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20여 년 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어 학습서 제목이다. 제목과는 달리, 영어 공부를 바른 방법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당시 영어 학습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수학 공부는 어떨까?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으로 계속해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흔히 생각하는 표준적인 수학 공부 방법은 2~3년 정도의 선행학습을 기본으로 고난도의 문제집을 수월하게 풀 수 있을 때까지 가능한 한 빠르게 반복 학습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무슨 문제집을 몇 번 반복했는지에 따라 가늠되고, 학교 수학 등급에 따라 아이들의 수학적 능력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어 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소수의 아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수학을 재미없고 지루한 과목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 과정을 끝까지 버틴 아이들만이 수학의 소질과 적성을 가진 능력자로 인정받고 그 이외의 아이들은 어정쩡한 상태로 남거나 수학을 포기해 버린다. 특히 열심히 노력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자신의 수학 성적 때문에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고, 수학 공부를 포기하려는 아이들을 보면 수학 교육의 목표는 과연 무엇이고 수학 공부는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큰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왜 많은 아이가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채 이미 정해진 방법과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책에 나온 대로 공부하면 안 되는 경우를 하나 살펴보자. 중등 수학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 중 하나는 무한히 순환하는 순환소수를 분모와 분자가 정수인 분수로 바꾸는 단원이다. 처음으로 무한의 세계를 다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 단원을 공부할 때, 보통은 교과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과정을 익숙히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방법은 오류가 없으므로 비슷한 문제를 주면 이 방법으로 언제·나 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 계산의 결과는 무엇이 될까?
1+2+4+8+16+32+ ···
교과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방법에 따르면, T=1+2+4+8+16+32+ ··· 라고 두고 이 식에 양변에 를 곱해 2를 곱해 2T=2+4+8+16+32+64+ ···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2+4+8+16+32+64+ ···는 T-1과 같으므로 2T=T-1이 되어 T=1이 된다. 양수를 무수히 많이 더했는데, 결과가 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문제에 관한 좋은 의견이 있다면 꼭 연락을 주길 바란다.)
정해진 길을 따라 정답을 도출해내는 과정만을 반복해 온 아이들에게 이러한 논쟁적인 질문은 큰 자극이 된다.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수학 공부를 지치지 않고 계속할 힘이 길러지고, 수학적 개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수학 공부는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문제의 풀이법을 단순히 익히기만 하는 방법으로는 수학적 개념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 여러 단원에서 배우는 수학적 개념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그것들이 어떠한 논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지,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개념이 정말 바른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해 보아야 한다. 또한 문제의 해법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풀이와 논리를 모방해보고 해답의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의 조건을 바꾸었을 때의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따져보고 문제 풀이의 논리적 모순은 없는지, 이해되지 않는 사실은 무엇이고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끝으로 수학 시험에서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지금도 힘들게 고군분투하는 학생들을 응원한다. 특히 시험 성적에 좌절하고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힘을 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등급으로 자기 능력을 평가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했으면 한다.
김 민성 원장
격수당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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