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안고 가까이서 얼굴을 비비고 있으면 향긋할 것만 같은 아이의 몸에서 예쁜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가지 안 좋은 냄새가 날 경우가 있다. 보통 몸에 뭐가 묻은 게 아니라면 악취는 곧 병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악취는 피부염, 외이염 등으로 인해 몸 바깥에서 나는 경우가 있고 몸 안쪽에서 나는 경우도 있다. 몸 안쪽에서 나는 냄새는 주로 호흡을 통해서 배출되다 보니 입에서 맡을 수 있는데, 이러한 구취의 원인으로는 구강질환, 소화기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등이 있다.
간단한 검사를 통해서 구취의 원인을 알아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원인은 구강질환이다. 구내염이라고 통칭하는 구강 내 여러 가지 염증이 가장 흔한 구취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내염이 왜 가장 많이 발생할까? 구강에는 정상적으로 정말 많은 균이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이런 균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언제든지 염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구강 내에는 이로운 균도 있지만 그런 균들은 구강이 건강할 때 존재하고, 병이 유발되었을 때는 이미 병원균이 우세한 환경이기 때문에 이로운 균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타액(침)이 균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서 침이 있으면 균이 못자란다고 알고 있지만 감염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상처 부위를 핥으면 오히려 염증이 더 심해지고, 보호자와 입맞춤을 하는 것으로 병을 옮기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구내염을 예방할 수 있을까? 청결한 구강을 위해서는 구강에 균이 잘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첫 번째는 입에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잘 달라붙지 않는 음식을 주고, 음식이 크기가 커서 씹어 먹도록 하고, 식사 후에는 짧게라도 양치질을 꼭 해줘야 한다.
두 번째로는 구강이 마르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먹게 해주는 것이다. 구강이 건조하면 구강내 자정 능력과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입 주변의 털을 짧게 관리하는 것이다. 입 주변에 털이 길고 털이 침에 젖어있으면 구강으로 지속적인 균이 공급된다. 그럴 경우에는 아무리 관리를 잘해준다 해도 구내염이 잘 생길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치석, 요독증, 종양 등을 치료해 줘야 한다. 이러한 질병이 구강의 정상적인 구조를 망가트리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구강질환 중에 치석의 빈도가 워낙 많다 보니 추가로 설명이 필요하겠다. 병원에 오는 아이 중 치석이 없는 아이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물다. 식사하고 바로 양치질을 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치석이 생긴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때부터는 양치질을 해도 치석과 치아 사이에 균이 제거가 안 되기 때문에 구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케일링을 반드시 먼저 해줘야 한다. 사실 주기적으로 스케일링만 잘 해줘도 구강 질환의 대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이전에는 구내염이 구강에만 국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했지만, 구내염을 일으키는 균이 혈액을 따라 심장, 간, 신장 등의 주요장기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결국 구강 관리가 온몸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인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의 타액에 있는 균으로 인해 보호자가 심각한 질환에 감염되었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서, 보호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가까이 지내는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은 필수적이다. 예쁜 모습에 어울리는 건강한 모습을 위해 치아 관리부터 꼭 신경 써주고 조금이라도 구취가 난다면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지 꼭 검사받아보시길 바란다.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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