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우리지역 고1, 고2 현황

교사와 학부모, 학원이 학생의 학습 환경에 힘을 모아야

지역내일 2020-10-07

코로나 상황은 아직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교육청과 일선 학교 현장은 내년도 원격 수업에 대한 고민을 이미 이어가고 있다. 지속되는 등교 중지와 오랜 시간 온라인 수업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우리 지역 고1, 고2 학생들의 현황과 학교의 고민을 일선 교사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았다.
도움말 곽광용 보인고 1학년부장교사



Q. 등교 중지로 인해 학생들 상호간의 친밀감, 학교에 대한 이해와 성취감이 약해졌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생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년에 비해 학생들이 서로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물론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소극적인 학생들이 새로 만나는 친구들과 교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중학교 때 알던 친구들끼리만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 부재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이 어색하고 선생님들은 마스크를 쓴 학생의 얼굴도 그나마 잘 못 보니 예년처럼 서로 알아가면서 친해지고 학업 및 인성교육의 시너지가 발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타인과 부대끼며 나눔과 배려를 배우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곳이 학교라는 점에서 얼굴 자체를 많이 보지 못하는 올해의 상황이 많이 아쉽습니다.

Q. 학생들의 학업적인 부분 역시 많이 아쉬운데요. 고등학교 수준에서 요구하는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갖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학습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자기주도 학습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만의 공부 습관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자기주도 학습도 온라인으로 실시하다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의 공부습관을 직접 보지 못하고 상담을 통해서만 조언해야 하는 답답함이 있습니다. 자기주도 학습 뿐 아니라 수업 자체에 대한 집중도와 학업성취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Q. 특히 올해는 학업성취도에서 중간층이 줄어들고 학생 간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의지가 강하지 못한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서는 집중도가 높아져 수업 효율이 커지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져 학습 효율이 급감합니다. 고교에 진학하면서 내신 경쟁도 매우 치열해지면서 1학년 1학기 시험을 치른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점수와 등급을 받고 충격에 빠졌었지요. 온라인수업 위주로 시험대비가 된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무기력한 모습보다는 1학기 성취도를 냉정하게 점검하여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성실히 보완하는 학업계획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Q. 본격적으로 2학기가 되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방향을 대입의 수시와 수능이라는 목표로 잡았다면, 고1 학생들의 과목별 학습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이제는 학교 내에서만 경쟁하는 내신과는 달리 전국 단위로 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학력평가를 통해 배울 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수능 공부가 내신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능 기초 과목에 대한 탄탄한 학습을 매일 진행해야 합니다. 2023학년도에 입시를 치를 1학년 학생들은 수능 선택과목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입니다. 국어를 예로 들자면 화법과 작문과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수능에서 선택해야 하는데요. 지금은 선택과목을 결정하는 시기가 아니라 선택과목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고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택과목이 아닌 공통과목입니다. 국어에서 선택과목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수능에서 중요시되어왔고 큰 배점을 차지하는 문학과 독서를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섣부른 선행보다는 기초가 되는 영역의 탄탄한 실력 쌓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Q.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이 생활기록부 작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조급함을 느끼는 일부 학생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보다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학에서는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는지를 평가합니다. 비록 실외 활동은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진로, 자율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상황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정상화 이후의 활동을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학교에서 마련한 온라인 위주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합니다.

Q. 준비했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며 교사들 역시 답답하시죠. 이런 상황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여러 학교에서는 최대한 학업 및 학생들의 활동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차츰 학교별로 대면 및 온라인 상담을 강화하고 있지요. 학생들이 외부 상황으로 인해 용기를 잃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막고,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학교별로 다양한 온라인 창체 활동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인고의 경우에는 정규일과시간에는 활동할 시간이 없고, 교육청에서 방과후활동을 제한했기 때문에 일과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온라인 창체 활동을 선택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진로진학에 대한 정보 접근이 부족해진 이 시점에 온라인 입시전형 설명회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로의 방향과 그에 따른 학습전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유용합니다.

Q. 올해 치러진 고2, 고3의 전국연합 학력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중간층의 붕괴입니다. 자기주도 학습 역량 차이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 수업이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조건의 학습 환경을 제공했지만 일부만 성적을 유지, 상승시켰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락했습니다. 결국 자기주도 학습 역량의 차이입니다. 학교 및 학원일과에 자신의 학업 일정을 내맡기던 상황에서 일 년 내내 불안정적인 등교 및 등원 일정 때문에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하였습니다. 이는 지금 고등학생들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학습 환경입니다. 자기주도 학습 역량 차이에 따른 학력 격차는 앞으로도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스스로 ‘계획-실천-평가-환류’의 과정을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Q. 계속되는 원격수업으로 인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선행학습에 대한 조절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할까요.
사교육은 본인이 모자람을 느꼈을 때 활용하면 좋지만, 학습 계획이 없이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수업만 듣는다면 좋지 않습니다. 선행이 주는 나쁜 매력은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는 착각입니다. 학원 진도에 맞춰 강의를 들으면 강의 진도에 맞춰 내 실력도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력은 선생님이 좋은 것이지 내가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주어진 시간 안에 누가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확인하는 포맷이기 때문에 빨리 선행을 하고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 전략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1등급의 경계를 가르는 능력은 깊은 사고력입니다. 깊은 사고력을 키우는 길은 빠른 선행이 아니고 지금 학습한 내용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그 개념의 적용 또는 응용 방법에 대해 스스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과제집착력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선행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정상적인 학습 코스의 심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Q. 진로 희망 학과가 없이 고교 생활을 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길을 찾아 가는 것과 같습니다. 고교 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진로를 찾아가야 할까요.
진로 희망 학과는 일종의 목표와 같은 것으로 목표가 있어야 학습 동기가 부여됩니다. 먼저 진로 희망 학과에 맞춰 과목별 학습 계획을 세우고, 학교의 창체 프로그램 중 참여해야 할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탐구보고서의 주제를 결정하고, 독서활동의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학교생활기록부가 스펙이 되어 학생부 종합전형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진로 희망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는 학생의 학교생활은 교사의 관점에서 확연히 구분됩니다. 2학년 2학기가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서도 진로가 명확하지 않다면 막연히 정시만을 보고 대입을 준비한다는 것인데, 정시는 상위권 N수생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큽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 정시 합격생 중 N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훌쩍 상회한다는 점, 특히 성균관대와 건국대는 70%를 넘긴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진로를 찾기에 늦은 시기는 없습니다. 정 진로를 찾지 못하겠다면, 진로를 탐색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생기부에 드러나게 해야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직업 탐색과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탐색해나가야 합니다. 진로 찾기는 1학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2학년, 3학년에서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학부모들도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학교의 학생 관리, 학교 울타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부모님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조력자로서 학부모 역량을 고민해 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자녀의 학습 상황을 학교나 학원으로부터 전달 받는 입장에서 자녀로부터 직접 확인하는 노력을 하셔야 하고 이를 하나의 습관으로 형성해야 합니다. 학생의 학습 환경에 관여하는 여러 힘들이 있습니다. 교사, 학원, 학부모 모두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 다양한 힘들이 학생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부모님들이 그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개입 노력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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