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그 중에서도 1교시 국어 영역에 있어서 강력한 변화가 갑작스레 예고된 지도 벌써 두 달이다.
교육당국이 제시한 키워드는 ‘킬러문항’과 ‘공교육 과정 반영’, 그리고 ‘변별력 확보 가능’이다. 이들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먼저, ‘킬러문항’은 단순히 오답률이 높은 문항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킬러문항이란 ‘공교육 과정에서는 다루는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항’을 의미한다. 오답률이 아주 높지 않은 문항이라도 대학 수준의 교양을 선행했을 때 유리한 내용이라면 킬러문항으로 지목될 수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공교육 과정을 반영한’ 내용이라면 오답률이 높은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연히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예상이 위험한 이유다.
그렇다면 공교육 과정을 반영한 내용은 수험생에게 익숙한 내용일 텐데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궁금해지는 대목일 것이다. 평가원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대표적으로 ‘평가 요소의 다양화’와 ‘문항 유형의 다양화’가 있다. 가령, 기존 출제 기조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낯선 내용에 대한 이해’였기 때문에 기본적 평가 요소인 ‘사실적 이해’에 중점을 두었다면, 바뀌는 출제 기조는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낯익은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으로 심화 평가 요소인 ‘추론’, ‘비판’, ‘언어논리’ 등을 종합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항 유형도 다양해질 것이다. 기존 출제 기조가 ‘낯선 지문, 정형화된 문항 유형’이었다면, 바뀌는 출제 기조는 ‘낯익은 내용, 다양한 문항 유형’이 되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교육당국에서는 신유형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는 기존의 참신한 유형들을 활용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가원은 지난 30년 간 다양한 유형의 문항들을 개발해왔다. 최근 5년 간 제시된 유형만을 공부한 학생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유형들이 평가원의 기출문제에 수두룩하다. 시험장에서 이 유형을 처음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기출문제집의 다양한 유형들을 펼쳐보기 바란다. 문항을 보는 순간 이 말을 실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독서와 문학의 각 영역별로 살펴보자.
먼저 독서(비문학) 영역은 교과 내용이 반영된 기출 문항부터 풀어보고 EBS 지문을 분석하기를 권장한다. 평가원의 기출 문항에는 교과 내용과 개념을 반영하여 제작된 지문들이 제법 많다. 경찰대나 사관학교 문항도 이와 같은 원리로 제작된 고난도 지문들이 있다. 이들의 출제 기조가 교과 과정 반영이기 때문이다. 간혹 리트(leet)를 중점적으로 푸는 수험생들이 있는데, 로스쿨을 가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출제되는 리트는 ‘고교 공교육 과정 반영’이라는 출제 기조와 가장 거리가 멀다. 문항의 퀄리티는 좋다고 해도 지문의 출제 기조가 앞으로의 수능과는 가장 괴리가 심할 것이다. 리트는 서브 자료로 활용하되 평가원, 경찰대, 사관학교의 지문을 메인으로 삼는 전략을 추천한다.
한편, 아무리 교과 과정 반영이 취지라 하더라도 기술 지문 등은 교과서에서 출제될 내용이 없다. 그래서 교육당국에서는 EBS 체감 연계율을 높이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검증된 기출 문항으로 틀을 잡은 다음에는 EBS 지문들을 분석하는 과정을 병행하면 지문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더 수월해질 것이다. 단, EBS 교재의 문항 퀄리티는 다소 아쉽기 때문에 문항에는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파이널의 마무리가 핵심이다. 평가원의 다양한 유형이 반영된 제작 문항들로 경험치를 만들어야 한다. 유형을 경험해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문학은 ‘공교육 과정 반영’의 출제 기조에 따라 교과서 작품의 출제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작품이 출제되면 ‘읽지도 않고 풀었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교육청이나 사설 모의고사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교과서 작품은 그 깊이가 상당하다. 그래서 평가원이 교과서 작품을 출제할 때에는 수험생들이 충분히 이해했다는 점을 바탕으로 깊이가 있는 선지나 새로운 관점의 보기를 출제한다. 낯선 작품보다 교과서 작품에 대한 문항의 오답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교과서 작품과 함께 EBS 작품에 대한 수능적인 정리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길이가 긴 고전시가의 경우에는 이번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처럼 EBS 수록 부분 바깥에서 출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전문(全文)을 정리해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들 작품에 대한 선지와 보기가 깊이 있게 제작된 문항들을 풀어봐야 한다. 문학박사 수준의 관점이라면 이와 같은 선지와 보기의 제작이 가능하다. 역시 사고를 어디까지 확장해봤는지의 여부가 결정적일 것이다.
‘공교육 과정 반영’이라는 출제 기조는 일단 ‘대학 공부를 선행한’ 반수생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수능의 갑작스러운 변화 역시 꼭 나쁘지만은 않다. N수생과 고3 수험생의 출발선이 같아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능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입장이 되는 것이다. 그저 변화에 불평만 하면서 시간을 날려 보낼 것인가, 변화 속에서의 기회를 포착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것인가. 선택과 행동의 순간이다.
시대인재 국어강사 홍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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