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와 간통을 목적으로 내연관계에 있는 남자가 집에 들어왔다면, 이 남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최근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A씨는 내연녀인 B씨를 만나고자 2019년 7월과 8월 사이 3차례에 걸쳐 B씨 남편이 없는 틈을 타 B씨 집을 방문했다. 검사는 A씨가 피해자인 B씨 남편의 주거 평온을 해쳤다고 보고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에게 유죄가 인정될까?
1심은 A씨의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울산지법 형사2부는 2020년 8월 30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형 등을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0노147).
재판부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닌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며 "A씨가 B씨 부부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지에 B씨와의 간통을 목적으로 들어간 것은 맞지만, 당시 B씨가 직접 문을 열어 주고 들어오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인 B씨의 승낙을 받고 평온하게 집에 들어간 것으로 주거를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부재중인 다른 공동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984년 6월 26일 “남편의 부재중 간통 목적으로 아내(내연녀)의 승낙하에 주거에 들어간 경우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 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83도685).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하만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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