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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샘] 한영고 박여진 진로상담부장 교사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오랫동안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며 결국 학과나 직업 자체보다 ‘비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한영고 진로 프로그램 또한 ‘차이 나는 진로’ ‘사회에 기여하는 비전 찾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의 마음 읽기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혼자 방 안에서 진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마음이 아픕니다. 아픈 마음을 먼저 치료해야 진로 고민도 할 수 있는 만큼 선생님과 학교, 그리고 교육청 프로그램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학생들을 돕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요.” 학생들의 진로고민 해결과 진심으로 도움이 되는 상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영고등학교(학교장 김운) 박여진 진로상담부장 교사를 만났다.비전을 구체화하고 미래를 설계하라!대입 수시 전형에서 구체적인 진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곤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이때 학교 진로 프로그램과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한영고 진로상담부를 맡고 있는 박여진 부장교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그 무엇’이 확실하지 않은 한 중간에 포기하거나 싫증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확실한 목적 없이 인기 있는 직업군과 학과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짙은데, 비전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비전 탐구지 ‘비전 온 북’을 통해서다. ‘비전 온 북’은 제목 그대로 책 속에서 비전을 찾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먼저 각 학과별 추천도서 목록을 제시하고 진로 관련 정보 사이트도 공유한다.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혹은 ‘관심 있는’ 책을 찾게 되고(스텝1) 책 속에서 특별히 흥미를 가진 부분에 대해 스스로 정리(스텝2)하게 된다. 궁금한 부분에 대한 탐색(스텝3)을 진행한 후에는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비전을 체계화(스텝4)되는 것이다. 박 교사는 “‘진로와 연관한’ 자소서가 중요해진 만큼 스텝별로 진로를 찾고 만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독서”라며 “독서활동은 진로활동 특기사항에 기록이 가능해 자신의 구체적인 진로 찾기 과정을 입시에 녹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이 직업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 한정되어 있고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찾는 것도 어려운 만큼 ‘어떤 일에 기여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를 먼저 찾아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지를 고민하라!지난 9월 초 한영고에서는 ‘동문 선배와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비전 온 북’을 어느 정도 진행한 상황에서 진행된 구체적인 직업과 학과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소통이 가능한 쌍방향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멘토로 초빙된 선배들은 각자의 배정된 교실에서 직업, 학과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학과 및 직업을 선택해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토대로 질의응답을 통해 스스로의 비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박 교사는 “자신의 학과와 직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라는 공통 주제로 진행되어 무슨 일로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직업을 우선적으로 찾기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먼저 생각하면 나올 수 있는 직업이 더욱 다양해지고 구체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사는 “구체적인 직업과 학과를 찾고 결정하기보다는 학교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비전을 찾도록 학생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진로상담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선택과목을 보면 가치관을 알 수 있다!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과목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하지만 대입과 관련해 학생들의 과목 선택이 소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진로에 맞는 과목 선택에 도전하라고 강조하지만 학생들은 다수 선택을 따르는 상황이죠.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학생부 선택과목을 보면 학생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요. 선택 과목만으로도 ‘쉬운 걸 좋아한다’ ‘도전정신이 있다’ 등 어느 정도 가늠이 되죠. 과목을 선택할 때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끌고 가는 힘도 중요합니다.” 한영고는 학과선정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계열 및 과목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코로나로 취소된 수련회 대신 학과 탐색의 기회인 진로캠프를 1학년부와 함께 10월 15일 진행할 예정이다.자신의 꿈에 집중하라!한영고 3학년에는 일반고 직업교육과정 한 학급이 편성되어 있다. 꿈이 확고한 학생들을 위한 전문반이다. 박 교사는 “이들 학생들은 각각의 전공으로 종로산업정보학교, 아현산업정보학교 등에 다니고, 1주일에 하루만 학교로 등교해 수업과정을 이수하게 된다”며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는 경쟁률도 높아 전략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로와 학업을 동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위즈덤클라스도 운영한다. 예술, 스포츠, 창의 영역으로 진행되며 집중적인 멘토링이 더해진다. 진로고민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상담에도 집중한다.“코로나로 인해 진로고민을 혼자서 끙끙대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방에서 나오지 않고 말이죠. 많은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아픈 마음을 먼저 치료해야 구체적인 진로 개척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생들의 심리정서회복은 교육청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통, 공감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절실하죠. 학부모님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프로그램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정서회복에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박 교사는 “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교육적 목표를 갖고 운영되는 만큼 학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곧 내 비전과 진로를 찾는 것”이라며 “학교 어디든 진로가 없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2021-10-06
- [우리학교 스타샘] 정경한 보성고 윤리 교사 글을 읽을 줄 알아도 그 뜻을 모르는 ‘문해맹’ 때문에 학생 본인은 물론 교사, 학부모도 끙끙 앓고 있다. 막연히 ‘책 많이 읽으면 좋아진다’는 식의 모호한 처방전 대신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플랜을 가지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며 솔루션을 찾아가는 교사가 있다. 보성고 정경한 교사가 주인공이다.문해력을 쪼개다 “문해력이 뭘까요?” 정 교사가 먼저 물었다. ‘텍스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 뭉뚱그리지 말고 문해력을 세분화해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중이 질문 속에 담겨 있다. “문해력을 총 5단계로 쪼개봤어요.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1단계), 글에 담긴 뜻을 이해하는 수준(2단계), 글을 읽은 다음 자발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며 심화시키는 수준(3단계), 글의 속뜻을 파악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비판적 사고가 가능한 수준(4단계), 자기 견해를 덧붙여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5단계)으로 나눴습니다.” 학생의 문해력이 어느 수준인지 먼저 파악한 후 적절한 처방을 단계별로 내려야 한다고 정교사는 말한다. “고교생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대입이죠. 그렇다면 수능을 치르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의 문해력을 갖춰야 할까요? 적어도 4단계까지는 끌어 올려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2단계 수준의 문해력만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그는 다양한 수업을 통해 고급 수준인 5단계까지 학생들의 문해력을 끌어올릴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중이다. Q. 학생들에게 발견되는 문해력 관련 공통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긴 글을 읽어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국어 시험에서 8절지 한 페이지 분량의 지문이 나오면 힘들어 하죠. 호흡이 긴 글을 읽는 훈련이 필요합니다.Q. 신문 사설, 칼럼 읽고 요약하는 고전적인 방법에 물음표를 던졌지요? 글 요약하기는 학생들이 많이 하는 방식입니다. 허나 요약은 문해력 2단계 수준 밖에 되지 않으므로 여기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대학이 면접이나 논술시험에서 학생을 평가할 때 제시문을 이해하는지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갖췄는지를 봅니다. 우리 사회의 시사적 이슈가 단골로 출제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에 대한 질문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문해력 향상을 수업 속에 어떻게 녹여내나요? 1~3학년까지 학년별 목표를 세분화합니다. 1,2학년은 이해의 심화 수준인 문해력 3단계까지 3학년은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문해력 최고 수준인 5단계까지 목표로 합니다. 그동안 통합사회,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고전과 윤리를 가르쳤는데 학기 초에 수업 방식과 평가까지 종합적으로 1년간의 수업을 설계한 후 학생들과 공유합니다. 가령 교과서에 저출산 문제가 나오면 맨 처음 관련된 신문기사를 찾아 요약하고 발표, 토론의 시간을 갖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행평가용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합니다.Q. 수업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로서 교사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학생들이 해야 할 액션을 구체적으로 단계별로 쪼개서 제시해야 합니다. “글 읽고 10분 안에 5줄 이내로 요약해보자”, “친구들 발표내용 중 핵심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적어보자”, “발표 내용 중에 동의하지 않거나 의문점이 있다면 써보자” 이런 식으로요. 교사는 유능한 서기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 발표 내용 귀 기울여 듣고 칠판에 적습니다. 온갖 이야기가 튀어나옵니다. 엉뚱한 소리를 하면 참아주며 버벅대도 동기부여와 칭찬을 해주어야 하지요. “~라고 이야기한 것 맞지?”라 되묻고 칠판에 고상한 용어로 정리해요. 우스갯소리로 ‘똥 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정리’할 수 있어야 하죠. 본인 의견이 존중받으면 아이는 동급생들이 어떻게 이야기 하나 경청하고 예리한 의견이 나오면 자극 받습니다. 점점 수업 시간에 손을 드는 학생들이 많아지죠. 교사는 이슈의 원인, 찬반양론의 포인트, 해결 방안이 학생들 머릿속에 그려지도록 세심하게 수업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이런 식의 수업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 논리력, 표현력이 길러집니다.Q.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나요? 아이들의 ‘수용성’은 놀랍습니다. 동급생끼리 많이 배웁니다. 처음에 요약조차 힘들어 했던 학생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교사, 친구들 피드백 받으면서 완성한 보고서 수준이 계속 올라갑니다. 수행평가와 연결되고 입시와도 연계되니 모든 학생들은 힘들더라도 참고 도전합니다. 3년 동안 이런 식으로 꾸준히 공부하면 문해력 4~5단계까지 도달합니다. 고3들은 수시 면접이나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혼자서도 문해력 5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슈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눠 정리한 다음 스스로 원인과 해결 방안을 글로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겁니다. 왜, 비판적 사고력인가?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고시공부를 오래 했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최상위권을 지도하다 아이들을 긴 호흡으로 가르치고 싶어 교사가 됐다. “초임 교사 시절에는 윤리 과목 수능 1등급 만들어주는 게 최고인 줄 알았습니다. 적중 예상 문제 뽑아 풀리고 독특한 암기법을 고안하기도 했죠. 그러다 윤리 성적은 1등급인데 윤리적이지 못한 학생들이 눈에 보이더군요. ‘도대체 뭘 가르친 거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수능 지나면 잊어버리는 지식 말고 제자들에게 행복하게 자기 삶을 사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었다. 문해력 교육, 교사 여럿이 협업한 융합 수업,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사제동행 독서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력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가 늘 화두입니다.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본인 기준이 없으면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게 됩니다. 무기력했던 한 아이가 칭찬 한마디에 발표와 토론에 재미 붙여 사제동행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자신도 대학 가야겠다며 뭔가를 자꾸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합니다.” 2021-08-24
- 우리학교 스타샘 - 강동고 류승백 교사 “학생들이 영어공부 하는 걸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아무리 언어로써 그리고 도구로써의 영어를 강조해도 내신과 수능을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요. 많은 학생들이 말하고 쓰는 건 아예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어의 모든 영역 학습이 결국 수능에까지 큰 도움이 됩니다. 말하는 사람의 호흡을 들으며 끊어 읽기의 맥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자신에게 맞는 호흡도 찾을 수 있는데, 이게 구문해석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으로 발음해가며 암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경우는 그 차이가 크기에 반드시 입으로 말하면서 단어학습을 하라고 권합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영어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또 방법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강동고 류승백 영어교사. 그는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살아있는’ 진로·진학 지도로도 유명하다.영어의 감을 잡아라!점점 길어지고 어려워지는 수능 영어지문. 정해진 시간 내 긴 지문을 해석하고 문제를 푸는 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내신과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영어를 듣고 말하는 데에도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류 교사는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의미단위로 끊어 읽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 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문법에 치우친 영어 구문해석에 매달리는데, 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뿐더러 항상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내신 준비를 할 때, 교과서 본문 오디오파일을 자주 듣고 따라 읽어보며 독해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인다면 수능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류 교사는 말한다. “3년 전 영어뮤지컬 동아리 면접을 보는데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하는 한 학생이 있었어요.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 원어민 급이라 외국에서 살다가 온 학생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어릴 때부터 오디오북을 들으며 영어의 감을 익힌 학생이더라고요. 그때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많이 듣고 말해보는 것은 언어학습에 있어 올바른 방향이라고요.”영어학습은 꾸준히, 성실하게!중1 때 학교 영어수업시간에 ABC를 처음 배웠다는 류 교사. 중1 영어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하는 것. 단, 시험을 대비하여 벼락치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와 상관없이 평소에도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외웠다. 매일 교과서를 암송하고 다음 과로 넘어가면 지난 과도 중복해서 암기했다. 매일매일 외우다보니 시험시간엔 공부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좋았다. 이렇게 성실하게 영어에 집중한 그의 노력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영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 생활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됐다. 교과서 암기를 통해 익힌 영어감은 그를 남들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게 했고, 두 번째 학기엔 답안지를 충분히 채울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영어 단어 역시 암기가 필수다. 교과서, 부교재, EBS 등의 단어를 확실하게 암기해야 하고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난 1학기, 그는 이런 노하우를 총망라해 학생들과 작은 ‘단어 암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3학년 수특 수업 전 단어공부를 미리 하는 것. 매일 단어 20개씩을 중복해서 외웠다. 1주일에 단어 100개. 단, 눈으로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직접 단어를 말하며 테스트를 치렀고, 입으로 유창하게 나올 때까지 시험은 이어졌다. 내신과 모의고사 영어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그 대상이었다. 결과는? “수업시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학생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시간에 자기가 아는 단어들이 나오니 수업에 집중도도 높아졌고요. 특히 ‘말을 하며 단어 공부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학생들의 피드백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경험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진로 상담 류 교사의 경력은 조금 특별하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물리학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대기업에 입사해 연구원 생활을 했다. 연구원 생활은 즐거웠고 성취감도 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싶다’는 마음이 맴돌았다. 과감히 회사를 떠나 교사의 길을 택한 건 오롯이 어릴 때의 꿈(물리학자·공학자·교사)중 하나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녀 영어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 초중고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래서 학교를 떠나기 싫었죠. 학교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교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류 교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의 진로고민을 상담한다.“제가 물리학자란 꿈을 갖게 된 건 물리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일찍 진로와 진학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학종의 한 트랙이라면,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진 못했을 땐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에 관련된 진로와 진학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교과에 대한 관심이과 역량이 세특에 자연스레 녹아나고 대학진학에 있어서 경쟁력도 키울 수 있겠죠.“ 류 교사는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1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대비보다는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한 분야로 파고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며, 미리 진로를 결정하기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좁혀가는 과정이 나을 수 있다는 것.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과목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진로가 확고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잘하고 못하고’ 혹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을 가려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진로를 좁혀가 보길 바랍니다.” 2021-07-27
- 우리학교 스타샘 - 한대부고 윤윤구 교사 한대부고 학생들의 진로개척과 지적 호기심 발현을 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개발, 운영으로 학생들의 큰 발전을 돕고 있는 한대부고(학교장 최은혜) 윤윤구 융합인재부 부장교사. 대외적으로는 고3을 위한 입시 전략, 고입·대입 설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EBS 입시 대표 강사이기도 하다. KT 언택트 입시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한대부고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학생중심 수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는데 거기엔 윤 교사의 역할이 컸다.“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은 진로와 진학이 함께 이뤄지는 것입니다. 아직 고1, 중학생이라면 우리 아이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그 관심을 발현시키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의 진로가 확실한 학생들은 거의 없습니다. 학교 진학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입시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큰 오해 중 하나는 수시와 정시를 따로 생각하는 것인데요. 수시를 준비하면서 지식의 폭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의 양이 늘어나 정시 능력 또한 향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부터 수시와 정시를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모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입시전문가 윤 교사에게 변하는 대입에 대해 들어봤다.Q. 학종에도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 현 고등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무엇인가?-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목 이수다. 현 대학교 1학년생 이상에게 적용됐던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종에서 교과성적, 교과세특(활동), 비교과 3가지 비중이 컸다. 하지만 2015개정교육과정은 완전히 바뀌어 교과, 교과활동, 비교과 외 이전에는 없었던 ‘선택과목’이란 큰 평가요소가 생겨났다. 이제까지 학종에서 교과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3이었다면 현 교육과정에서는 이전에 비해 내신 성적의 비율이 다소 줄어들게 된다. 대신 교과 활동의 중요성은 커져 교과세특이 학생부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됐다.여기에 일반선택, 진로선택, 전문교과 등의 교과 선택이 더해진다. 일반선택은 수능과목으로 이제까지의 체제와 큰 차이가 없지만, 진로과목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는 중요 평가 항목이 된다. 전문교과는 학교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전문교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일반고에서 심화과목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다. 다만 거점학교를 활용해 심화과목을 들었을 때엔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전문교과까지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이 굳이 전문교과를 선택해 낮은 성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필요도 없다.일반고 많은 학생들이 ‘우리학교에는 과목 선택의 폭이 좁다’고 불안해하는데 과목 선택의 폭이 넓어 많은 과목을 선택했다고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따라 과목 선택 기회 자체가 배제된 경우 대학도 충분히 감안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학생들도 충분히 인지하길 바란다.Q. 1학년 때 진로가 명확하지 않다고 불안해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은데?-고등학교 1학년 때 진로가 확정된 학생 별로 없다. 많은 학부모님들이 ‘1학년 때부터 진로가 확정적인 아이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대학은 절대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물론 아주 가끔은 진로가 명확한 학생들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매우 낮은 비율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 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면 된다. 이때 학교 내 진로, 진학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진로를 풀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우리학교의 경우 성적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참여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모든 프로그램은 독서를 기반으로 진행,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학생들의 의지가 반영된다. 고1,2학년들은 진로, 진학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부모에 의해서 강제된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3년 동안 ‘의사-의사-의사’로 작성한 학생보다 ‘건축-회계사-의사’로 작성한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폭 넓은 지식의 양을 보여줄 수 있다.Q. 수시와 정시를 언제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수시 따로 정시 따로’라는 생각보다는 수시와 정시를 함께 준비한다는 마음을 갖는 게 맞다. 학종 대비를 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시 성적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의 양이 늘어난다는 말이다. 학종 대비를 하며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은 학습을 받아들이는 능력 또한 빨라지고 커진다. 학종 준비가 꾸준히 잘 된 학생들은 대체도 성적향상도 보인다. 특히 서울 상위권이 목표라면 더욱 수시와 정시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많은 학생들을 지켜보며 입시는 진학과 진로는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진학과 진로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바로 학종이다. 때문에 학생이 좋아하는 진로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학생들의 진로를 학부모님들이 무시하고 거부할 때 학생들에게 큰 고민이 생겨나게 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을 가길 희망하면 그 진로를 위해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래야 성적도 쉽게 오르고, 활동의 폭도 커진다.Q. 교과세특에 대한 고민이 많다. 교과세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교과세특은 교과활동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수업시간 발표와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수행평가도 있지만 공식적인 평가의 과정이라 한계가 있다. 진로가 정해졌다면 진로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분명 수업시간 내용과의 접점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진로와 관련된 지적 호기심을 수업시간에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이다. 이렇게 접근하는 순간 세특에 대한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세특을 어떻게 써야 하나?’를 고민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지적 호기심을 이 수업 시간엔 어떻게 드러내지?’ 이 질문을 항상 기억하라. 이걸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힘들다면 수업시간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와의 접점을 연결시키면 된다.이렇게 교과세특이 작성되면 그 세특에는 ‘이 학생이 어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화려한 문구로 작성된 세특보다 지적호기심을 풀어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명확한 세특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Q.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데 독서활동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고민이 많은데?-학생들이 독서를 위해 가장 먼저 검색하는 것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도서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필독서’ 역시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궁금해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전해서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책이다.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찾다보면 어쩔 수 없이 스테디셀러가 나올 수는 있지만, 이런 과정 없이 유명 도서를 찾아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울대 입시에서 그해 지원한 학생들이 읽은 책이 15000여 권인데 그 중 9000권이 그 누구도 읽지 않은 ‘단 한명’이 읽은 책이다. 자신의 진로와 관계해 궁금해 하며 파고들어가 읽은 책인 것이다.또, 같은 책을 읽어도 지적 호기심이 다르기 때문에 읽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고, 다음에 연결되는 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필독서 목록에 2020-08-19
- 우리 학교 스타샘 배재고 반양균 수학교사 학교생활이 늘 즐겁다는 반양균 교사. 아이들과 부대끼는 일이 항상 재미있고 교사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시간도 행복하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비해 매우 해맑고 긍정 마인드로 똘똘 뭉친 반 교사.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교사로서 진정 행복한 마음과 활기찬 행동이 그대로 전달되었다.학생들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교사 되고파반양균 교사는 올해로 교사생활 9년차이다. 중2때 국어를 가르치시던 담임선생님이 정말 멋있게 보이고 좋아서 어린 시절부터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 시절 당연히 체벌도 있었으나 맞아도 기분 나쁘지 않았던 선생님,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셨던 선생님이셨다.“강압적이지 않은 선생님이셨지요. 교사로서 당연히 학생들을 따끔하게 혼내는 일은 필요했지만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는 불필요한 감정을 넣지 않으셨어요. 학생들을 인정해 주시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평생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남아 있습니다.”교사의 꿈을 성실하게 키워 오던 반 교사도 고3때 당구를 배우며 학업에 소홀해졌다. 이후 재수를 하며 공부에 다시 집중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반 교사가 학생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학교 밖 생활에 관심이 많아지는 아이들, 공부에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는 학생을 다시 제자리로 이끌기 위해 학생들과 차분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갖는다.반 교사 역시 배재고 학생들에게 ‘내가 혼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 주시는 선생님’,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늘 차분하고 진정된 마음으로 대해주시는 선생님’, ‘혼나도 기분 나쁘지 않고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선생님’으로 통하고 있다.학생들이 참여하는 수학수업으로 흥미 돋워“고등학교 때 수학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배운 원리를 적용하고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고드는 공부가 매력적이었지요. 그래프를 그리면서 그림과 식이 맞아 떨어지는 미적분에 빠져 들었습니다. 도형문제 역시 참 좋아했습니다.”반양균 교사의 수학수업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2학년 이과반 수업을 이끌며 학생들과 더욱 소통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1학기에는 교과서로 개념 수업을 하고 반 교사가 직접 만든 부교재 내용을 활용했다. 부교재는 반 교사가 정리한 심화 내용과 관련 문제들로 이루어졌는데 학생들의 수학능력향상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2학기에는 학생 2명씩 조를 이루어 미적분Ⅱ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조 별로 만든 영상물이나 프린트 내용을 반 교사에게 미리 감수 받은 후 수학수업 시간에 학생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가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수업 방식은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고 수학 포기자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2학년 때 이런 수학수업을 한 학생들은 고3에 올라가서도 수학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다. 학생부의 수학 과목에 대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역시 학생 개개인의 활동과 개성이 실린 내용으로 채워졌다.끊임없는 관심과 용기가 학생을 바꿀 수 있어“어느 날 격투기 운동을 하던 친구가 고3 올라가며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며 찾아왔습니다. 이미 수학도 포기하고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던 학생이었습니다. 담임을 맡던 학생은 아니었지만 1년간 꾸준하게 학생의 수학공부를 지도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이 가져오는 문제 수준을 보며 ‘이것도 몰라’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점차 수준이 올라가며 수능 수학에서는 92점을 받아왔습니다.”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보며 끊임없는 관심과 지속적으로 건네는 용기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가정환경이 좀 달라 반 교사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던 학생, 어려운 가운데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마음을 전했던 학생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학생들을 살뜰히 살핀다고 노력했지만 학년이 바뀌며 간혹 계속적인 관심을 쏟지 못했던 학생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품 안의 자식’이라는 말이 맞더군요. 학년이 올라가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니 제 스스로 떠나보내는 마음도 있지요. 졸업식을 치르고 나면 또 한 번 아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보냅니다. 다시 새 학년을 맞으며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졸업한 후 어엿하게 성장하여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면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어떻게 같이 지내볼까?’, 늘 아이들과 함께교사로서 후회와 슬럼프가 없었다는 반 교사. 순간적인 사건이 생겨서 간혹 힘들 때도 있지만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에게 큰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어떻게 잘 지낼까’, ‘학생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지’, ‘발랄하게 이야기하자’, ‘아이들의 리액션에 힘을 얻자’. 이런 생각들은 그가 교사로 하루하루를 열며 늘 생각하는 일상의 모습이다.학생들과 같이 땀 흘리며 축구도 하고 학급에 일본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으면 길을 걷다가도 그와 관련된 사항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역시’라고 동감하며 좋아하는 모습이다.“학생들을 이해하고 ‘나도 예전에는 그랬었지’라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잘 엽니다. 제가 가르치는 1년 동안의 모습만을 보고 학생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는 시기, 스스로 생각을 키워 나가는 시기의 학생들은 소중하고 따뜻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다루어야 합니다.”그래서 학생들은 그를 ‘우리를 이해하는 따뜻한 선생님’으로, 때로는 ‘우리를 알아봐주는 삼촌 같은 사람’으로, 때로는 ‘허물없이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분’으로 이해하며 따른다.‘나의 인생’이라는 주제로 학생 간 소통 이끌어그는 학생들을 깊이 있게 보고 섬세하게 관찰한 후 늘 메모로 남긴다. 강의식 수업보다는 수준에 맞는 개별학습을 중요하게 여기고 바뀌어나가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중이다. 학급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인생의 경험, 자라는 과정에서 삶에 영향을 많이 주었던 일, 마음 아팠거나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학생들에게 ‘나의 인생’이라는 주제를 던져주니 아이들이 할 말이 참 많더군요.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고민이라는 학생부터 왕따를 당했던 솔직한 감정, 사건과 사고 경험 등을 통해 마음 속 이야기를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하는 아이도 있었고 책 소개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던 학생도 있었습니다.”학생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겸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가지며 학급 분위기 역시 더욱 따뜻해졌다고 한다. 서로의 장단점을 알아가고 친구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며 끈끈한 우정을 엮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큰 보람이다. 학급에서의 이러한 활동은 반 교사가 꼼꼼하게 적는 학생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나 행동 특성 및 종합의견을 적는 생활기록부에도 잘 나타난다. “아이들 파악을 잘 하고 있다 보니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학생 개인에 대한 평소 기억과 적어 둔 메모를 기반으로 생각을 되짚으며 하나씩 정리해 나갑니다. 한 편의 그림을 그리듯 아이의 모습을 종이 위에 글로 풀어내면 한 해 동안 학생과 함께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의 교사로서의 꿈은 학생들이 올바르게 잘 성장해 2019-12-26
- 우리 학교 스타샘 - 영파여고 임은혁 3학년부장교사 1993년 영파여고 부임.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임은혁 교사는 영파여고에서 27년의 세월을 보냈다. 고교시절 국어선생님이 좋아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후 교사가 된 그는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나가고 있다.‘학년 체제’로 학생들과 끈끈한 관계 형성“3년간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오며 정이 듬뿍 들었는데 곧 졸업시켜야 할 일이 참 아쉽네요. 처음 입학한 1학년 때부터 3학년 수험생이 된 지금까지 꾸준하게 봐 온 아이들이라 각자의 성격과 개성도 잘 알고 있어서 더 내 자식 같은 애틋함이 있어요.”임은혁 교사가 몸담고 있는 영파여고는 1학년 신입생 때 학년부장을 맡은 교사가 학생들의 진급에 따라 교사도 함께 학년을 따라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해 고3 학생들은 1학년이었을 때부터 임 교사가 같이 진급하며 연결고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온 학생들이다.이러한 학년 체제는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학생파악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담임교사들과 함께 학생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진학진도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점이 좋다. 학기 중간에 전학을 와서 적응하느라 나름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안정을 찾아가는 학생도 좀 더 잘 살필 수 있다.“늘 선생님들에게는 ‘담임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시간’이라는 점을 강조해요. 긴 시간 동안 여러 방향으로 학생 분석을 해왔기에 담임교사와 의사소통과 교류가 잘 됩니다. 학년 체제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함께 꼼꼼하게 지켜볼 수 있는 점은 교사로서 큰 보람입니다.”상처 품고 졸업한 학생은 늘 기억에 남아27년간 성실하게, 교직이 천직이라 여기며 지낸 임은혁 교사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교사 5~6년차에 접어들며 직업인으로서의 회의가 들기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정을 떼기 위한 행동인지 학생들이 지나친 말대답이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학생들의 태도에 실망을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가 힘든 시기를 경험했다.“학생의 불손한 태도가 마음의 상처로 남아 다른 선생님들께 여쭤보면 또 다른 면으로 그 학생을 평가하시더군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이들은 ‘내가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것을 점점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 나가니 교사로서 관대해지는 마음이 생기더군요.”임 교사는 자신이 영파여고에서 3년간 만나는 학생들의 인생의 성장과정 중 한 시기를 함께 나눈다는 점, 성장이 진행 중인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생각, 아이들의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잠깐 함께 서 있으며 보듬는 일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을 변화시켜 나갔다.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있다. 도벽이 있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누누이 이야기하던 학생, 가출을 해가며 상처를 입었던 학생은 가슴 한 곳에 쓰라림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졸업 후 잘 된 학생도 참 반갑고 좋지만 ‘내가 혹시 그 학생을 부족하게 대하지는 않았을까’라는 미련이 남는 경우도 있어 현재 만나는 학생들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려 노력한다.“5년 전에 가방 디자이너가 된 학생이 학교로 선물을 보냈어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핸드백이었지요. 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선생님의 말씀이 힘이 되어서 늘 새기고 살았다’, ‘그래서 지금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잘 살고 있다’는 편지도 함께 보냈어요. 가슴이 뭉클하며 교사로서 어느 한 아이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 되어 참 보람되기도 했어요.”가방을 선물한 학생에게 만나서 밥을 함께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지만 학생은 부끄러운지 아직까지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임 교사는 만족한다. 성격상 선뜻 다가오기 힘든 학생이라도 소신을 지켜가며 스스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서 많이 고맙다.내신 4~5등급 학생도 대학 잘 보내고 싶어요학년부장 자리는 늘 책임감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다. 임 교사는 3년간 학년부장을 맡으며 고교프로파일 정리, 진로와 진학을 위해 30~40개의 프로그램 개발, 학년 간 협업 탐구를 진행해 학급별 문집을 만드는 일, 과목별 주제탐구보고서 만드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일을 진행했다.1학년 때는 진로 찾기의 기초로 학업과 비교과를 함께 하는 다양한 경험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 2학년은 진로 찾기의 심화과정으로 학업과 비교과의 구체적인 경험 활동, 3학년 때는 진로 확정을 위해 전공적합성을 고려해 전형 대학 학과를 정하고 수능준비를 마무리 하는 시간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진로진학서포트제를 이용해 학생 또래멘토링, 졸업생과 전공인 멘토링, 학부모와 함께 하는 대입전문가 멘토링, 교사 상호간 멘토링을 꾸준히 진행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교사 간 다양한 정보들이 오가며 내실을 더 기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진학 유형에 따라 학종반, 심화탐구반, 면접반, 자기소개서반, 적성반 등을 따로 꾸려 다양하게 진학 지도를 이끌기도 했어요”성적과 비교과가 우수한 학생을 원하는 대학에 잘 진학시키기 위한 방법, 전공적합성에 따라 학과 선택을 더 신중하게 하기 위한 상담, 도움을 요청하는 학생은 모두 면접 준비를 도와주는 일을 교사들과 함께 했다.내신 4~5등급 학생도 대학에 잘 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양한 대회를 개최해 수상의 기회를 경험하게 하고 교사 간 협업으로 학생 파악에 더 신중을 기했다. 적성고사 준비반을 따로 꾸려 방과 후 수업으로 진행하며 학교에서 다양한 입시준비를 이끌었다.“학교를 믿고 학교 프로그램을 선택한 아이들에게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소수로 운영한 적성고사 준비반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을 더 살필 수 있었지요. 학원으로 몰리기보다는 학교 안에서 다양하게 입시 준비를 하며 우리 아이들이 성적과 적성에 맞게 대학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했지요.”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중 1차 서류 전형 통과자가 서울대 6명, 고려대 10명, 연세대 5명이 나왔다. 일반고인 영파여고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의 진정성이 대학에서도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외 대학 1차 합격과 적성고사에서도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교사 간 협업 통해 기틀이 더 튼튼해졌어요“제가 3년간 일맥상통하는 긴 프로그램으로 학생 지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료 교사들이 늘 함께 해주셨기 때문이에요. 선배 교사들은 ‘임 부장, 믿고 함께 할게’, ‘같이 해볼게’ 늘 이런 말씀들을 하시며 지원해주셨어요. 힘이 솟았지요. 후배 교사들 역시 믿고 따라 주셔서 좀 더 신속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학생들을 만나며 점차 책임감이 강해지는 마음이 생겼다면, 동료 교사를 통해 협조와 조화가 가져오는 큰 힘을 경험하고 있다. 임 교사가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생각해라’, ‘지금의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꿈을 버리지 마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늘 자신에게도 문득문득 던지는 말이다.“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 학교 프로그램 체계화에 더 욕심을 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3년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지요. 우리 아이들이 더욱 행복하게 성장해 나가는 공간이 되기 위해 다듬고 또 기틀을 마련하는 시간이었어요.”학생과 교사 모두가 즐겁고 온전하게 자기자리 찾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임 교사. 학교 축제인 송학제에서 1달간 교 2019-12-04
- 스타샘 보인고 강이욱 교사 학생부종합전형,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기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학생중심수업을 진행해 온 보인고등학교(학교장 김종환) 강이욱 국어 교사. 학생들의 국어 학습 역량은 물론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까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보인의 ‘젊은 브레인’이다.“국어수업의 목표는 읽는 힘, 생각하는 힘, 소통하는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힘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습니다.”지금의 변화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학습과정을 10여년 꾸준히 이어온 강 교사를 만나 그가 지향하는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10여 년 간 이어온 학생중심수업처음 학생참여수업을 시작했을 때 학생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창작풍자극, 저자인터뷰, 시영상UCC, 자신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서 라디오에 사연 보내기 등등.학생들의 한숨 속에는 ‘저걸 어떻게 해?’ ‘내가 할 수는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숨어있었다. 하지만 강 교사의 확실한 방향 제시 안에서 학생들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과제를 수행해나갔고 한 학기를 마쳤을 때의 성취감과 한층 성장했다는 자부심 또한 커져갔다.강 교사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국어교사모임 내 고교수업연구모임에서 꾸준히 교수법을 공부하고 있다.“보인고의 훌륭한 선생님들과 전국의 국어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걸 보고 배웁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참여한 고교수업연구모임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고 응용하며, 또 새롭게 수업방식을 개발해 수업을 진행하죠. 변하지 않은 건 꾸준히 학생중심의 학생참여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불만도 많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자연스러운 수업형태로 정착되었습니다.”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학생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지만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는 수업은 책을 읽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는 ‘독서’수업이다. 대화 보고서, 저자 인터뷰, 서평 쓰기, 시집을 읽고 시경험 쓰기 등 책을 활용한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보인고 국어 시험은 어렵다?‘보인고 내신’하면 어렵다고 송파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정평이 나있다.강 교사는 “학생들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아울러 ‘어렵다’는 말은 외부 기관의 평가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객관적으로 60점 만점에 평균이 48점 정도 나온다면 그리 어렵다고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변별력으로 인해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될 순 있지만, 학교 수업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문제를 충분히 풀 수 있는 정도의 난도라는 것.그는 “새로운 문제의 유형이라기보다 수업 시간에 충실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인다.국어교사로서 강 교사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국어 공부의 핵심은 ‘역량’을 키우라는 것이다.“문제풀이식 공부, 누군가의 강의를 듣고 그 지식을 암기하려고 하는 방법으로는 국어를 잘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6가지 핵심역량(자기관리/자식정보처리/창의적사고/심미적감성/의사소통/공통체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국어는 다른 과목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고 역량이 특히 더 중요한 과목이라 지식 위주의 암기보다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고등학교 대비한 폭넓은 독서 중요또, 강 교사는 보인고 진학을 고려하는 예비고1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그는 “자사고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성실히 노력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보인고의 좋은 환경과 친구들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가 겪은 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학부모독서모임에서 교육 관련도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내신 관리를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1학년 끝난 즈음 전학을 권유했는데 아이가 ‘전학을 가고 싶지 않다. 보인고에 다니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생겼다’고 말했다고요. 그러면서 ‘성적, 대입 모두 중요하지만 아이가 공부하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생겼다고 얘기하는 학교면 그냥 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고마웠습니다. 내신의 불리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적 비교를 통해 보정되는 면이 있고, 공부하는 환경 또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고등학교에 비해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학생들에겐 교과공부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대비한 ‘폭넓은 독서’ 역시 중요하다. 재미있으면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책을 읽는 게 고등학교 공부를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가는 방법이라 강 교사는 강조한다. 교과서 개념 설명부분을 혼자 읽었을 때 ‘아! 이런 내용이구나’를 이해하면 그 학생은 교과공부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것.“고1이면 고1 교과서를 읽을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그 과목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안 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아요. 독해력이 떨어지든가 배경지식이 부족하든가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런 학생들은 공부를 해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렵고 재미없게 느끼고 누적되면 격차가 더 벌어지죠.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입니다.”학생들에게 ‘바른 길’ 제시하는 교사 되고파중·고등학교 시절 학교의 억압적 분위기가 싫어 ‘내가 교사라면’라는 생각을 유독 많이 했다는 강 교사.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사의 꿈을 키웠고, 그는 교사가 됐다.학생들을 위한 수업에 충실하며 꾸준히 자신의 신념을 지켜온 그. 사회와 조직의 분위기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흔들리지 않는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1학년 담임을 맡으면 학기 초 꼭 진행하는 ‘친구만남보고서’ 역시 그만의 철학이 담겨진 수업이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상대방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그 친구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 갓 입학한 생소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데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많았고, 학생부종합전형과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기 전에는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 긍정의 효과도 있었기에 그는 이 보고서 과제를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그런 수업들이 학생들에게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제 수행 과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과의 신뢰는 물론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도움이 됐으리라 확신합니다. 옛날엔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끊임없이 공부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준 선생님’으로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항상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집중하는 강 교사는 서울, 대구, 부산, 경기도, 강원도, 충남, 전남 등의 교육청과 교사모임 연수에서 활발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2019-11-20
- 방산고 박종영 진학부장교사 박종영 진학부장교사는 방산고에서 7년간 재직 중이다. 일반적으로 공립고 교사는 5년 단위로 학교를 옮기지만 그는 연속 유임되어 7년 동안 방산고에 재직하며 학생들의 진학과 생활지도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전문적으로 진학지도를 하며 방산고의 입시실적은 눈에 띌 만큼 성장했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도 더욱 높아졌다.대위로 예편, 서른에 교편을 잡다교직생활 30년째 접어들고 있는 박종영 교사의 이력은 독특한 면이 있다. 대학 졸업 후 장교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한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윤리교육을 전공한 후 군 생활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시기였다.“초등학교 때 집에서 학교까지 4km 정도, 10리라 불리는 길을 매일 걸어 다녔지요. 전북 진안 구릉지역에 살다가 전주로 전학해 외가에 머물며 중학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한학자시던 외할아버지께서 매일 밤마다 삼국지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들으며 의지와 동기부여, 효의 중요성을 차츰 깨달아갔습니다. 점점 목표의식이 뚜렷해지며 처음에는 600명 중에서 400등 하던 성적을 30등 이내로 끌어올렸습니다.”당시 사범대의 4배 정도 되던 등록금의 부담감 때문에 한의대 입학이 좌절된 점은 그에게 큰 아쉬움이었다. 아픔을 딛고 군 생활에 6년 정도 집중했지만 ‘부당한 일이 정당화되는 것’이 힘들게 느껴져 대위로 예편했다. 그는 나이 서른에 교육자의 길로 들어섰다.첫 발령지였던 전북 소재 중학교를 시작으로 구로구 영림중, 여의도 윤중중, 영등포 양화중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아 나갔다. 양화중에서 교무부장을 하던 2011년 2월, 건강검진에서 조기 위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3월 학기 초 바쁜 시기를 넘기고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 4월에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무슨 일이든 하려고 노력하면 목숨을 바쳐 돕습니다. 과거 나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힘든 일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 끝까지 책임지며 이끌고 싶지요. 물론 잘하는 학생도 잘 보듬어야 하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은 더 세세하게 보게 됩니다.”방산고로 이직, 아침·저녁 자율학습 이끌다건강을 회복해가며 2012년 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 첫 학교가 방산고. 부임 첫해 윤리와 사상 과목을 가르치며 교무기획부장직을 병행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고3 담임과 더불어 진학부장을 겸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직하며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했고 진학지도의 방향과 입시 상황에 대한 분석도 철저하게 익혀 나갔다.“2013년부터 자사고에서 중학교 상위 성적 50% 이내 학생들을 선발하며 일반고가 힘든 시기였습니다. 2015년까지 어려운 시기를 거치다가 2016년부터 학생 수가 늘어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진학률이 점점 좋아졌습니다.”방산고에서 학생들의 대입 진학률이 좋아진 이유로는 자기주도학습인 ‘학이시습지’로 불리는 아침 자율학습 활성화와 저녁 자율학습시간을 들 수 있다. 희망자에 한해 매일 오전 7시에 등교해 차분한 분위기에서 50분간 집중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는 교사와 자율적으로 참가한 학부모가 자율학습 지킴이를 병행한다.“‘학이시습지’ 시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2017년부터 진학률이 매년 좋아졌습니다. 80명에서 100명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면학 분위기를 주도하는 몇몇 아이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며 학습 분위기가 매우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과학중점반, 이과반과 문과 남학생반, 문과 여학생반을 따로 운영하며 매일 아침 4개 반을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습니다.”박종영 교사는 매일 아침 6시 40분까지 출근하여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피곤하지만 학업의지를 갖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밝은 얼굴로 맞이하고 격려와 용기를 주는 말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그의 큰 역할이었다. ‘인생은 열아홉 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할 수 있다’, ‘꿈과 도전에 최선을 다해보자’,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는 박 교사의 끊임없는 자극과 격려는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하나씩 변화하게 만들었다.연속적인 진학지도로 진학률 높이다“집에 가면 늘 녹초가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일도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지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끄는 데 보람을 더욱 느끼면서 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오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골의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기도 했고 아픈 후에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더 베푸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방학 때 하루도 못 쉬고 아이들 개인면담을 진행하고 진학지도를 풀타임으로 하다 보니 때로는 많이 지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박 교사의 꾸준한 지도에 따르던 학생들이 서울대를 비롯해 의·치·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과학중점반 학생들의 실력이 탁월해지면서 그는 더욱 신나게 진학지도를 했다. 2018년부터는 문과 대입 진학률도 더욱 좋아지며 진학지도교사로서의 자신감도 더욱 상승되었다. 교사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보려하지 않는 자세,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더욱 길러졌다.학생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한 번 해볼까?, 가능하지’라는 따뜻한 말로 아이들에게 용기와 동기부여를 주는 그를 학생들은 줄을 지어 찾아온다. 7년 전에 진학지도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학생의 학부모는 매년 감사 인사를 하러 오기도 한다.“진학지도전문가는 오랫동안 쌓은 진학 노하우로 학생들을 객관적으로 지도합니다. 3월 진학지도 간담회를 열면 3학년 학부모만 100명 넘게 참여하지요. 일반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전략, 일반고의 불신을 깨는 것이 학생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진학지도교사는 매년 꾸준히 진학지도를 해야 전문성이 더욱 강화됩니다. 거기에 열정과 봉사정신까지 함께 하면 아이들의 입시 결과는 만족할 만큼 따라옵니다.”교사공동체의 협조가 학교발전 이끈다박 교사는 학교공동체의 발전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 되어야 한다고 여기지만 그 중에서도 교사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근래 들어 교사 개인의 행복지수도 매우 소중하게 다루는 추세지만 인재를 길러내는 교사라면 ‘열정’과 ‘신뢰’를 기반으로 학생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교사 기준에서 생각하여 학생들이 ‘건방지다’, ‘나대다’로 평가하지 말고 내 아이처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고자 하는 아이는 이끌어라’, ‘아이들의 기를 죽이지 마라’는 말은 박 교사가 동료 교사들에게 늘 건네는 말이다.“교사의 열정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줍니다. 꼭 진학관련 상담이 아니라도 학생 스스로 찾아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성공적으로 지도하면 교사 스스로도 자신감과 더불어 큰 성장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교직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박종영 교사. 그 스스로 아무런 후회 없이, 성심껏 학생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평한다. 남은 교직생활 기간에도 고3 담임을 맡고 진학지도를 위해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한다.“전략적인 내신관리법, 입시면담, 생활기록부 분석,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학생 한 명 한 명 진이 빠지도록 진 2019-09-18
- 창덕여고 김호순 3학년부장교사 올해로 교직에 몸을 담은 지 31년이 되었다. 여러 고등학교에서 재직하며 2019년까지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매년 담임을 맡았다. 31번 동안 학급의 아이들과 부대끼며 쌓은 추억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수학을 가르치며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20대 중반, 열정적으로 임했던 교직생활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는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담고 있는지 추측이 가능합니다.”창덕여고에서 그는 5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고에는 첫 부임했기에 딸같이 예쁘고 재기발랄한 아이들과 생활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우리 반 아이들은 유난히 예뻐요. 자기표현도 잘하고 솔직하고 서로 우애 있게 지내지요. 제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소박하게 담임 생일도 챙기고 함께 나눌 줄 아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더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첫 부임 학교에서 아팠던 학생을 떠나보내며군 제대를 마친 그는 1988년 9월에 구로고로 첫 발령을 받았다. 구로고의 학생들과 겨우 6~7살 차이나는 ‘큰 형’같은 담임으로,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학급 학생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여러 학생들을 만나며 교사의 역할에 대하여 더 깊은 생각을 펼쳐나갔던 시기이기도 했다.“학급에 몸이 아픈 학생이 있었지요. 매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태워서 등교를 시키셨어요. 어느 날 가정방문을 했더니 그 학생 방의 네 면이 모두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더군요. 몸이 아파 결석을 자주 해도 공부를 놓지 않고 성적을 잘 유지하기 위해 혼자 부단히 노력했던 아이였어요. 가정방문 2주 후에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나며 반 학생들과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바다로 여행가는 것이 꿈’이었던 학생의 바람에 따라 동해 바다에 학생의 유골을 뿌렸다. 이 일을 계기로 반 학생들과 함께 허심탄회한 인생 이야기와 눈물을 나누며 학급의 비행청소년 3명이 마음을 다잡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을 대할 때는 ‘인간적으로, 학생에 대한 이해를 더 넓게 하자’고 김호순 교사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학생과 교사 입장에서 다양한 개선 사항 건의해1990년대 부임한 고교는 교사 간 수직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학교에서 최연소로 3학년 담임을 맡은 김호순 교사는 교사경력이 짧아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학교 내 불합리한 정책들이 눈에 자꾸 보였다.“교내 불합리한 제도에 맞섰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 교내 정책을 고쳐 나가고 학생 편에서 개선 사항을 건의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지요. 나름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불합리하게 느껴졌던 제도가 조금씩 바뀌며 학교생활이 안정을 찾아갔습니다.”2010년에는 과학중점학교인 강일고 개교 준비교사로 활동하며 1학년 부장을 맡았다. 처음 학교 문을 여는 일을 하다 보니 교가와 교표 만들기, 학교 기자재 구입까지 다양한 일들에 참여했다. 매일 밤 11시가 넘도록 학교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시간이었다.개교한 강일고에서는 교무업무와 학년업무, 통계업무가 유난히 많았는데 교사들이 반복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다양한 업무를 하기 위래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2002년에 잠실고 재직 시 엑셀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번을 넣으면 내신을 볼 수 있는 내신변화 시스템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강일고에서도 방과 후 학교 관리시스템, 자율학습 운영 프로그램, 행정업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간 프로그램까지 체계적으로 100가지가 넘는 프로그램을 시스템화했다.“재능기부 형식으로 컴퓨터 활용능력을 이용해 내가 한 번 고생하면 되더군요. 처음엔 제가 고생은 하지만 안정적으로 만들어두면 누구나 이용하며 시간 절약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행정적인 일이 빨리 끝나니 교사들의 피로가 줄어 아이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창덕여고에서 성적관리와 진학시스템 체계화세세한 부분까지 공을 들이며 김 교사가 만든 학교 프로그램 시스템은 상황에 맞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창덕여고에서도 부임 첫 해부터 학생들의 내신과 모의고사, 졸업생들의 진학 상황 등 ‘창덕맞춤형’ 진학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학부모님들과 진학상담을 하다보면 자녀의 성적과 지원가능 대학 예측, 체계적인 졸업생들의 자료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매년 학생들의 입시관련 상황을 분석하여 데이터를 구축하며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요.”그는 3학년기획교사와 3학년부장교사를 거치며 후배 교사들과의 화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입시관련사항을 함께 공유하고 3학년 전체의 큰 흐름을 잡아나가고 있다. 지시와 사소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는 점, 안되면 ‘진정성 있게 내가 하면 된다’는 낮은 자세로 동료 교사들을 이끌고 있다.“교사든 학생이든,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는 부분이 중요하지요. 교사는 점점 경력이 늘면서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지만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꾸준히 필요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로 학교와 개인의 생활에 충실하다보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생각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학생들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시대와 문화가 달라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김 교사. 요즘 학생들은 땀을 흘리며 몸을 쓰는 운동을 많이 줄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걱정이다. 끈끈한 교우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고민의 수준에 때론 놀라기도 한다.“저는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중2때 학업의 방향을 고민했었죠. 하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과 열정을 꺾을 수 없어서 사립고 3년 장학생으로 인문계고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선택이나 군대, 직업선택 시에도 늘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놓였었지요.”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게 고민을 시작한 중2 시절이 김호순 교사의 인생에서 가장 아프면서도 성장했던 중요한 시기였다. 이후 다른 과목에 비해 보충수업과 정규수업이 많은 수학과 교사를 하면서 자투리 시간은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으로 신체를 단련했다. 운동을 하며 ‘잘해도 질 수 있고 못해도 이기는 경우가 있는 것이 인생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점을 느낀다는 그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한 가지는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은퇴 후 학창시절 꿈 실현해보고파고등학생 시절 수학과 물리 과목이 정말 좋았고 영어 역시 흥미가 많았다는 김호순 교사. 어떤 공간에서든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면 집중력 있게 공부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적 욕구가 높았던 학창시절 자신의 모습을 앞으로 더 찾아가기로 했다.교직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그동안 못했거나 미뤄두었던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해외여행과 어학연수를 겸하며 영어를 좀 더 능숙하게 배워 보는 시간, 본인의 재능을 살려 지역 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싶은 바람이 있다.“학생밀착형 교사로 살아오다보니 졸업 후 명절에 세배를 오는 학생도 있더군요. 대견스러워 웃음이 많이 2019-07-24
- 우리학교 스타샘 방산고 차수열 자연과학부장교사 기본이 튼튼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과중수업교직생활을 시작한지 32년. 80년대 후반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차수열 교사는 방산고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교사 시절 초창기에는 소명의식과 책임감 등에 대한 고민으로 헤맸던 시간도 있었지만 점차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소통하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들고 있다.“과학중점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일하는 점이 참 즐겁습니다. 점차 경력이 쌓이는 교사가 되다보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도 더욱 넓어지고 다양한 과학관련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과학중점반, 이과반 학생들과 정서가 잘 맞아 아이들이 더 친숙하고 정겹게 느껴집니다.”차 교사는 고교 2학년 시절 흥미롭게 느끼던 지구과학 수업시간을 유난히 좋아했다. 담당선생님과 친근하게 지내며 지구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후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현재까지 꾸준히 학생들에게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경기고, 청량고, 잠실고, 면목고 등을 거치며 과학부장을 여러 차례 맡아 과학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차 교사가 방산고에 온 시기는 2014년. 2011년부터 방산고에서 운영되던 과학중점학교 프로그램의 평가등급이 조금씩 하향세를 띠고 있던 시기였다. 2014년 부임하며 자연과학기획교사를 했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자연과학부장을 맡고 있다.“방산고 부임 첫 해에는 담임과 자연과학기획 업무를 함께 병행했지요. ‘방산고에서 과학중점 프로그램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하는가’ 고민하며 안목을 기르느라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과학중점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습니다.”이런 과정을 거치며 과학중점학교 재지정평가 자료를 성실하게 작성하고 심사위원 면담에서 과학중점학교의 필요성과 학교의 의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 2015년 말, 방산고는 과학중점학교로 재지정 되었다. 이후 매년 꾸준하게 과학중점학교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수준별 맞춤형 과학수업으로 동기 부여 이끌어방산고의 과학중점 프로그램은 안정화되고 특화된 장점이 있다. 1학년과 2학년은 학년별로 따로 체계적인 과학캠프가 운영된다. 특히 1학년은 2017년부터 ‘융합과학체험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2학년은 2016년부터 ‘4차산업혁명과 진로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여러 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특화된 주제의 교수 특강을 듣고 전공 연구실 견학을 겸한다. 이공계를 지망한 학생들이 전공적성분야 체험, 심화학습과 더불어 동기부여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다양한 교내 프로그램과 외부 견학을 통해 우리 학생들이 깊이 있게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큰 보람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동기부여가 되고 시대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까하며 과학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서로 협업하고 있지요.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교내 과학프로그램만 잘 활용해도 과학에 대한 기본 학습과 지식의 폭이 넓어지고 학생부종합전형 준비 역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차 교사가 지도한 학생 중에는 사교육에 전혀 의지하지 않고 학교 일도 열심히 하고, 방과 후 수업도 충실히 참여하고, 학교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따라온 학생이 있었다. 오로지 학교생활만을 알차게 한 학생이 수시 전형으로 연세대 의대에 입학하며 ‘학교 덕을 톡톡히 봤다’는 인사를 나눌 때 교사로서 뿌듯함도 느꼈다. 대학에서도 점점 과학중점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고 졸업생들이 대학 진학 이후에 자신의 진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학교생활을 성실히 이어가고 있는 점도 차수열 교사가 감사히 여기는 점이다.동아리 지도도 병행하며 학생들과 함께 호흡“요즘 학생들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 학원 수강을 통해 다양한 문제풀이에는 능하나 비판적인 사고력과 같은 고차원의 종합적 사고력은 보통 수준에 머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 과학교육의 핵심을 알기 위해 과학 실험과 탐구 수업의 강화, 수준별 맞춤형 과학중점학교의 교육을 확대하는 노력이 꾸준히 필요합니다.”차수열 교사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재미있게 진행하는 또 다른 수업은 동아리지도다. 우선 ‘소프트웨어 교육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과 커리어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의 틀을 마련했다. 구글이 제공한 오픈 소스 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앱 인벤터’ 사용하기와 로봇 코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로봇이 움직이는 방법을 실습하는 ‘햅스터’ 수업도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자율동아리 지원도 확대하여 코딩 교육을 통해 게임을 작성하여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돕고 있다. 아두이노 RC카 반, 로봇 코딩반, 3D 모델링반 등의 자율동아리에서 학생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며 재미있게 운영되고 있다.“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게 과학탐구반, 과학수사반, IT반, 수학 동아리 등을 이끌고 있고 제가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교내 축제 기간 중 전시체험 부스를 운영하고 우주항공 과학축전과 생태환경 과학축전 등 서울과학축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과학싹큰잔치에도 동아리별로 참가하여 초·중생을 대상으로 과학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며 봉사활동까지 겸하고 있습니다.”더 많이 일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중요방산고는 학년별로 적합한 진로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학생들이 적성에 맞게 전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년에 맞는 교내 프로그램과 외부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학생들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있도록 이끈다. 과학과 교사와 수학과 교사가 협업하여 체계적인 과학프로그램과 더불어 학생들이 수학을 친숙하고 흥미 있게 느끼도록 이끄는 ‘수학나눔학교’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원만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교사 간 소통과 협업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다.“우선 제가 더 많이 일한다는 자세, 내가 맡아서 이끌어가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 교사들이 이해하고 잘 따라 옵니다. 예를 들어 시간 소비를 많이 해야 하는 축전 참가 준비는 힘이 든 만큼 학생들과 소통하며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후배교사들이 처한 환경과 역량을 적절히 감안하여 업무분담을 하고 제가 발로 먼저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렇게 이루어지는 교사 간 협력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중점학교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적 소양과 심도 있는 과학 지식을 두루 갖춘 인재로 성장하게 된다고 차 교사가 강조한다. 201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