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핫팩, 전기장판, 난로 등 온열/난방 기구의 사용이 증가한다. 그것에 수반되어 급증하는 환자군이 바로 저온 화상 환자들이다. 저온 화상은 일반적으로 화상을 유발하는 온도보다는 낮은 40도-70도 정도의 온도에 비교적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화상을 일컫는다. 저온 화상이 무서운 이유는 첫째, 즉각적인 통증을 느낄만한 고온이 아니어서 보통 회피 반응이 없어 장시간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둘째, 본인이 화상을 입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셋째, 고온 화상을 입으면 응급 처치도 잘 하고, 약국이나 병원 방문을 통해 필요한 치료를 받지만 저온 화상은 그 온도가 낮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피부 조직에 열이 축적되어 피부 세포의 손상이 일어나면서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핫팩, 전기장판 등의 물건들이 때로는 팔팔 끓는 물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온 화상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의심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쓰라리면서 붉은 반점이 나타난 피부가 혹시 내가 사용했던 핫팩 혹은 전기장판 등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고, 수포가 생기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생긴다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열 축적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예방하는 것이다. 휴대용 온열 기구를 사용할 때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하고, 주취 상태에서는 전기장판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낫다.
저온 화상에서 자주 보이는 의학적 상태가 바로 가피이다. 가피란, 죽은 피부 딱지를 의미하는 의학적 용어로 열이 축적되어 피부가 괴사되면서 딱딱하게 굳은 상태를 의미한다. 죽은 조직이기에 피가 나거나 진물이 점점 나오지 않아 떼어내서는 안 되는 딱지로 생각하고 뒤늦게 오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피는 초반에는 노란색이다가 점차 색이 갈색, 검정색으로 짙어지면서 염증을 일으키면서 장애물로 작용하여 연고 등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따라서 의료용 면도날을 이용하여 얇게 한 겹 한 겹 죽은 조직을 벗겨내는 가피 절제술이라는 수술이 필요하고, 그 후에 적절한 드레싱으로 새로운 조직이 올라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강수성형외과 이윤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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