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군에서 군생활을 마친 제자 고군이 찾아왔다. 고군은 중국의 명문대학에 진학을 하여 1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입대를 했었다. 군 생활을 하는 가운데에도 열심히 태권도 수련을 하였고, 제대를 하자마자 태권도 사범 자격증까지 취득하였다고 말하는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군 제대를 하고 나면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 놀 궁리를 할 터인데 고군은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다음 목표로 음악과 관련한 마케팅 분야를 공부하겠다고 다음 목표를 밝혔다. 언론 정보학이라는 자기 전공분야 외에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자기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도중에 고군이 중3이던 10여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던 때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 당시에 나는 수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아이들과 삶에 관한 많은 대화를 하였고, 독서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그때 한 권의 책을 읽고 무언가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깊이 생각해 보고 진지하게 생각을 나누었던 것이 고군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듯했다.
아이들과 깊이있는 대화 많이 해야
공부와 성적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때 수학문제 한 문제를 더 풀고 영어단어 한 개를 더 외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삶’, ‘소유’ 그리고 ‘존재’라는 철학적인 문제를 가지고 깊이 사색해 보는 것은 하나의 수학공식과 영어단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력’과는 또 다른 차원의 힘이다. ‘사고력’이 성적을 올리는 힘이라면 ‘생각하는 힘’은 인생의 목표와 좌표를 설정하게 하는 힘이다. ‘생각하는 힘’이 ‘사고력’을 끌어 올린다. 그래서 아이들과 이와 같은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특히 사춘기 자녀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 많이 나눌수록 성적도 올라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한 국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결과에서도 자녀가 올바른 성품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학생이 공부를 잘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찬가지로 학생입장에서도 올바른 성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성취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또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많이 나눌수록 학생의 성적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진학 포부 수준, 자신감, 흥미, 가치인식이 높을수록 성취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년이나 과목에 상관없이 부모와 학생이 학교공부나 진학에 대한 대화를 거의 매일 하는 학생과 전혀 하지 않는 학생 사이의 과목별 평균점수 차이가 매우 컸다.
초등학생의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활동이 각 과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수학과목의 경우 '올바른 성품을 갖는다'가 72.8점, '공부를 잘한다'가 66.2점, '좋은 친구를 사귄다'가 63.3점, '운동을 잘 한다'가 52.6점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 과목별로 '올바른 성품을 갖는다'가 '공부를 잘한다' 보다 영어 7.7점, 국어 7.5점, 수학 6.6점, 사회 6.4점, 과학 5.4점 순으로 높았다. 이것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보다 올바른 성품을 갖기를 원하는 부모의 생각이 자녀의 성적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부모와 학교공부를 주제로 대화를 '거의 매일 하는 편'이라는 학생의 영어 평균점수는 78.9점이었으나 '전혀 하지 않는다'는 학생은 52.5점으로 차이가 26.4점이나 되었다. 수학 21.8점, 국어 17.7점, 사회 16.6점, 과학 15.5점의 차이가 났다. 진학에 대한 대화도 거의 매일 하는 학생이 전혀 하지 않는 학생보다 영어 23.4점, 수학 19.5.4점, 국어 18.0점, 사회17.5점, 과학 15.6점의 차이를 보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위의 결과는 학교나 가정에서 학생이 학습에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바람직한 인성을 가지도록 가정에서 부모와 대화를 많이 가지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공부 잘 해라' 보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입증해 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이 아이가 부모와 함께 진로에서부터 여러 가지 사회현상까지 얘기할 수 있게 된다면 사춘기의 방황 끝, 성적고민 끝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이다.
有田不耕倉?虛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곳간이 비게 되고
有書不敎子孫愚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게 되네
倉?虛兮歲月乏 곳간이 비어 있으면 세월이 고달프고
子孫愚兮禮義疎 자손이 어리석게 되면 예의와 멀어 진다네
若惟不耕與不敎 이것이 만약 일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아서 된 것이라면
是乃父兄之過歟 이 또한 부모의 과실이 아니고 누구의 것인가
(고문진보_백낙천 권학시)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성경 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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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엠 목동 오목교 교육센터 김강일 원장
교육문의 02-2654-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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