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2단계사업 입찰 허위실적 논란

KT, LG CNS 서로 ‘우리실적’ 우겨

지역내일 2008-08-14
둘 중 한 곳은 허위실적 … 경부고속철 2단계 사업 지연

KT와 LG CNS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열차무선시스템 사업에 참여하면서 허위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의 사업 실적을 두 업체가 모두 자신들의 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이 때문에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지난 5월 19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열차무선시스템 사업을 제안서 방식으로 공고했다. 이 사업은 이동 중인 열차와 정확한 통신을 주고받기 위한 TRS 방식의 무선통신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377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무선통신공사다.
입찰에는 KT와 LG CNS, 현대정보기술, 서울통신기술, 쌍용정보통신 등 5개 업체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문제는 이 중 KT 컨소시엄과 LG CNS 컨소시엄이 과거 소방방재청이 발주한 TRS 1차 확장사업(317억원 규모)을 서로 자신의 실적이라고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KT는 소방방재청 사업을 1차 수주한 업체로 방재청 실적확인서를 근거로 자신의 실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LG CNS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리노스는 자신들이 KT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며 입찰제안서에 KT로부터 발급받은 실적증명을 첨부해 제출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철도시설공단은 사실 확인을 이유로 지난 4일 예정돼 있던 업체선정을 20여일이 지나도록 미루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하나의 사업 실적을 두 개의 컨소시엄 모두에게 인정해 줄 수는 없다”며 “각자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사실 확인이 문제라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탈락 업체들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업체가 선정된 이후에도 소송 등으로 번지는 등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도 “이번 입찰과 관련 한 업체에서만 7건 이상의 이의제기가 있을 정도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 시설관리공단 입찰에는 이중 실적 제출 건 외에도 논란을 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소방방재청의 사업 실적 자체의 인정 여부다. 이 사업이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불법하도급’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KT 컨소시엄과 LG CNS 컨소시엄 모두 불법으로 이뤄진 사업을 자신의 사업 실적으로 제출한 꼴이 됐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감사원의 결정 여부가 사업의 실적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은 이 문제를 단순히 서류상 잘못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고의적인 실적 부풀리기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결정에 따라 ‘부정당업체’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으면 일정 기간 동안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철도시설공단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서류상의 오류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업체 봐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철도공단 담당자는 “실적 서류로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만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특별히 제재를 가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의 최근 부정당업체 제재 사례를 보면 모두 허위 실적서류 제출이 문제가 된 것들이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은 최근 진행한 한 사업에 참여한 삼성SDS와 GS네오텍, 태정전척 등 3개 회사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했다. 하도급 업체의 실적을 자신의 실적으로 제출했다가 적발된 사례들이다. 이 중 두 회사는 3개월 입찰참여 제한을 당했고, 6개월 참여 제한을 당한 삼성SDS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는 “규정이나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허위 실적을 제출한 업체에게 부정당업체 처분을 하면 될 일을 결정(철도시설공단이)을 미루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내일신문은 KT와 LG CNS, 리노스 등에 사실확인과 입장표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어느 업체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전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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