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이과 쪽으로 계획하고 진학하는 경우 ‘과학중점반’이 아니면 고2, 고3 때 4과목 중 2~3과목 선택을 하게 되고, 물리학 또는 화학이 어려우니 둘 중 하나를 빼고 선행을 하더라도 내신 성적 관리에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니 내신 관리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그리고 정시를 준비하는 경우 두 과목만 선택해서 보면 되는데 탐구 영역은 자신에게 성적 받기 유리한 과탐 또는 사탐에서 아무거나 선택해서 보면 된다. 주로 정시에서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많이 선택한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과목 위주로 선택해서 고등학교 과정을 하다 보면 대학교에 가서는 적응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과학 과목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진학할 대학 전공이다. 물리를 기본으로 하는 학과(기계, 건축, 토목, 전기) 등에서 고등학교 과정의 물리Ⅰ, Ⅱ가 잘 안 되어 있으면 대학 물리학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화학도 마찬가지로 화학Ⅰ, Ⅱ가 안 되어 있으면 대학 화학을 따라가기 힘들다. 그래서 다시 고등학교 교재를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 강의를 보기도 하고, 심지어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대학교에서 수시 모집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권장 과목을 정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학생은 자신의 대학 전공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등학교 과학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정시에서는 점수 받기 쉬운 과목으로 선택하게 되고, 의학 또는 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전공과는 무관한 물리, 지구과학을 선택하는 예도 많이 봤다. 정시에서 과목은 중요하지 않고, 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2028년 수능에서는 탐구 과목이 통합과학, 통합사회이다. 그렇다면 정시에서 선발되는 학생들은 과탐Ⅰ, Ⅱ 중 어떤 과목을 했는지 반영이 전혀 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수능 제도 및 고등학교 과학 교육이 만든 현실이다.
고등학교 과정에서 전공과 무관한 다른 탐구 과목을 하면서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지 않게 차라리 대학에서 특정 학과를 지원하는 경우 수능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탐구 과목을 정해 놓는 게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매끄럽게 연결되는 과학 교육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세수과학학원 양재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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