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는 부서별 자랑으로 … 대전시 색다른 회의 ''눈길''“고요히 안아본 뒤에야 /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대전시 정하윤 자치행정국장이 시장과 간부들 앞에서 ‘빈 집’이라는 제목의 중국 옛 시 한 편을 읊었다. 월요일인 지난달 28일 오전 8시, 대전시청 주간 업무회의는 이렇게 시작됐다.대전시가 회의 형식을 파격적으로 바꿔 눈길을 끌고 있다.
박성효 시장이 “월요일 첫 회의가 딱딱하면 일주일 행정이 경직된다”며 정형화된 회의 형식을 바꾸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딱딱한 회의가 이어지면 직원들 간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박 시장의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이날 대전시의 월요일 주간업무회의는 기존 ‘업무보고와 시장 지시’의 형식에서 벗어나 시를 낭송하고 도움 될 만한 동영상을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날 본 동영상은 ‘마음을 왕창 얻는 회식경영법’이라는 제목으로 직장 내 회식문화에 대한 새로운 제언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회의의 가장 중요한 순서가 이어졌다. 그동안 진행해오던 실·국별 업무보고가 아니라 ‘실·과별 자랑할 만한 업무 발표’다. 발표도 간부들이 아닌 업무담당자가 직접 진행했다. 발표내용 역시 색달랐다. 결과나 성과 중심의 업무보고가 아니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이다. 일의 성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첫 번째 주제는 과학산업과의 ‘수요자 맞춤형 산업용지 공급’과 교통정책과의 ‘도레미 교통문화운동’. 모두 대전시의 독창적인 사업으로 전국 지자체의 모범사례가 됐던 것들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례는 모두 성공담. 하지만 다음에는 실패 사례도 발표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이렇게 발표된 내용들을 모아 연말쯤 책으로 발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벌써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생생한 사례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후 그 주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몇 가지 주제를 정해 서류 없는 토론이 진행되고, 시장의 간단한 마무리말로 회의는 끝을 맺었다.송석두 기획관리실장은 “정보보고 차원의 회의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시장님과 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비록 회의 형식 하나를 바꾸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시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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