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강남 공교육을 이끌어온 주역, 정년퇴임 앞둔 ‘단대부고 오장원 교장’과 ‘세화여고 박기혁 교장’을 만나다

피옥희 리포터 2025-02-21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 강남서초지역에서 한평생 교직에 몸담아 외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단대부고) 오장원 교장과 세화여자고등학교(이하 세화여고) 박기혁 교장이 그 주인공이다. 2025년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둔 두 분을 만나, 강남의 공교육 현장 이야기와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인터뷰 ①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오장원 교장 


오장원 교장은?
교사로 몸담은 지 40년이 됐다. 1985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구 영진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출발해 서울 우신고등학교를 거쳐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고등학교 교장 2년 6개월 역임 포함)에서 30년을 보냈다.
*오장원 교장 퇴임식(예정) : 2월 26일 단대부고 강당

Q. 교장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교사’가 되셨나요? 처음으로 교단에 섰을 때, ‘새내기 교사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오장원 교장 : 교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아침 자습 시간에 학급 친구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 줬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수학 선생님보다 더 잘 한다고 칭찬해 주신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진로 지도를 잘해 주시는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있었다면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새내기 교사 시절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서,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교사 첫해부터 담임을 했어요. 열정이 넘쳐서 새벽부터 학생들을 등교시켜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거나 수학 문제를 풀게 했는데 선배 선생님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출한 제자를 찾아 밤새워 다닌 적도 있고요. 그때 제자들이 벌써 50 중반의 나이가 다 되었습니다.

Q. 그동안 교직에 몸담으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들려주세요.  

오장원 교장 : 교사로서의 1년 1년은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지탱하기가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순간순간이 보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말하라면 제가 진로진학상담부장을 하면서 정시 중심의 단대부고를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교로 전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지금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2021년 3월 단국대학교부속소프트웨어고등학교(이하 단대소고)에 교장으로 부임해 2년 6개월간 역임했던 일은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폐교 위기까지 간 단대소고를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 중심의 학교로 전환해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게 된 것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Q. 단대부고에서 오랫동안 몸담으셨는데요. 강남 일반고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대부고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장원 교장 : 단대부고는 참 많은 장점이 있는 학교입니다. 그중에서 두 가지 정도만 말씀드리면, 첫째는 교사들의 열정입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등을 선생님 각자가 창의적으로 운영하고 학생부에 그 내용을 잘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둘째는 학교의 시스템입니다. 각 부서의 부장이 중심이 되어 학교가 운영된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매년 기존 프로그램을 개선하거나 폐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도입되어 변화하는 대입 정책에 대비합니다. 특히, 모든 졸업생의 대입 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강남의 공교육을 이끌어온 분으로서, 학업과 입시, 인성 교육 등 ‘대한민국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이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오장원 교장 : 저는 한 평생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고민해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의 능력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보낼까 하는 것이 제가 한 일이었죠. 하지만 교장을 하면서 느낀 것은 ‘어느 대학에 가느냐’ 보다 ‘어떤 인성을 갖추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이라면 어느 대학에 진학해도, 아니 대학을 가지 않는다 해도 세상에서 멋지게 살아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입시 제도가 중요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잘 정착하면서 학교 교실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다시 정시가 확대되면서 고교학점제까지 흔들리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수능도 한국형 바칼로레아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2025년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시는데, 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의 퇴임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장원 교장 : 저는 학생들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오고 행복했어요. 저의 작은 영향으로 학생이 조금이라도 변하고 자녀의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시는 학부모를 보면 참 기뻤습니다. 그래서 평교사일 때는 담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장을 하면서도 제 중심은 학생이었습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그저 그냥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도록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후배 선생님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는데 더 해주지 못하고 떠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퇴직 후에도 단대부고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그리고 우리 제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지 기대하며 기도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의 퇴임 이후의 활동 계획이나 인생 2막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장원 교장 : 사실 아무 계획이 없습니다. 제게는 은퇴 후의 인생은 아이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상태와 같습니다. 하얀 백지입니다. 하나님이 그려 주시는 대로 순종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기독교 대안 학교 같은 곳에서 제 교육 경험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이어 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단대부고와 저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② 세화여자고등학교 박기혁 교장 



박기혁 교장은?
교사로 몸담은 지 만 37년(세화고 33년, 세화여고 4년)이 됐다. 1988년 3월 세화고등학교에 국어교사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년부장, 교무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 세화고 교감으로 임명된 후, 2021년부터 세화여자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박기혁 교장 퇴임식 : 2월 11일 세화관 강당

Q. 교장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교사’가 되셨나요? 처음으로 교단에 섰을 때, ‘새내기 교사 시절’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박기혁 교장 : 대학 시절 신문기자와 교사를 놓고 고민하던 차에 안정적인 직업을 권하신 선친의 말씀, 상암동 삼동소년촌 교육봉사, 황학동 적십자신당야학 교사 경험이 저를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했지요. 부임 초기 세화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긴장했습니다. 당시 유명 강사인 서한샘 님의 강의를 벤치마킹하며 이분의 유머와 수업 기술을 능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다소 과장된 이야기와 군 시절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이에 호응해 주어 ‘박뻥 선생’이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훗날 가수 싸이가 된 박재상 군이 열심히 호응해 주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Q. 그동안 교직에 몸담으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들려주세요.  

박기혁 교장 : 사랑하는 제자들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찾아올 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황했던 학생이 훗날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어 다시 찾아왔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교실에 선풍기도 없던 시절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호응해 주어 온몸에 땀범벅이 되었지만, 최고의 수업을 끝냈을 때의 기쁨 또한 큰 보람이었습니다. 세화고에서 문예반 동아리와 학생회 활동을 지도하고,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이끌고 지리산 종주를 했던 기억은 학급 담임 기억과 함께 남은 생을 사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남중-남고 출신인 저는 아내와의 연애를 제외하고는 거의 남자들과 삶을 살았는데 마지막 교직 생활을 천 명이 넘는 여고에서 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에서 여학생들의 발랄함과 따뜻한 감성과 인정, 놀라운 창의력을 경험하면서 최고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교장실에 수시로 찾아와 여러 가지 제언을 하고 카드 메시지를 전해준 세화여고 학생들, 고맙고 사랑합니다. 

Q. 교장 선생님은 강남지역 자율형사립고인 세화고·세화여고에서 오랫동안 몸담으셨는데요. ‘세화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기혁 교장 : 설립자 면접 과정에서 이임용 이사장님께서 보여주신 온화한 미소와 교육 철학에 깊이 감동하여 세화를 선택했습니다. 설립자께서는 훌륭한 학생을 기르기 위해 ‘쇠절구공이를 오랜 세월 인내하면서 두드리고 두드려 한 개의 바늘을 만드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세화는 매우 어렵지만 실력과 인성만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선생님을 채용하기에 이 과정을 통과한 선생님들은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설립자가 강조한 장인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재단은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격려하고 있습니다. 자부심 가득한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 최선을 다해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학생들의 멋진 조화가 ‘세화 교육’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강남의 공교육을 이끌어온 분으로서, 학업과 입시, 인성 교육· 등 ‘대한민국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이나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박기혁 교장   인문계 고등학교의 교육이 대학 입시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상태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활동 외에는 관심이 없으며, 동아리 활동도 입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만 몰리고 있습니다. 평가 문항이 객관식 수능형으로 편중되어 있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국가 경쟁력 향상,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대학 입시를 개선해야 합니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AI를 활용한 채점이 가능하므로 객관식 수능을 버리고, 서-논술형 수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교육에 대한 걱정으로 이런 개혁이 늦추어지면 안 됩니다. 사교육보다는 공교육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교육을 펼치는 교사와 학교를 격려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수업과 인성 교육이 입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Q. 지난 2월 11일 퇴임식은 미리 진행되었지만, 2025년 2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시는데요. 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의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기혁 교장 : 학교 발전을 위해 늘 긴장했지만, 이제 다음 분에게 바통을 넘기게 되어 홀가분한 마음이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수업하는 교사로 남고 싶었던 마음이 그렇습니다. 부족한 저의 가르침을 묵묵히 따라준 사랑하는 세화의 제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르친 세화고와 세화여고의 학생들이 크게 성장하여 이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교장 선생님의 퇴임 이후의 활동 계획이나 인생 2막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기혁 교장 : 먼저 퇴직하신 선배님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건강을 지키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평일에 설악산, 지리산 대피소를 예약하여 종주 다시 해보기, 해안선 따라 걸어서 국토 종주하기, 해외 유명 트레킹 코스 도전해 보기 등 여행 계획, 학교생활의 에피소드를 묶어 자비 출판하기, 다양한 봉사 활동 등등. 이 질문에 답하는 동안 재단의 요청이 있어 당분간은 학교에 남아 일주세화학원 설립 50주년 기념사업과 재단 발전에 힘을 보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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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옥희 리포터 piok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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