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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열의로 만들고 교사 열정으로 키우는 ‘상록고’
안산지역 평준화 시행 4년째. 올해는 평준화 1세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학과 취업의 길로 들어선 의미 있는 해였다. 성적에 맞는 고등학교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비평준화 시대에 비해 요즘은 고등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더구나 대입전형이 수시위주로 재편되면서 ‘내 아이와 가장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교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우리지역 고등학교 탐방을 진행한다. 학교와 교사, 재학생, 졸업생이 전하는 생생한 증언이 고등학교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안산의 학부모들이 고교 평준화를 요구하던 무렵. 안산에는 풀어야 하는 교육과제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부족한 고등학교 숫자와 지역별 불균형. 안산 2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어났고 새롭게 학교도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단원구에 밀집됐다.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본오동 지역에는 학생들이 갈만한 일반계 고등학교가 없어 지역주민들의 불편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본오동 지역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일반계 고등학교 추가 설립을 요구했고 평준화 시행 첫해였던 2013년, 상록고와 부곡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서명운동과 청원서 제출 등 땀방울로 만들어진 상록고등학교는 본오동지역에서 유일한 일반계 고등학교다. 지역주민들의 기대 속에 명문고등학교의 전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록고등학교를 방문했다.지역주민과 손잡고 등굣길 재구성 프로젝트 진행상록수역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길 옆 산등성이를 깎아 만든 상록고등학교를 들어가려면 가파른 진입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학교를 오르는 계단 앞 커다란 화분에 물이 담겨있고 그 속에선 벼가 자라고 있다. 누가 벼를 심었을까? 학교 게시판에서 발견한 ‘등굣길 재구성 프로젝트’ 공고문이 그 의문을 풀어준다.‘등굣길 재구성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교내 활동이다. 상록고 천현봉 교장은 “학교 주변에 쓰레기가 정말 많았어요. 불법 주차된 차량과 쓰레기를 따라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이 등굣길을 바꿔보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활동이었다”고 말한다.쓰레기를 청소한 후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화분을 가져다 놓고 화초를 심었다. 큰 수분을 마련해 벼도 심었다. 학교 근처 어린이집 학생들은 언니 오빠가 만든 벼 화분앞에서 자연학습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주민들에게는 인기다.등굣길 재구성 프로젝트를 위해 학생 동아리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동영상 촬영 동아리인 ‘은빛둥지’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과정을 꼼꼼히 영상으로 기록했고 원예동아리 ‘농락’은 등굣길 텃밭 만들기와 관리를 맡았다. 미술동아리 연합은 화분에 그림 그리기와 학교 벽에 벽화 작업을 진행했다.강지희 미술교사는 “학교에 5개의 미술동아리가 있는데 그중 지원자를 모집했고 학생 30여명 이 벽화작업에 참가했었다”며 “길을 따라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들이 꿈꾸는 자유로운 학교 모습을 벽화에 담았는데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모두 아이들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등굣길 재구성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마을 주민들은 “학생들 덕분에 마을이 깨끗해 졌다”고 입을 모은다.방학마다 교과목 캠프 열어 … 새로운 시각 키워주민들의 바램으로 만들어진 학교는 교사들의 열정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상록교 교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 방학마다 실시하는 교과목 캠프다. 학기 중 수업시간에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과 실험을 방학 캠프기간에 진행한다. 지난 7월에는 과학, 수학, 인문, 미술, 음악, 기술가정 교과 캠프가 열렸다. 과학캠프에서는 고흡수성 수지를 이용해 천연 방향제를 만들고, 오징어, 조개, 돼지심장을 해부했다. 교과목마다 교과서 속 원리를 깨우치는 흥미로운 활동을 배치시켰다. 교사들이 열정을 담아 준비한 캠프에 아이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상록고 박삼화 교감은 “과학캠프는 4층과 5층 홈베이스에서 진행했는데 넓은 홈베이스를 가득 채울 만큼 호응도가 좋았다”며 “열정 많은 교사들의 노력으로 해마다 교과 캠프가 알차게 꾸며지고 있다”고 말했다.부족한 학습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학급 스터디 클러스터가 운영된다. 마음 맞는 친구 3~4명으로 이뤄진 클러스터는 아침, 점심, 방과 후 시간에 모여 부족한 공부를 함께 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 상록고등학교는 1학년 50여개 그룹과 2학년 68개 학습클러스터가 활동 중이다.1인 한 가지 예술 체육활동 … 작은 음악회 매주 열어상록고등학교가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교육사업 중 하나는 예술체육 교육이다. 매년 학기 초 학생들은 자신만의 예술체육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학기가 끝나면 계획서에 따라 얼마나 실천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이들이 제출한 활동내역은 생활기록부 예체능 활동내용으로 기록돼 수시전형 시험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천 교장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악기를 하나 다룰 수 있다는 건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모든 학생들이 악기 하나를 배우든지 좋아하는 체육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나름대로의 계획서를 만들게 하면서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자신만의 악기 연주를 익힌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홈베이스에서 열리는 상록 작은 음악회에 참가할 수 있다. 상록 작은음악회는 아이들의 끼와 꿈을 뽐내는 공간. 매주 4~5팀이 공연을 신청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다.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은 동아리 활동에서도 빛난다. 연극동아리 ‘동고동락’은 지난해 안산시 청소년 연극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학생동아리 5개가 혁신지구 동아리 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상록고등학교의 자랑거리인 펜싱부의 활동도 빼 놓을 수 없다. 전국대회 단체전을 휩쓸고 있는 상록고 펜싱부는 여고부 최강자다. 상록고등학교는 내년 펜싱 전용 훈련장을 만들어 적극지원할 계획이다.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상록고등학교는 진학 실적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지역 4년제 대학에 합격한 인원만 37명, 경기 인천과 지방대를 합치면 300여명(중복 합격 포함)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3학년 부장 김태현 교사는 “정시 합격자는 10여명 안팎으로 대부분 수시모집전형에서 대학에 합격 했습니다.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친구들이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시전형이 확대되는 최근 입시흐름에 따라 다양한 교내대회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상록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결국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변화이고 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바로 교사들의 열정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진로정보 탐색 일지 매달 작성, 진학에 큰 도움김선영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부진로는 어떻게 결정했나요?학교 때 중국어 선생님이 중국어를 너무 재밌게 잘 가르쳐 주셔서 중국어에 관심이 생겼어요.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전망도 좋고 제 적성하고도 잘 맞는 것 같아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하게 됐어요.진학할 때 어떤 활동이 가장 큰 도움이 됐나요?아는 선배님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한 달에 한번 진로정보 탐색일지를 만들어 보라고 팁을 주셨어요. 1학년 때는 주로 입시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만들고 2학년 무렵에는 중어중문과 관련 기사를 검색하거나 학과 관련 정보를 모아서 진로선생님께 제출했어요. 제출한 보고서가 학생부에 기록됐고 학생부를 바탕으로 학생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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