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책 - 마우리치오 카텔란(展)

풍자와 해학 만끽한 리움미술관 봄나들이

이선이 리포터 2023-04-06

요즘 가장 핫한 전시라면 ‘리움미술관 기획전 마우리치오 카텔란 <WE>’이 아닐까? 100% 사전 예약제로 무료관람할 수 있는 전시라서 예약 경쟁도 치열한 리움미술관 기획전을 부지런한 친구의 예약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다.



38개 작품으로 구성된 최대 규모의 카텔란 전시
리움미술관 전시는 관람일 14일 전에 온라인 개인예매가 오픈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최대 4명까지 예약할 수 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예약 경쟁이 치열한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던 핫한 전시였다. 오픈 타임인 10시 예약자가 아니면 주차는 힘들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번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전시는 2011년 뉴욕 구겐하임 회고전 이래 최대 규모의 전시인데 카텔란의 미술계 등단 시기인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소개된 38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근사한 미술관 입구와 로비에서 노숙자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카텔란의 작품이며, 전시장 곳곳에서 비둘기도 볼 수 있어서 마치 야외 전시장을 봄나들이 삼아 거닐면서 작품들을 감상하는 듯하다.



삶과 죽음, 종교와 권위, 억압과 불안, 전쟁과 평화...
전시홀 중앙에는 이탈리아 지도가 그려진 커다란 원형 카펫이 깔려 있는데 밟고 지나가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아래층과 위층이 이어진 층고가 높은 전시 부스 꼭대기에선 소년이 앉아 북을 친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가 위에서 북을 두드리며 마치 우리의 관람을 방해하는 소동을 벌이는 듯하다.
커다란 낡은 부츠에 심어 놓은 파릇한 식물은 햇살에 빛나고,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발바닥 그림은 삶의 고뇌를 보여준다. 천장 꼭대기에 늘어진 채 매달린 말과 벽에 박제되어 걸린 말의 몸은 죽음을 크기를 생각하게 한다. 냉장고 안에서는 카텔란의 어머니가 우리를 응시하고, 전시장 바닥에서는 카텔란이 머리를 빼꼼 내밀고 우리의 관람을 엿본다. 대형견 사이의 작은 병아리는 평화로워 보이고, 소년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앞모습에서 히틀러를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위층에서는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뉴욕경찰들, 총탄의 흔적이 난무한 검은 성조기, 참전용사 기념비를 연상시키는 잉글랜드 축구팀의 패배 기록 등의 작품들이 풍자와 해학을 선사한다.
축소판 시스티나 성당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길목에는 주검을 덮어 놓은 듯한 대리석 조각 작품 <모두>가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게 하고, 운석에 깔려 성당 앞에 쓰러진 교황님은 허무한 권위의 상징이었을까?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의미였을까?
삶과 죽음, 종교와 권위, 억압과 불안, 전쟁과 평화, 그리고 추모까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작품들을 보며 인생사를 흥미롭게 돌이켜 본 전시였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관람 안내>
-전시기간:  2023년 7월 16일(일)까지
-장소:  리움 M2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관람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오디오 가이드 무료 대여(신분증 지참)
-주차:  일부 가능(만차 시 불가)
-티켓 예약:  https://ticket.leeum.org(관람일 14일 전 온라인 개인 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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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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