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내용 일상에서 실천하며 ‘더 나은 사람’ 되려 노력합니다”
언젠가부터 동네서점은 지하로 숨어들었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서점의 서가는 참고서와 문제집이 독식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책이 주는 영롱한 지혜와 찌릿한 감동이 좋아 지하 계단을 내려와 서점 문을 힘차게 여는 동네 사람이 있다. 월요일마다 책 한 권 가슴에 품고 지산문고에 들어서는 ‘월요북’ 회원들도 그들 중 하나다. 당연히 동네서점이 있어 그들도 존재한다.
월요일 11시, 지산문고 ‘드림룸’에서 만나는 자유독서 동아리
백마 학원가 중심에 자리 잡은 지산문고는 백마마을 터줏대감 책방이다. 학원가의 특성상 문제집과 참고서 각종 수험서가 서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장르의 신간과 스테디셀러가 짜임새 있게 정돈돼 있다. 특별히 추천하는 책에는 메모지에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주인장의 서평이 붙어있다. 책과 눈 맞추기를 하면서 서점 귀퉁이에 도달하면 그곳에 아늑한 모임방이 있다. 지산문고 ‘드림룸’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독서동아리가 진행된다. 이곳의 독서동아리 ‘월요북’은 올해 4월, 첫모임을 시작한 새내기 동아리다. 2주에 한 번, 5명의 회원이 자유롭게 선정한 책을 읽고 소감과 느낌을 탈형식, 자유발언 형태로 나눈다.
각자의 사연으로 책이 좋아 모여든 사람들
책을 좋아하지만 ‘월요북’회원이 되기까지의 사연은 모두 다르다. 그 사연만큼 각자의 책 취향 또한 제각각이다. ‘월요북’의 리더 황유림씨는 자칭 실용서, 자기계발서 마니아다. “이미지메이킹 강사로 활동 중이라 직업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용서 위주로 책을 읽었어요. 하지만 다른 장르의 책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의 독서 생활이 궁금해 바쁜 시간을 쪼개 독서모임에 발을 들이게 됐지요.” 이효주 회원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혼자 있자니 무료하고, 고립감마저 느꼈어요. 우연히 도서관에 붙은 독서동아리 포스터를 보고, 오전에 만나는 ‘월요북’이 좋겠다 싶어 함께하게 됐어요” 멀리 용인에서 달려오는 열혈회원도 있다. 차승민 회원은 “책 밴드에 올라온 독서동아리 공고를 보고 용기 내 참석하게 됐어요. 용인에서 독서모임을 했는데, 모임이 해체되어 새로운 모임을 찾던 중이었고, 책 장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순수 독서모임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지요”라고 각자의 스토리를 펼쳐냈다.
함께 읽으니 시야 깊고 넓어져
독서동아리를 통해 달라진 점을 물었다. 이효주 회원은 “에세이와 문학작품에만 한정됐던 제 독서리스트가 다양해졌어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접하다 보니 그동안 편협한 사고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실용서를 읽으며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부분은 따로 메모해 실생활에 적용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와 반대로 황효림 리더는 실용서 위주로 가볍게 읽던 독서습관이 바꿨다고 말한다. “한 줄 요약으로 끝나던 제 독서습관이 다른 회원들과 소통하며 심도 있게 읽고, 더 깊은 메시지를 찾게 되었어요.” 기독교 서적을 주로 읽었던 차승민 회원은 “함께 읽으니 제가 가보지 못한 책의 다양한 세상을 즐겁게 여행하는 것 같아요. 사는 곳이 다르고, 나이가 달라도 같은 생각과 비슷한 감동을 느낀다는 사실이 때때로 신기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월요북은 격주로 오전 11시에 지산문고 ‘드림룸’에서 진행된다. 선정도서 10% 할인과 서점용 커피가 제공된다.
문의 031-903-0462
<‘월요북’ 회원/ 강력 추천 도서>
황유림 리더(장항동)
저는 최재붕의 <포노사피엔스>를 추천합니다. 회원들 책 취향이 모두 달라서 제가 조심스럽게 추천한 책인데 모두 열독하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서 더욱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은 제가 강의에도 인용한 책인데 포노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신인류’ 뜻하며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수동적으로 대하는 대중에게 경고와 대안을 제시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때문에 자녀와 의견충돌이 잦은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효주 회원(일산동)
저는 미레유 갈리아노의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를 추천합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실용서로 프랑스 여자를 통해 ‘나이듦’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젊을 적에는 외면을 중요시하지만, 나이 들면서 나를 어떻게 가꾸냐에 따라 내적으로 얼마든지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머리맡에 놓아두고 계속 펼쳐보게 되는 책입니다.
차승민 회원(용인)
저는 말로모건의 <무탄트 메시지>를 추천합니다. 국내에 소개된 지 오래된 책인데 현대인을 향한 묵직한 메시지의 울림이 강력한 책입니다. 호주 원주민 ‘참사랑 부족’이 문명인 ‘무탄트’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5만 년을 살아오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영적으로 충만한 생을 살아온 호주 원주민의 지혜를 들을 수 있어요. 줄을 쳐가며 다시 곱씹어가며 읽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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