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상처에 바람을 통하게 하고, 꾸덕꾸덕 딱지가 앉아야 비로소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고 느낀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드레싱 재료가 상처에 더 안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다. 의성(醫聖)이라는 히포크라테스조차도 “상처는 감염되지 않도록 건조시켜 딱지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처치”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애초에 상처에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촉촉하게 젖은 상태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 상처에 대한 통념과는 반대인 이 개념이 정립된 것은 무려 60년 전의 일이다. 동물학자인 영국의 조지 윈터는 1962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에서 ‘상처는 건조시키는 것보다 적당한 수분이 있는 환경에서 40% 정도 빠르게 회복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했다.
그는 어린 돼지의 피부에 인위적으로 작은 상처를 낸 후, 상처를 건조하게 두거나 습윤 환경을 제공하며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습윤 환경에서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현저하게 빠르며, 세포 이동과 증식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상처가 나면 그 부위의 피부 세포들이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기 위해 빠르게 분열하고 이동해야 하는데, 습윤 환경에서 상처 부위의 세포가 더 빠르게 이동하고 재생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촉촉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흉터의 형성도 최소화한다. 과도한 염증 반응은 상처의 치유를 지연시키고 붉은 흉터를 더 오래가게 하는데, 습윤한 환경은 염증을 감소시켜 치유 과정을 빠르게 한다. 특히 습윤한 환경에서는 상처 부위로의 새로운 혈관 형성이 촉진되는데, 이는 상처 부위에 더 많은 산소와 재생에 필요한 성분을 공급하여 빠른 회복을 돕는다. 또한, 건조한 환경에서 치유된 상처는 딱지가 형성되고, 딱지가 떨어지면서 상처 부위가 다시 열리는 등의 과정을 겪게 되어 흉터가 더욱 두드러지기 쉽다. 하지만 습윤 드레싱을 사용하면 딱지가 형성되지 않거나 최소화되어, 상처가 덜 자극 받고 더 깔끔하게 치유된다.
따라서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았다.”는 식의 문학적 진술은 사실 상처의 치유에 대한 은유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상처가 마르지 않게 적절한 습윤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의문이 풀릴 것이다.
구재찬 원장
한강수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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