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심각해지는 코로나19 탓에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요즘, 거의 매끼를 집밥이나 배달 음식으로 때우다 보니 식욕도 없어지고 건강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느낌이다. 점심시간 즈음에 우연히 신논현역 뒤쪽 먹자골목을 지나가다 길게 줄을 선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밀면전문점 ‘대박가야밀면’이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음식, 밀면
신논현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돌아서면 여러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먹자골목이 나타난다. 강남의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소박한 메뉴들이 주를 이뤄 오히려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골목 중간 쯤에 위치한 ‘대박가야밀면’ 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서 있다. 매장이 협소한 탓도 있지만 이곳 대표의 코로나19 체크가 워낙 까다로워 진행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1년 전, 김서은 대표는 이름 그대로 대박을 기원하며 ‘대박가야밀면’을 열었다.
“오래 준비해서 오픈했는데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란 악재가 겹쳐 순탄치 않았다”는 그녀는 30대 초반의 젊고 예쁜(?) 여사장. 게다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금은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는 1인 경영 체제다.
김 대표의 노하우가 담긴 특제 양념장
한국 전쟁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밀면은 밀가루와 전분을 넣고 반죽하여 만든 국수로 부산의 대표적 향토음식이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밀면을 좋아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나중에 크면 밀면집 사장한테 시집을 가라고 할 정도였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내가 밀면집 사장이 될 거야!”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20대에 서울로 올라와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밀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고심하다가 결국 30이 넘어서야 꿈을 이루게 된 것.
아담한 크기의 매장은 주방이 반을 차지한다. 주방 입구에 밀가루 포대가 쌓여있고 바쁘게 움직이는 김 대표의 동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의 메뉴는 보통 맛의 물밀면(7,500원), 비빔밀면(8,000원)에 매운맛, 땡초 맛 그리고 수육과 고기왕만두, 미니고기만두 등이 전부다. 특히 젊은 층에서 좋아하는 땡초 맛은 청양고추와 매운 양념이 들어간다. 기본 반찬으로는 상큼달콤한 무절임이 나온다.
아침마다 그날 쓸 양만큼만 반죽
반죽은 김 대표가 아침에 그날 쓸 양만큼만 준비해놓고 주문 즉시 현장에서 면을 뽑아낸다. 때문에 재료가 소진되면 그날 영업을 종료해야 한다. 밀면은 면발과 함께 육수와 양념도 중요하다. 야채와 사골, 닭발을 넣고 48시간 우려낸 육수와 김 대표만의 비법이 담긴 양념이 차별화된 맛을 선사한다.
양념은 배와 과일로 단맛을 내고 갖은 야채, 국내산 고춧가루로 버무려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비빔밀면’에도 육수가 같이 등장하는데 육수를 살짝 넣고 비비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어릴 때 고향에서 먹던 밀면 맛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이제는 비슷한 맛을 내게 되었다”며 배달과 포장도 가능하지만 국수인 만큼 직접 와서 드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위치: 서초구 강남대로83길 46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재료 소진 시 마감), 일요일 휴무
문의: 02-515-2555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