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영어와 수능영어의 차이는 분석적 해석과 리딩이라는 방법론상의 차이에 있다. 분석적 해석은 문법적으로 분석해가면서, 때로는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면서 문장의 5형식에 맞도록 그리고 행간의 의미도 깊게 생각해보는 해석 방법이다. 리딩은 이른바 직독 직해라고 표현되듯이 분석적 해석과는 달리, 앞에서부터 계속 뒤돌아보지 않고 읽어나감과 동시에 해석이 이루어지는 기법이다.
내신영어는 이 분석적 해석에, 수능영어는 리딩의 기법에 주로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조기 영어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은 어느 시점부터, 그 early bird들에게는 힘들 수 밖에 없는 분석적 사고 대신에, 대강의 의미만을 파악하면서 빠르게 읽어 나가는 리딩의 기법이 주요 학습법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고교생의 경우, 리딩에 의존하는 모의고사는 성적이 좋지만, 내신은 정반대의 성적이 나오고 그 이유를 몰라서 학생 당사자나 학부모님들이 의아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이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다. 분석적 해석으로 공부해야 할 내신 영어를 리딩의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내신의 성적이 매우 안좋은 것이다.
고교 내신 영어는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모의고사와 수능영어와는 달리, 어휘,어법 등의 디테일을 물어보는 문제가 많다. 지문의 단어가 왜 그 형태로 그 자리에서 쓰이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풀어야 하는 어법/어휘문제, 그리고 대강의 뜻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행간의 의미를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변형문제 등이 바로 그런 예이다.
중학교 시험은 그게 왜 정답인지를 몰라도 본문을 외워서 풀면 된다. 그러나 고교 내신영어는 무턱대고 외울 수 있는 분량이 아니므로, 바로 이런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언어의 형식과 틀이라 할 수 있는 문법과 단어 실력을 활용한 분석적 해석의 학습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익숙한 수능형 리딩의 기법으로 내신을 공부하기 때문에 당연히 내신의 결과는 안 좋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분석적 해석법의 학습으로 내신 대비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을 서술형 어법 정정 문제나, 서술형 영작이 내신의 큰 점수 비중을 차지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처참한 내신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중학교처럼 무조건 본문을 암기해서 시험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 원어민이 아닌 이상, 우리가 쓰는 영어의 문법이 틀려도 원어민은 우리를 이해해주고 충분히 소통에 응하여 준다. 그러나 시험은 그렇지 않다. 특히 서술형은 스펠링 한 두개 틀려도, 또는 원어민과 충분히 소통이 되는 문장이라도 한 두 단어의 배열 순서가 잘못되면, 그것은 모두 틀리는 거다.
이 점을 진지하게 받아드린다면, 고교 내신 영어를 위해서는 언어의 형식과 틀이라 할 수 있는 문법과 단어에 충실한 분석적 해석에 대한 집중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문법은 문법대로 실컷 배우고 해석은 그 동안 배운 문법과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의 해석이 아니라, 배운 문법과 해석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분석적 해석의 학습법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훈련을 지금 여름방학부터 전념해야 한다. 예비고1 또는 기존 고교 재학생 모두 그러하다. 물론 내 마음대로의 해석이든 분석적 해석이든, 단어가 안 되면 어느 것도 안 되는 것이므로, 단어 실력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분석적 해석이나 수능형 리딩의 기법이 사실 전혀 다르지는 않다. 가령 뛰어난 피아니스트들도 당연히 처음에는 음악 이론이란 형식과 틀을 익히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다. 이 형식과 틀을 몸에 다 익히고 나면, 그 형식과 틀을 다 버림으로써 그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은 형식과 틀을 배웠기 때문에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안 배웠는데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형식과 틀을 배우고 익히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대로의 예술일 것이고, 청중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만 예술이라고 주장하게 될 것이다.
이 음악가들처럼, 언어의 형식과 틀이라 할 수 있는 문법에 일치되는 정확한 분석적 해석을 익히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을 읽어나가면서 저절로 해석이 되는 리딩(직독직해)의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
물론 아주 어린 나이에는 당연히 분석적 사고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는 분석적 해석을 학습시켜주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이 리딩의 기법만 훈련받다 보니, 고교 내신 영어가 너무 어려워진다. 또 이런 학생들의 리딩은 사실상 리딩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소설을 쓰고 있는 상상의 해석인 경우가 많다.
이번 여름 방학은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할 정말 소중한 시기이다. 특히 고교 내신을 본격 접하게 될 예비고1들이나 내신이 어려운 기존 고교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언어의 형식과 틀에 충실한 분석적 해석의 학습법을 몸에 배일 정도로 익히다보면, 빠르고 정확한 리딩도 가능하게 되면서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단어 자체를 품사에 맞게 정확하게 외우는 습관이 제일 먼저 필요하고, 그리고 문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고교 문법이라고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중학문법을 완전하게 익히고 나면 문법은 충분하다.
그 다음은 습관의 문제인데, 우리가 단어를 외우고,문법을 배우는 이유는 결국 정확한 독해를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말로 예쁘고 그럴듯한 해석이 아니라, 우리말 표현이 어색하더라도 배운 문법에 일치시키는 해석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문법을 배우고서도, 여전히 어법이 어려운 이유는 문법상 분명하게 틀린 영어 문장을 우리 말로 그럴듯하고 말이 되도록 해석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자체가 전혀 틀려 보이지 않으므로 어법 문제는 무조건 틀릴 수 밖에 없다.
더불어서 내신 서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작 문제를 위해서도,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가 아니라 영어의 형식과 틀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문장의 5형식에 맞게 영작하는 연습도 이번 여름 방학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실,초등영어부터 문장의 5형식이란 공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대부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분석적 해석과 리딩의 동시 정립이라는 이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에게 다 해보라고 맡길 수는 없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빠르게 정립시켜줄 좋은 선생님 즉 스승이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이를 올바르게 훈련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들을 주변에서 만나서,내신의 분석적 해석과 모의고사/수능의 리딩 기법을 동시에 터득하는 인생 여름 방학이 되어보기를 모든 ,예비고생들과 고교 재학생들에게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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