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가 우리 삶에 많은 유익과 기쁨을 준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안타까운 것 중 단연 첫째는 독서에 관한 것이다.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책 읽기를 싫어할 뿐 아니라, 책을 읽어도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에 우리를 할퀴고 간 폭우와 태풍의 쓰라린 기억을 떨쳐내고, 이제는 하루하루 눈부신 가을빛을 더해가는 요즘. 몇 권의 책이 나에게 주었던 감명을 다른 이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우선 투명하고 맑은 가을날 읽기 좋은 소설로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추천한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희미해져 가는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 묻지 않은 깨끗한, 깨끗하다 못해 경건하기까지 한 알리사와 제롬의 사랑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하는 사랑의 말과 행동이 어느 쪽을 향해야 하는지 그 방향이 보일 것이다.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을 보며 우리 생각과 감정이 투명한 가을 하늘을 닮아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하시길 바래본다.
헤르만 헷세 <수레바퀴 아래서>
자녀와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헤르만 헷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추천한다.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유익이 될 작품이다. 동네가 떠들썩할 정도로 똑똑한 자녀를 둔 부모님의 뿌듯함과 기대감, 부모님 뿐 아니라 온 동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명문 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은 심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공부만 잘할 뿐인 소시오패스 같은 동료들과 부대끼며 느끼는 학업 및 인간관계 스트레스, 비인간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기관 등 우리 자녀들이 현재 똑같이 경험하고 있는 거대한 삶의 수레바퀴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결국 주인공은 자살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읽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또한 각자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인생의 수레바퀴를 인정하고, 거기에 깔리지 말고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그 바퀴를 잘 굴려나갈 지혜를 발견하기를 희망해 본다.
김훈 <칼의 노래>
위인전 겸 소설로는 김훈의 ‘칼의 노래’도 좋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김훈 작가님의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문체로 감동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몇 해 전 인가 아주 똑똑하고 착하고 공부 잘하는 고3 여학생에게 공부하다가 지칠 때 이 책을 읽고 머리를 좀 쉬라고 추천해 준 일이 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학생이 저에게 뜻하지 않은 원망의 말을 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순신 장군이 너무 멋지고 매력적이어서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고, 영어 공부를 할 때도 생각나서 공부에 방해가 될 지경이어서 눈물이 날 정도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필자도 약간 당황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마음 아파하는 아이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했다. 소설일지라도 ‘이 정도로 푹 빠지고 공감능력이 되면 공부도 잘 하는구나’라고 느끼긴 했다.
신경림 <시인을 찾아서>
이 아름다운 계절에 시집이 빠질수 없다. 한 작가의 시를 모아둔 단행본 시집도 좋지만, 훌륭한 시인들의 시를 해설과 함께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추천한다. 해방 이후 우리 시대 가장 빛나는 시인들의 보석 같은 주요 작품들을 거의 빠짐없이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경림 시인의 작가 및 작품 설명이 보태져 있어서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다. 물론 자녀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
책 읽지 않는 사람은 귀중한 인생을 어떤 모양으로든지 낭비하게 된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인생 100년이 짧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고, 시간이 돈보다 훨씬 더 값어치 있는 것이라는 흔한 진리의 말이 마음에 사무치는 요즘이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빛나고 아름다운 가을 한 권의 책읽기로 귀중한 인생 시간을 아끼고, 우리 삶을 아름답고 값지게 가꿔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유리나 원장
목동 생각의지평 국어논술 학원
문의 02-2646-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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