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술주정하는 노인들을 봐줄 수가 없어. 나한테 중요한 사람인데 술주정을 할라치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거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몇 년 전 남동생으로부터 들었던 고백이다. 동생에겐 잊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있었다. 어느 날 술 취해 들어오신 아빠랑 엄마가 부부싸움을 하셨다. 술 취한 아빠가 엄마를 자꾸 벽으로 떠밀었는데 거기에 커다란 못하나가 있었다. 엄마가 벽 쪽으로 밀어붙여질 때마다 엄마가 그 못에 찔릴까 무서워 엄청 울었었다고 한다. 동생은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불안하고 무섭고 엄마를 구할 수 없었던 감정의 경험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의 삶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의 술 마신 노인에게 전이감정을 일으키면서 분노를 터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이후 동생의 분노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경험이 해결되지 못한 채 무의식 깊숙한 곳에 억압되어 있는 감정이라 보았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강한 스트레스나 과거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만날 때 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이성적인 사고를 마비시키며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당황스러움과 수치감, 죄책감 등을 만나게도 하며 필자의 남동생처럼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초래하여 현재의 삶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예기치 못한 순간에 분노로, 깊은 슬픔으로, 억울함 등의 감정으로 올라와 우리의 지성과 이성을 마비시키고 관계의 단절, 죽음에 이르는 고통 등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다독여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만나고 이야기해보아야 한다. 과거의 어떤 경험이 우리를 참을 수없는 분노로 이끌고, 슬픔, 열등감으로 타오르게 하고 현재 삶을 방해하는지 찾아내야만 한다. 또한, 우리의 무의식 안에서 발견되길 바라며 끝없이 발 돋음 했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인정하고 만나야 한다. 힘들었던 경험과 감정이야기를 들어주며 있는 모습 그대로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아. 애썼어.” 토닥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보살핌의 경험은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에 새로운 의미부여와 긍정적인 관점의 변화를 일으키고 더불어 우리 자신을 즐겁고 창조적인 미래로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3ㄷ
-최광현(2019). 나는 내편이라 생각했는데. 서울:부키.
-John Bradshaw(2004).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Inner Child Therapy〕 오제은 (역). (주)학지사
새중앙상담센터 · 심리상담연구소행복나무
이미경 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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