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프로포폴(propofol)은 오남용 사례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 때문인지, 일반인들에게는 수면마취제라기보다 마약류라는 인식이 더 지배적이다. ‘프로포폴 중독’, ‘프로포폴 사망’ 등 일부 극단적인 사례들이 주로 부각되다보니,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긍정적인 면마저 가려져버린 것이다. 어쩌다보니 나쁜 것으로 낙인찍힌 프로포폴, 정말 위험한 것일까? 마취과 전문의를 만나 프로포폴을 포함한 수면마취제 궁금증을 풀어봤다.
도움말 아이디병원 이혜진 원장(마취과 전문의) & 박상훈 대표원장(성형외과 전문의)
수면 마취 시 사용하는 수면마취제
미다졸람, 케타민, 프로포폴이 대표적
우리가 흔히 수면 마취라고 통칭하는 것은 정확한 의학적 명칭으로 ‘의식하 진정요법’이라고 부른다. 의식하 즉, 마취를 해도 의식은 깨어 있다는 의미로, 환자가 물리적 자극이나 언어에 의한 지시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마취과 전문의에 의하면,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수면마취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아이디병원 이혜진 원장(마취과 전문의)은 “미다졸람, 케타민, 프로포폴은 모두 수면마취제의 일종이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마취과 전문의가 판단한 후 사용한다”며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Tip 수면마취제의 종류 참조)
Tip 수면마취제의 종류
▶미다졸람
벤조디아제핀계열에 속하는 약물로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시켜 진정효과를 나타내는 약물이다.(※약학용어사전 참조)
“미다졸람은 진통작용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약한 대신 망각효과가 뛰어나다. 그래서 검사를 받을 때 통증을 느끼는 데도 검사를 받고 나면 통증을 기억하지 못한다. 심혈관계 억제 효과는 적은 편이나 혈압이 소폭 감소될 수 있고,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케타민
케타민은 정맥 또는 근육으로 투여되는 진통효과가 있는 전신마취제이다. 수술이나 검사 시 전신마취를 위해 사용되거나, 흡입마취 시 마취 유도제, 기타 마취제 사용 시 보조제로 사용된다.(※약학용어사전 참조)
“수면마취 시 성인에게는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과 병행할 경우 보다 우수한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호흡 억제가 적어 기도 유지에 용이하며 진통 작용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뇌혈류와 뇌압을 증가, 심박수와 혈압 상승, 환각, 망상, 악몽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프로포폴
프로포폴은 빠르게 단시간 동안 작용하는 정맥으로 투여되는 전신마취제이다. 수술이나 검사 시 마취를 위해 사용되거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된다.(※약학용어사전 참조)
“주로 수면 내시경이나 간단한 시술, 성형 수술의 마취제로 쓴다. 다른 마취제보다 마취 유도와 마취 회복이 빠르다. 약 성분은 정상 성인 기준, 간에서 대사돼 체내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오며 다른 마취제와 달리 오심, 구토를 일으키지 않아 환자도 의사도 부담 없이 흔히 사용하는 마취제다.”
마취과 전문의의 판단으로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 시 안전
그렇다면 여러 수면마취제 중에서도 유독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프로포폴은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정말 위험할까?
실제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병원에서는 몇몇 환자들이 ‘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프로포폴을 사용한다는데, 프로포폴을 맞으면 중독되거나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라며 사용을 거부하거나 대체 약물을 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마취과 전문의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혜진 원장은 “프로포폴이 문제가 되는 건 중독(오남용)과 호흡 억제로 인한 사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프로포폴은 마취 후 메스꺼움, 두통, 불쾌감 없이 충분한 숙면 후 느끼는 쾌적함, 개운함을 주기에 일부 환자에서 중독이 생기고 이는 오남용으로 이어진다. 다량 투여 시 호흡억제로 인한 무호흡, 곧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오남용 사례로 인한 위험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마취과 전문의의 감독아래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무분별한 오남용의 문제 때문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이 원장은 “프로포폴은 향정신성 의약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의 감독아래 필요한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 또한 나이, 체중, 병력을 고려해 환자 별 용량을 달리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수면 무호흡증이나 약물, 음식 알레르기 등 병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에게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마취과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이 제외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잘못된 오남용 사례 때문에, 프로포폴의 올바른 사용마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점은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콩 알레르기 있다면 프로포폴 주의
환자의 상태 고려한 올바른 사용 중요해
이혜진 원장은 ‘프로포폴’ 사용에 주의해야 하는 사람도 언급했다. 프로포폴은 대두유(콩기름), 정제란인지질(난황) 등이 함유된 약물이므로, 평소 콩이나 땅콩, 콩기름에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혜진 원장은 “일반적인 계란 알레르기 환자에게 프로포폴 투약은 가능하지만 계란 아나필락시스(후두부종, 호흡곤란, 저혈압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말함) 병력이 있는 경우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프로포폴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경우 가벼운 증상은 두드러기가 생겼다 호전되지만, 심하면 호흡곤란, 저혈압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수면 마취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을 덧붙였다.
수면 마취 전, 이것만은 꼭!
- 해당 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지
- 만일 상주하고 있지 않다면, 마취 중 누가 마취경과를 관찰을 하는지
- 응급상황 발생시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 자신에게 사용 예정인 마취제가 무엇인지
- 자신의 과거 병력에 비춰 해당 마취제가 적절한 것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
환자 개인의 상태 고려한 용량 조절 중요
프로포폴 민감도 사전검진 병원도 생겨나
이렇듯 의학적 목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고 환자의 위험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최근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환자의 위험과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프로포폴 사용 전 개인별 마취제 민감성에 대해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혈액 체취 검사를 통해 개인이 가진 유전자의 프로포폴 민감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디병원 박상훈 대표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프로포폴은 마취 깊이의 조절이 쉽고 마취로부터의 회복이 빨라 내시경, 성형외과 시술 및 수술에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마약류 품목으로 분류된 만큼 전문의를 통한 철저한 관리와 사용이 기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드시 마취과 전문의 상주 아래 프로포폴 사전 검진을 통해 환자의 유전자-프로포폴 민감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