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
경상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와 시조가 당선되며 등단한 정지윤 작가.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와 시조집 ‘참치캔 의족’을 출간한 이후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라는 시집으로 대중들 앞에 우뚝 섰다. 특히 이번에 출간한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는 드로잉작가 나규환과 콜라보로 출간되자마자 화제가 되고 있다. 어수선한 일상 속에서 뉴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시선들의 모호한 일상을 가차 없이 휘저어 놓는 정지윤 작가를 만나 그녀의 황홀한 시어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는 어떤 책인가?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는 실재와 실재에서 파생된 언어들 사이의 왜곡을 정밀하게 포착해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편파의 극단에 맞서 매 순간의 진실한 심상들을 소환하는 나의 시와 나규환 작가의 콜라보는 역동적이면서 유쾌하기까지 하다. 문자와 이미지들은 여백을 공유하며 자유자재로 공명하고, 해고 통지서도 입이 없는 루저도 이 공명의 자장에 들어와 함께 춤춘다. 드로잉 시집의 모든 주인공들은 권력이 조준하고 퍼붓는 뉴스들의 아픈 상처를 침묵으로 받아 안거나 쓸쓸한 서로의 등을 응시하며 오늘을 함께 버틴다고 할 수 있다. 이 버팀이야말로 편파적으로 변한 세계를 바로 잡는 눈부신 두 사람의 춤이자 공명의 축이다. 제22회 전태일문학상과 제10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로서 정체성을 갖는 나의 시와 나규환 작가의 드로잉 콜라보는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안팎에서 강제로 밀려나가는 기억들과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을 초광각의 앵글로 분명하게 끌어안는다. ‘나는 뉴스보다 더 편파적이다’를 통해 독자들은 구체적으로 표현된 진실의 생기와 영감이 가득한 상상력을 함께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집이자 드로잉북인 이번 책은 나규환 드로잉 콜라보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어떤 계기로 협업하게 되었는지?
지난 해 우연한 자리에서 나규환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 각기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던 이들에게 유일한 공통점은 각자 전태일 열사와 작은 인연이 있다는 점 정도였다.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과 전태일기념관 앞 작품 설치 작가로 전태일 이란 큰 상징을 공유한 탓인지 비교적 쉽게 ‘무언가’를 ‘함께’ 해보자는 데 동의했다. 서로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매혹에 강하게 이끌린 것이 절대적인 이유였다. 한 권의 책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특수성과 특수성이 충돌하면서 공통의 가치에 이르는 것이 콜라보레이션의 동기이자 목표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시의 행간과 여백은 백색의 아득한 심연과 우주의 측정 불가한 검은 넓이를 압축하고 있는 마술적인 공간이다. 이미지 밖의 공간 역시 사방으로 무한하게 뻗어나간 저 너머의 무엇이다. 이 공간에는 때로는 빠르게 스쳐가거나 잠시 머물다 가는 연기 같은 형상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커다란 슬픔 앞에서 울고 있는 이들도 있다. 시집이자 드로잉북인 이 책은 마치 56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연속 상영되는 무대이자 전시장인 가설의 공간이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 고통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참여해 저항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적 허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은 비인간화된 현대 시스템 속의 주체들이 얼마나 참혹한 주체 상실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지 그들은 영상 속의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시킨다. 뉴스의 깊은 곳에 은폐되어 있는 소외의 결과를 뉴스보다 더 아프게 끌어내고 있다. 이 시집이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소망한다. 시는 뉴스보다 더 힘이 세다.
-작가님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두 번 째 시집, 시조집, 동시집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시집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치열하게 쓰고 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는 시인을 ‘잠수함 속의 토끼’로 비유했다. 시인은 이 사회의 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이를 알리는 존재이다. 시의 힘을 믿으며 시가 있어야 할 곳에서 힘없고 외로운 존재들과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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