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좋아하세요? - 낭만 수학을 꿈꾸며

지역내일 2024-07-18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잘 준비해서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 아닌, 두 번 세 번 읽지 않아도 되는 읽기 편한 이야기, 제가 평소에 꿈꾸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수학, 좋아하세요?'라는 약간의 중2병(?) 느낌이 나는 이 제목은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아주 아주 유명한 대사의 오마주입니다. 혹시 이 대사가 어느 작품의 대사인지 알고 계신지요? 네, 맞습니다. 만화 슬램덩크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슬램덩크를 읽을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를 전혀 할 줄 몰랐고 관심도 없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 소연이의 권유로 농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농구를 연습하면서 농구가 진짜 좋아져 버린 강백호는 만화 마지막에서 (농구를) 진짜 좋아한다고,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 소연이에게 고백합니다.


완벽한 수미쌍관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만화를 볼 때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가 생각납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농구를 진짜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강백호처럼 제가 수학을 진짜로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이과생이었기 때문에 수학을 잘해야 하고,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이 참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수학을 좋아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풀이법이나 정리를 이용해 문제를 풀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스스로 으쓱하기도 하고, 시험 성적을 비교하며 잘난 척도 조금은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이후 수학은 더 이상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전공 과목에 수학이 사용되고, 내용이 계속해서 어려워지면서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처음으로 내가 수학을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주변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고, 훌륭한 이과생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낭만적인 수학 공부를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오히려 더 이상 수학을 배우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졸업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만나고 수학을 가르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수학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고 개념을 전달할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악기를 배울 때와 같은 즐거움과 설렘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저번보다 나은 시험 점수"라는 의무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가 깨닫지 못했던 수학의 여러 모습을 공부하는 것이 지금도 하루하루 새롭습니다. 마치 매일매일 새롭다는 축구선수 박지성의 유명한 말처럼요.


슬램덩크에서 주인공들은 단순히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합에서만큼은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시합이 끝난 후에는 다시 좋은 친구와 동료가 되어 서로를 응원합니다. 농구를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주인공 모두 농구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그들은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며 이 과정에서 더욱더 농구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연습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들에게는 또한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농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죠. 이런 주인공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낭만과 열정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더 좋은 성적을 받고,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수학은 괴로움을 주는 과목이 되어 버립니다. 수학을 좋아하지만, 기대만큼 점수를 받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하고, 점수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수학이 자신과 맞지 않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당장의 현실적인 사정을 생각해야 할 때도 있지만 단순히 더 좋은 성적이 목표가 아닌 공부하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수학 공부를 상상해봅니다.


이제 누군가 저에게 수학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김 민성 원장

격수당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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