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를 위해서만 그림책을 고르고 읽어주던 어른들이 이제는 ‘나’를 위한 그림책을 찾아 읽는다. 간결한 그림과 글에 담긴 이야기가 바쁜 일상 속 무뎌진 감성을 깨우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만 읽는 시시한 책이란 선입견을 거두고 그림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며 삶을 성찰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육아와 살림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
‘그림책에 길을 묻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된 강좌다. 주엽커뮤니티센터에서는 다양한 지원 사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같이 읽는 우리 그림’이나 ‘사람과 시간이 함께하는 음악 여행’ 강좌 등은 고양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그림책에 길을 묻다’는 특별히 엄마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진희 센터장은 “육아와 살림에 지친 엄마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나아가 그림책 모임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엄마들의 일상이나 독서 취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서가 즐거운 건 기본이고 그림책의 짧고 단순한 이야기에 담긴 직관적인 메시지를 해석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림책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하윤정 강사 역시 육아와 살림,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자 그림책 애독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엄마들이 그림책을 소재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지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 소재로 나만의 그림책 만들어
‘그림책에 길을 묻다’는 인문학 강좌와 나만의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그림책 인문학’ 강좌는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 책을 함께 읽는 동안 떠오른 질문 거리를 토대로 주제를 선정하고, 개인적인 감상이나 경험을 공유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본다. 가능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을 주로 선정하는데 하윤정 강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예를 들어 ‘소외와 차별’ 같은 주제는 일상적인 대화 소재로 부담스럽지만, 책으로 선정해 함께 읽으면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쉬워집니다.”
그림책 인문학 강좌와 연계해 진행하는 ‘손으로 만드는 내 그림책’은 한 달에 두 번 목요일에 열린다. 지난 6월부터 그림 도구를 탐색하고 체험하기를 시작으로 주제와 내용 정하기, 스토리 순서 정하고 섬네일 만들기, 페이지별로 스케치하기 과정을 거쳤다. 9월엔 본격적인 채색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하림 강사는 이번 강좌가 일상에 지친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음껏 표현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그는 “그림책 만들기는 혼자서 해내기엔 어렵지만 함께라면 가능하다”라며 “일정에 맞춰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 보면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방선희 강사는 “비록 더미북(가제본)이라고는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색다른 감동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전적 소설부터 가족 같은 애완견 이야기나 어린 시절 선생님이 주인공인 스토리까지, 엄마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길 더미북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림책에 길을 묻다’에서는 지난 6월부터 마음 들여다보기, 관계 맺기, 엄마의 정체성, 여성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9~10월엔 환경 문제, 전쟁, 삶의 가치와 목표 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강좌가 진행될 예정이다.
인터뷰
이은영 씨
그림책의 장점은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속에 뚜렷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죠. 다양한 시선을 가진 엄마들이 한 권의 그림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한 같은 엄마이자 여성의 입장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다 보면 온전히 내 마음을 꺼내놓고 다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답니다.
권연정 씨
그림책을 통해 어린 시절의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소환하게 됐어요. 그림책은 일기 보듯 편하게 읽을 수 있고, 어린 시절의 동심과 순수함을 되찾게 해주죠. 그림책이 어린이만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내려놓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그림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는 그림책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회도 놓치지 말고 누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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