 궁금해진다.

[ 이경자 교사가 생각하는 종례신문의 장점 ]
·잔소리로만 끝날 수도 있는 종례를 스스로 읽어보게 함으로써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그날그날 많은 전달사항을 말로 전달하다보면 시간도 빠듯하고 다른 것을 신경 쓰다 빼뜨릴 수 있는데 미리 적어두면 100% 전달이 됩니다.
·좋은 글귀, 평소에 담임으로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시간 구애 없이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습니다.
·학급 아이들이 필요한 사항들을 챙겨줄 수 있게 되고 담임과 학생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더 친해집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학교에 대한 일정, 생활을 자세히 아시게 되어 궁금증 해결에 도움을 드려 참 좋아하십니다.
·담임의 입장에서도 항상 반성하고 계획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 취재를 마치고 ]
안곡고 이경자 교사를 만나게 된 것은 “우리 학교에 꼭 추천하고 싶은 선생님이 있다”는 제보 전화 때문이었다. 제보자는 다름 아닌 안곡고 한상익 교장. 한 학교의 수장으로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 관심과 열정에 편집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소개하고 싶은 선생님들은 많으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극구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작은 물결이 만나 큰 바다를 이루듯 이처럼 선생님들의 몸소 실천하는 행동들이 파동을 일으켜 교육에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길 소망해봅니다.

김태나 리포터 kimtae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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