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에서, 혹은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책 한 권이 때로는 즐거움과 작은 위로가 되고 생활의 활력소와 고민 해결사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작가는 “아무리 시간이 변해도 책의 힘은 영원하며 책은 영원한 인간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놀이터다”라고 말했지요. 매일 매일을 책 읽을 시간 없이 바쁘게 생활하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그런 책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바람을 담아 내일신문이 우리지역 중·고등학교 교사가 의미 깊게 만난 책을 엿보는 ‘선생님의 책꽂이’로 매월 찾아갑니다.
등장인물에 깊이 공감하며 ‘사회 구조와 개인’에 관심 기울이는 계기 돼
발산중학교 김지수(국어과) 교사가 소개하는 책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다. 최인훈의 <광장>이 김 교사에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독서 경험을 하게 한 책이기 때문이다. 학부 때 ‘현대 작가 연구’라는 수업을 들으며 성인인 된 이후 다시 접하게 된 최인훈의 <광장>은 그의 작품세계에 새롭게 다가가게 된 것은 물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 구조와 개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당시 국어국문학과 사회학을 같이 공부하고 있던 김 교사에게 그 계기는 사회 구조와 개인에 대한 관심을 다른 학문을 통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가슴 절절한 ‘사랑 그 자체’로 기억되는 소설
<광장>은 최인훈이 1960년에 발표한 그의 중편 소설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또한, 최인훈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을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정치 소설이라고 오인할 만큼 시대적 배경을 강렬하게 담은 작품이고 그래서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김 교사에게 <광장>은 한편으론 가슴 절절한 ‘사랑’을 담은 소설로 기억된다고 한다. 그에게 주인공 ‘이명준’이라는 인물이 경험하는 남과 북, 두 공간에서의 만남은 ‘사랑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고 지금도 대학생 시절 빈 강의실에서 소설 속 주인공의 비극적 사랑에 한숨지으며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한국전쟁과 남북분단, 남과 북의 정치적 사상대립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있어야 더욱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책을 읽기 전에 버린다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문학 평론가 김현 또한 그의 <광장> 초판 해설 중에서 그러한 사실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한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겸허한 목소리로 사랑의 위대성을 전해주고 있다. 젊은 사람이 할 만한 가장 좋은 것 중의 하나라고... 중략... 사랑이 없다면 풍문과 이데올로기만이 남는다. 단지 사랑만이 인간을 그 자체로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김현. 1976, <광장> 초판 해설 중)
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 읽으며 독서의 매력에 빠지는 경험하기
김 교사에게 <광장>이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소설 속 사회구조의 폭력과 억압에 자유를 잃고 고통을 겪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그 속의 개인에 대한 관심에 새로이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여러 학문을 통해 사회와 개인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찾아 읽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 공감하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해보려는 시간을 가졌기에 가능했다.
김 교사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학생들 또한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으며 그 작가와 그의 작품에 빠져보는, 그래서 마음속에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새기고 그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관심을 두게 되는 그런 독서 경험을 학생들이 하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는 마음이다.
“읽던 책 중에 마음에 들었던 글의 문체나 줄거리, 공감이 간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 생겼다면 그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더 찾아보길 권합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결하여 가능한 한 많이 찾아 읽어보는 경험은 독서에 대한 매력을 흠뻑 느끼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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