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새순이 쏙 고개를 내민 지금은, 반가운 소식보다는 중간고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기말고사 대비반이 오픈한다는 문자 메시지만 가득하다. 봄의 절정이라지만 한창 치르고 있거나 끝나가는 아이의 중간고사 때문에 마음이 가볍지 못하다. 그래서 입시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5월은 계절의 여왕보다는 새로운 내신학원을 세팅하거나 재조정하는 머리 아픈 시기다.
작년에 대학 입시를 치른 첫째, 올해 고등학생으로 첫발을 디딘 둘째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입시생을 둔 학부모의 8할은 내 아이 학교 내신 1타 강사를 찾고, 과목별 스케줄을 조정하는 일인 것 같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찾은 강사, 학원, 스케줄이 마음에 드시는지 아이의 컨펌(?)까지 받아야 내신 시험 한 번의 사이클이 끝난다.
내신 학원, 수평을 맞춰야하는 천칭저울
고등 내신대비, 학원이 어느 정도까지 커버할 수 있을까? 먼저 경험해 본 선험자로서의 대답은 ‘천칭저울’이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겠지만 고등 내신은 무엇을 울려 놓느냐에 따라 무게 바늘이 많이 내려가고 적게 내려가는 계량형 저울이 아니다. 우리 학교 대비 소문난 1타 강사, 소문난 학원을 다닌다고 내 아이의 내신 성적이 눈에 보이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 학원과 강사가 올라가면 다른 편에는 분명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양의 자기 공부를 올려야지만 수평을 유지하는 천칭저울 같은 것. 수평의 기준점이 목표로 하는 성적이라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바늘은 금세 수평에서 벗어나 버리게 된다.
내신 1타 강사는 그 수업을 직접 하고, 또 가르친 내용에서 시험을 출제하는 학교 선생님이다. 때문에 가장 이름난 1타 강사는 학교 선생님일 수밖에 없다. 수업에 충실해야 하는 필연의 이유다. 아무리 이름난 학원, 빵빵한 자료를 주는 학원을 다니더라도 복습과 자기 공부가 함께 병행되지 않고, 수업에 불성실하면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아이도, 학부모도 모두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원 선택의 기준점은?
그렇다면 내신학원을 아예 안 다녀도 될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나 경쟁이 심한 학군지 동네에서, 촘촘한 아이들을 변별하기 위한 극강의 시험을 위해서는 완전학습이 꼭 필요하다. 수업에서 스치듯 지나간 내용, 혹은 선생님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교과서나 부교재 한 구석의 심화 문제 등을 아이 혼자서 다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기준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이미 정해진 학원 스케줄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그 시간을 먼저 세팅해 놓고, 그 다음에 남는 시간에 맞는 학원과 강사를 찾아 시간표를 채우는 것이 순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유명 강사나 학원 스케줄과 안 맞는다고 고민하지만 반드시 1타 강사나 학원을 가야만 내신등급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학원들이 밀집된 학군지 동네에서 내신대비 학원들을 규모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한다. 그 수업방식이나 혹은 중간중간 아이들이 잘 따라오는지 테스트하고 클리닉 수업을 하는 방식이 내 아이와 맞는지 안 맞는지의 문제이지 기본적인 강사나 학원의 질은 상향 평준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특별히 힘들어 하는 과목이나 양이 너무 방대해서 혼자 정리하기 힘든 과목을 기준으로 삼아 그 과목 학원을 먼저 세팅한 다음 자기 공부시간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엄마가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학원 세팅이 두 번째가 되거나 혹은 어느 과목은 아예 다니지 않게 되면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정리된 자료나 기출문제 자료를 어디서 구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엄마들이 좀 부지런하게 서포트할 필요가 있다. 두각 같은 대형학원에서는 비재원생들도 구입할 수 있는 제본된 기출문제집을 판매한다.
보통 시험 시작 1달 전에 수학, 한국사, 탐구 등의 과목별로 구매할 수 있다. 또, 기출문제를 유료, 무료로 구해볼 수 있는 사이트들도 많다. 변형문제까지 자료를 구할 수 있어 실제 학원에서도 이런 사이트들을 이용해 내신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수학은 매쓰플래닛, 고에듀, 마더텅, 영어는 황인영영어카페, 이그잼포유, 올바른 선생님연합, 국어는 국어자신감, 나무 아카데미, 전 과목은 내신코치, 기출비 등을 활용해 보면 된다. 또 대형학원들은 토요일, 일요일 하루 혹은 2일 특강 등의 1회성 내신 강의도 열린 곳이 많다. 정기적으로 가야 하는 내신 수업 대신 일회성 특강을 이용해 부족한 부분이나 속성 정리 등을 활용해볼 만하다.
엄마가 아이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이미 고등학생이 된 아이를 엄마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공부 특성을 잘 알고, 학원을 권하거나 혹은 자기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거나의 조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성적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공부에 대한 대화를 일상생활에서 스며들듯이 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수업은 어떤지, 과목별로 수업에 대해 아이가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또 시험을 보고나서 아이가 이야기 하는 것을 잘 귀담아 듣고 스며들 듯이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 너의 공부 특성에 대해서 대화해 보자’라고 하면 아이가 코웃음만 치는 무모한 짓일지도 모른다. 아침에 잠깐, 밤에 잠깐 보는 사이일지라도 분명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아이가 어떤 공부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우스갯소리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엄마가 있다고 한다. 입시를 치러본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 입시를 치르는 그 시간은 온갖 번뇌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지만 그 속에서 엄마도 같이 휩쓸리다 보면 아이의 손을 놓치기 쉬운 것 같다. 엄마가 조금은 단단하게 소용돌이를 버티고 있어줘야 아이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뎌 나갈 수 있다. 내신학원 이야기 하다가 너무 멀리까지 왔지만 고등 내신을 준비하는 모든 아이들과 학부모, 힘들지만 끝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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