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여자고등학교(교장 방건희)는 1977년 개교 이래 지금까지 해마다 사회 각계각층의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온 강남 명문사학이다. 2022학년도 대입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진선의 진학지도 마스터 플랜’ 속에는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진로·진학 길잡이가 되어준 선생님이 있다. 2022년 <강남 학교 진학 선생님> 그 첫 번째로, 진선여자고등학교 이주연 교사(진학·3학년부장, 수학과)를 만나봤다.
2022학년도, 지난 1년의 입시 레이스에 대한 선생님의 소감이라면?
“수시든 정시든 대학입시는 학교-교사-학생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시를 예로 들면 좋은 학생부는 고교 3년 동안 30~40여 명의 각 교과 선생님들이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꼼꼼히 기록해야 하고, 그만큼 학생들은 매 수업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발표하고 탐구한다. 학생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교과와 연계된 여러 활동이나 특색 프로그램, 그리고 진로·진학 시스템과 교육환경을 갖추는 것은 학교의 몫이다. 진선여고의 우수한 입시 결과는 저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노력과 모든 선생님, 그리고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잘 맞물려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2022학년도에 재학생들의 입시 결과가 좋은 편이라, 지난 1년간 함께 노력한 결과라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2022학년도 수시 결과, 재학생들의 진학률이 높다고 들었다.
“진선여고는 수시에서 서울대, 고려대 진학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 진선여고 서울대 수시 합격자는 총 7명으로 모두 재학생이다. 3학년 전체 학생 수가 305명으로 서울대 수시에 합격한 재학생이 2.3%이다. 서울대 정시에 지원한 학생도 꽤 많아서 올해 진학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는 80%를 수시로 선발했지만 올해는 59%만 수시로 선발한다. 선발 인원이 대폭 줄었지만, 2021학년도에 수시로 15명이 합격했고, 2022학년도에도 수시로 11명이 고려대에 합격했다. 선발 인원 자체가 줄었지만 고려대 수시 진학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학생-선생님-학교 ‘삼박자’가 잘 맞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문·이과 통합’이라는 이슈가 있어서 인문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시 진학 지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이 많아서 정시 결과도 기대한다.”
2022학년도 서울대 수시 7명 합격자 중 서울대 의예과에 3명이나 합격했다. 진선여고는 6년 연속 ‘서울대 의예과’ 합격생을 배출해왔다. ‘진학지도 노하우’라면?
“먼저 3학년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서울대 입학사정관과 교사들의 간담회’에 참여하려면, 대학입시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나눠서 신청을 위해 ‘광-클릭’ 한 끝에 성공했다.(웃음) 서울대 입학사정관과의 만남은 우리학교가 잘하고 있는 부분을 ‘확인’ 받고 싶었기 때문에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일례로 고려대 교과전형 예비번호를 받았던 학생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합격했을 때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기뻐하며 울었다. 그 학생의 성향은 재수 생활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올해 곡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를 담임선생님이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3학년 선생님 모두 그런 마음으로 학생들의 진학 지도를 한 덕분이다.”
진선여고는 학교에서 ‘모의면접’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의예과 MMI 면접뿐 아니라 주요 대학 수시 면접과 정시 의대 면접까지, 어떻게 준비하는 지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걱정을 하며 대면으로 진행했지만, 올해 고3 학생들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완료된 시점이라 조금은 안심하며 대면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학생마다 성향이 뚜렷했기에, 각각에 맞춰서 준비했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출신 국어 선생님과 제가 함께 서울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MMI 제시문 모의면접을 진행하고 담임선생님과 같이 MMI 학생부 기반 면접을 진행했다. 서울대 일반학과 제시문 면접 준비도 전공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해주셨다. 물론, 선생님들이 모의면접을 위해 함께 준비한 부분도 크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주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대 수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마친 뒤 진선여고에 부임했다고 들었다. 수학 교과를 담당하고 계신데, 진학 업무는 어떤 계기로 맡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진선여고에 와서 첫 고3 담임을 맡았을 때, 우리 반에서 2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다들 저에게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지만, 그 두 학생은 성적과 집안 형편상 자신이 가고 싶었던 학과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지금도 진학 지도를 할 때 ‘학생이 희망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존중하고, 거기에 맞춰 진학 컨설팅을 한다. 부모님과 학생의 의견 차가 큰 경우가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수학 교사가 되었지만, 교과 수업과 별개로 입시는 ‘데이터’를 잘보고 분석하는 일종의 ‘수학의 연장선’이더라. ‘숫자’를 분석하는 일이 편안하다보니, 담임을 맡으면 반 아이들의 입시 데이터를 더 꼼꼼히 분석했고 내가 아는 부분을 다른 선생님들과도 공유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진학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제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교직에 몸담으면서, 혹은 직접 진학 지도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기억에 남는 제자들이 너무 많다.(웃음) 담임을 맡았던 해에 1~2명씩은 제자들과 지금까지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벌써 대학을 졸업한 제자들은 변호사, 교사, 간호사, 의사, 디자이너 등 각각의 분야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강남에서 같이 교사로 생활하는 제자들도 있다. 생활 속 법률 지식이 필요할 때는 변호사 제자에게 물어본다. 고려대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예방의학과를 전공하고 질병관리청에서 파견 근무를 한 제자가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궁금한 것을 그 분야 전문가인 제자에게 직접 물어 볼 수 있어서 좋더라.(웃음) 아직 대학생인 제자들도 자주 학교를 찾아온다. 며칠 전에도 단국대 의예과 예과 2학년인 제자도 얼굴 보러 학교로 왔었다. 다들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재로 성장한 제자들을 볼 때마다 ‘이 맛에 교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 저 시험장 가서 긴장될 때마다 선생님이 해주신 마지막 말 ‘넌 진선의 자랑이다’를 한 50번은 속으로 외웠어요. 그 말에 정말 울컥했거든요. 어제, 저 면접 잘 봤어요. 일 년 동안 이끌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_ 학생 문자 中
“선생님, 오늘 OO이는 면접까지 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잘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OO이가 너무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입시를 마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아이네요.”_ 학부모님 문자 中
중학교 입학 설명회에서 ‘수학이 아닌 국어를 공부하라’는 말을 하신다고 들었다. 수학 선생님이 ‘국어 공부’를 강조한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근본적인 학업역량’이라는 측면에서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의미다. ‘깊이 있는 책 읽기’가 정말 중요하다. 수시든 정시든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깊이 있는 책읽기’를 꼽을 수 있다. 책 읽기를 통해 깊이 있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학업역량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다. 물론, 수학도 중요하다. 중학생과 학부모님들께 꼭 하는 말이 있다. 중등 수학과 고등 수학에는 모두 이차방정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중학교 때는 이차방정식의 해를 근의 공식을 이용한 대수로 배운다. 즉, 연산 중심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와 연계한 해석기하학으로 배운다. 계산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정확히 짚어내는 수학적 능력’이 필요하다. 즉, ‘사고력’ 중심이다. 이런 역량을 키우려면 근본적으로 ‘깊이 있는 책 읽기’가 꼭 필요하다. 게다가 입시에서 ‘국어’의 영향력이 크지 않나. 여러 의미에서 ‘수학이 아니라 국어를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교 진학을 앞둔 예비 고1 학생들에게, 진학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것만은 꼭!’이라면?
“먼저,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고교 생활은 ‘결국 멘탈 싸움’이다. 대학입시라는 큰 틀에서 뜻하지 않는 여러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고교 배정 전이지만, 어느 학교에 가든 중요치 않다. 아무리 좋은 학교라도 그 학교 선생님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 있고, 좋은 선생님이지만 성향이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고등학교에 입학하든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바란다. 그리고 중학교 때 성적만 생각하며 ‘공부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앞으로 3년의 시간이 있으므로,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여러분의 멋진 고교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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