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정신없이 몰아치다 이제 빠지기 아쉬운 듯, 한 번씩 고개를 쳐들어 보지만 살며시 스며드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맹렬한 추위도 입춘이 지난 이맘쯤에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연의 법칙 때문이지 싶다. 우리는 이처럼 오래되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을 진리라고 말한다.
며칠 전 작은 애가 새 학년 새 교과서를 받아와서 그 동안 책장을 차지하고 있던 책들을 치우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을 펼쳐 보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그 책은 내가 아주 어릴 적 읽었던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이라는 책이었는데, 한 장씩 넘기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동화 수준의 책 내용이 이제 오십을 넘어 육십을 바라보는 닳디 닳은 사람의 가슴을 이리도 후벼 파는지. 책을 덮고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고전의 주인공이 꼭 나 인 것 같아서
악마의 장난질에 넘어가 패가망신한 욕심 많은 형들을 도와주고 벙어리 여동생과 나이 많은 부모님들을 모시고 사는 주인공 바보 이반을 보며, 반평생을 산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어릴 적 어리석고 추악하고 불쌍하게 보았던 두 형들의 모습에서 그들보다 더 어리석고 추악한 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이겨 먹어보려고 소중한 인연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별 노력 없이 남들처럼 부자가 되기를 소망했으며, 누군가가 바라던 작은 도움을 외면했더. 또한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을 폄하 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양보도 없이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못나고 못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형제부모와 서로 사랑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이제야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오래된 고전들은 늘 우리가 어디에 있던 어떤 시대에 살던 어떻게 살던 늘 진리를 통해 깨우치고 자신들을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행동에 제약이 생겨버린 지금 바쁘게만 움직이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예전에 읽어 보았던 빛바랜 고전들을 하나하나 꺼내 읽어봄이 어떨까?
분명 자신 있게 말하는데 예전에 깨닫지 못했던 숨어 있던 진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좀 더 성숙한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각자 속한 사회도 한층 성숙 될 것이다.
김진우
목동문고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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