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음식점이 늘면서 피자와 파스타를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만들었다. 이런 익숙함 탓일까? 언제부터인가 이탈리안 음식점을 방문하게 되면 실내 인테리어에는 관심이 가지만 정작 음식 맛에는 별 기대감을 갖지 않게 되었다. 운중동에 위치한 ‘라보라토리오’도 마찬가지였다. 지인의 강력 추천에도 불구하고 별 기대감 없이 방문한 곳이었지만 식사를 마친 후에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맛의 여운으로 오랜만에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작지만 푸근한 동네 음식점
골목 끝에 위치한 라보라토리오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멋을 더한 동네 음식점이다. 대형 음식점의 분주함이 아니라 주인장이 직접 메뉴를 추천하고 음식을 요리해 내어주는 느긋함을 맛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이 비추는 나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오픈 키친에서 요리하느라 분주한 셰프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 자리가 없어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또 하나, 주문과 동시에 음식이 요리되기 때문에 심하게 배고픈 날에 찾는 것은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맛으로 마음을 사로잡아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고들 했던가? 첫 입에 전달되는 자극적인 맛보다는 담백하고 감칠맛 나지만 결코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맛의 깊이를 알게 된 요즘은 요리에 사용된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살린 음식들에 더 손이 간다. 이런 맛에 끌린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다섯 가지 버섯의 풍미와 트러플 향의 어우러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풍기 트러플’, 싱싱한 국산 홍가리비와 초리조 오일로 맛을 더해 기분 좋은 매콤함을 선사하는 ‘카페산테’, 담백한 수제 리코타 치즈와 토마토 소스의 예사롭지 않은 조합이 일품인 ‘알라 노르마’로 대표되는 파스타와 와인에 오래 익혀 깊은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만조 리조또’, 진한 라구소스와 어울리는 ‘클래식 라자냐’는 흔히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아니어서 더욱 좋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
단골들은 메뉴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을 한 번 맛보면 그 맛이 자꾸 생각나 다시 찾게 된다고들 한다. 그중에서도 호기심으로 주문하게 되는 ‘문어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맛에 대한 궁금증으로 실험삼아 주문한 메뉴지만 쫄깃한 문어와 바삭한 감자, 그리고 신선한 야채가 트러플 아이올리와 어우러진 맛에 끌려 금세 한 접시를 비우게 된다.
식사 전에 입맛을 돋워주는 ‘부르스케타’와 ‘아란치니’도 빼놓을 수 없다. 뽀모도로, 포르마지, 시칠리아, 프로슈토를 바게트에 올린 ‘부르스케타’는 다양한 이탈리아 맛으로 한껏 식욕을 돋워준다. 특히 동그란 ‘아란치니’는 한 입 베어물자 입 안 가득 퍼지는 치즈와 토마토 소스, 그리고 고기의 맛과 함께 느껴진다. 게다가 숨겨져 있던 리조또의 오독오독 씹히는 재미난 식감을 더한 반전 매력으로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충족시켜준다.
위치 분당구 운중로138번길 24-1
문의 031-709-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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