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사고로 열상 환자가 많이 늘고 있다. 열상은 피부나 조직이 찢어져 균열이 발생한 상태로 봉합 수술을 요한다. 열상이 생기면 환자들은 흔히 "몇 바늘 꿰매나요?"라는 질문을 한다. 일상과 미디어에서 흔히 "열 바늘이나 꿰맸다"라고 말하며, 꿰맨 봉합사의 개수가 곧 손상의 정도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질문은 틀렸다. 꿰맨 바늘의 개수는 환자의 상처를 설명하지 못한다.
성형외과에서 시행하는 열상 봉합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연부 조직은 피부, 피하지방, 근육이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피부는 피부끼리, 피하지방은 피하지방끼리, 근육은 근육끼리 봉합해 주어야 한다. 이때 녹는 실로 피하지방과 근육끼리 봉합하는 것이 속봉합, 녹지 않는 실로 피부를 봉합하는 것이 겉봉합이다.
겉봉합과 속봉합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잘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좋은 봉합술이 시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속봉합이 많으면 단단하게 봉합되어 좋을 것 같지만, 연부조직에서 피부로 흐르는 혈관의 흐름을 실의 장력이 방해하여 오히려 상처 치유를 방해한다. 반대로 속봉합이 부족하여 손상된 구조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으면 겉으로 보이는 피부는 붙어 있는데 속의 구조물이 벌어지면서 꺼진 형태의 함몰된 흉터가 생길 수 있다. 겉봉합도 마찬가지로, 너무 촘촘하게 이루어지면 외피층에 손상을 주어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부족하면 피부가 벌어진다.
쉽게 말해, 의사에 따라서 동일한 3cm의 턱 열상을 큰 바늘 3바늘로 꿰맬 수도 있고, 얇은 바늘 10바늘로 꿰맬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바늘이 클수록 바늘로 한 번 뜰 때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봉합사의 무는 간격이 크게 남으며, 바늘이 작을수록 좀 더 촘촘하게 꿰맨다고 생각하면 된다. 성형외과에서는 봉합사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피부 면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작은 바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잘 봉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늦지 않게 실밥을 제거하는 것으로, 실밥을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실밥 자국이 남으면서 더 보기 싫은 흉터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처를 꿰맬 때 몇 바늘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처가 심한지의 여부는 몇 바늘 꿰맸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얼마나 길고 얼마나 깊게 찢어졌나에 달려 있다.
구재찬 원장
한강수성형외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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