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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람들 문발동 마을 합창단 ‘파노라마’
매주 일요일 오후 조용하고 한적한 문발동의 주택가 골목은 우렁찬 노랫소리와 도란도란한 수다로 가득해진다. 기분 좋은 소란함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동네 합창단 ‘파노라마’다. 나만 행복한 삶이 아닌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해 이웃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사람들. 오는 30일 성미산 마을 합창단 ‘선물’과의 합동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그들을 만나기 위해 문발동 커뮤니티 공간인 ‘마당’으로 직접 찾아가 봤다.평범한 동네 아저씨들 ‘그날’ 계기로 마을 합창단 만들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임하는 단원들의 표정에서 긴장감과 설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초대받은 손님으로 행사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문발동 마을 합창단 ‘파노라마’는 동네 아저씨 모임에서 출발했다. 틈이 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당구를 치던 중년 남성들의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 건 5년 전이다. 2014년 봄, 수학여행 길에 오른 생때같은 아이들을 싣고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이재정(테너)씨는 동네 이웃들과 분향소에라도 가보자고 했다. 하지만 파주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결국 마을 사람들과 함께 분향소를 만들고 번갈아 지키면서 주말에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어요.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아이들에게도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하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그리고 2015년 여름, 내 자식 내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남성 6인조 합창단 ‘파노라마’가 시작됐다.노래 만큼 좋은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해요사실 중년 남성 여섯이 의기투합해 만든 ‘파노라마’의 출발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기타 연주에 능하다는 이유로 리더 역할을 떠맡은 조형근(테너)씨는 좌충우돌했던 출발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호기롭게 첫 연습을 시작한 날 깜짝 놀랐어요. 알고 보니 절반 이상이 악보를 읽지 못하는 수준이었죠. 같이 노래나 불러보자고 제안한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연습이 끝날 즘엔 남성 3부 합창이 자연스럽게 완성됐어요.”이후 남편들의 서툰 노래 실력을 걱정스레 지켜보던 아내들이 하나둘 가세하며 ‘파노라마’는 혼성 4중주 합창단으로 거듭났다. 또한 성공회 최석진 신부가 ‘마당’이라 이름 붙인 1층 실내 공간을 제공하면서 연습실 없이 카페와 책방, 이웃집을 순회하던 ‘파노라마’ 합창단은 아지트 공간도 얻게 됐다.창단 5년째인 ‘파노라마’는 이제 지역의 공연과 행사에도 초대받는 귀한 몸이 됐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소중하단 믿음을 갖고 서로를 응원하며 걸어온 덕분이란다. 특별한 제약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들고 나는 합창단인 까닭에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파노라마’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이웃과 함께 노래하고픈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일하고 육아하며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느라 바쁜 엄마들의 만족도 역시 큰 편이다. 박경희(소프라노)씨는 “혼자 노래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부담을 내려놓고 여럿이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한다. 정민영(소프라노)씨는 “노래하며 힐링이 된다는 것을 처음 느꼈고, 좋은 이웃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전했다. 한귀영(알토)씨는 “정겨운 이웃들과 합창을 하다 보면 귀와 목소리가 열리고 마음까지 열려 오감이 섬세하게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오는 30일 파주출판도시 보리책놀이터에서 <같이 할래요!> 공연 펼쳐11월 30일 토요일 오후 4시 파주출판도시 보리출판사 지하에 있는 보리책놀이터에서 마을 합창단의 연합 공연 <같이 할래요!>가 펼쳐진다. 성미산 마을 합창단 ‘선물’의 제안에 문발동 마을 합창단 ‘파노라마’가 흔쾌히 동의하며 성사된 이번 공연에서는 남녀노소 불문 온 가족이 함께 들어도 좋을 만한 아름다운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해 노래하는 성미산, 문발동 이웃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위치 : 파주시 직지길 492 보리출판사 보리책놀이터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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