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최고 기온이 체온보다 높은 36.8도를 웃도는 불볕더위를 알리는 첫 폭염경보가 시작됐다. 무더위를 잊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데는 시원한 곳을 찾아가 책을 펼쳐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여름을 꿈꾸며 이번 여름에 꼭 읽어보면 좋은 소설책들을 모아봤다.
강남서초내일신문 편집부
모빠상 괴기소설 광인?
지은이 기 드 모파상
옮긴이 한용택
펴낸 곳 장원
가격 6,000원
“이 폭풍우가 내 신경을 건드려서 그러는 거야.”(광인?)
“그들은 기이한 몽상으로 차있는 신비스러운 나라에 산다.”(에르메 부인)
인간 내면에 잠재된 기이함을 끌어내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리포터는 강의시간에 모파상의 소설을 자주 접했다. 물론 원서로 공부했지만 난해하기는 번역본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의 배경이나 인물들의 성격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달라 읽고 또 읽어도 모호하기만 했다. 몇 십 년이 흐른 지금, 우연히 모파상을 다시 만났다. 이 작품은 <여자의 일생><비계덩어리>로 유명한 모파상의 단편 괴기소설 모음집이다. 이 안에는 작가가 정신병 증세를 일으키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자살하기 직전까지 발표한 25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괴기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기이한 물체가 등장하거나 오싹오싹한 공포를 연출하는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광인?’ 역시 주인공 ‘쟈크 빠랑’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기이함을 자극적으로 끌어낼 뿐이다. 비현실적이 아닌 개연성이 충분한 소재들이어서 공감이 간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과 닮아있어 더욱 그렇다. 단, 이 책은 출간된 지 오래되어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 가야만 찾을 수 있다. 냉방이 잘 된 도서관에서 괴기소설을 읽는다? 올여름 최고의 피서가 될 것이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지은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옮긴이 우석균
펴낸 곳 민음사
가격 8,000원
“칠레에서는 모두가 시인이야. 계속 우체부를 하는 게 더 독창적이라고”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시인이 된 우체부의 낭만적이고 획기적인 인생이야기
평범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17세 청년 마리오는 우연한 계기로 우체국 창에 붙어있는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우체국에 취직한다. 우체국에 들어가 세계적인 칠레의 시인 네루다의 우편물을 전담하는 우체부가 된 마리오는 이 일로 인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중에서도 마리오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새로운 시각과 마음으로 대하면서 시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체부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로부터 한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비교하면서 말하는 시적 방법인 메타포에 대해 알게 되는 순수한 문학청년으로 거듭나고 나중에는 칠레의 정치인이기도 했던 네루다의 이념과 성향까지 닮게 된다. 그런 그가 네루다를 위해 바닷가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등을 녹음하는 성실한 모습이 좋았고 첫눈에 반한 사랑을 열정적으로 쟁취하는 과정들이 재미있다.
박혜영 리포터 phye022@naver.com
편지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펴낸 곳 알에이치코리아
가격 14,800원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형,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편지>는 2006년에 일본에서 출간되어 한 달 만에 13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국내에서는 2010년에 출간돼 올해 10년 만에 리버커 에디션으로 재출간됐다.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인기가 대단했던 이 작품은 작가의 이전 추리소설과는 달리 살인사건의 범인을 파헤치는 과정이나 결과가 아닌 살인자 형을 둔 동생 나오키가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게 되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인을 저지른 형 츠요시가 죄 값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범죄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동생 나오키가 단지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 편견과 차별을 받는 것이 마땅한 것일까? 내 이웃이 범죄자의 가족이라면 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게 될까? 사건이나 범죄를 뉴스로 접하며 감정에 치우친 판단과 욕설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쉬운 요즘 우리들에게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이면의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짚어준다.
조진영 리포터 cjyoung25@naver.com
리틀 드러머 걸
지은이 존 르 카렐
펴낸 곳 알에이치코리아
가격 16,800원
“두 사람 사이에 빛의 막이 있었다. 막이라기보다는 빛으로 만든 격벽이었다. 거기에 눈물이 더해져,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도 그가 신기루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 그녀의 관심은 요제프에게 다가가 그를 만지고 확인해보는 것뿐이다. 조명이 올라갔다. 그래, 요제프가 맞아!”
진실과 허구, 사랑과 애증을 오가는 이중스파이 소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사태를 배경으로 하는 이중스파이 소설이다. 독일 이스라엘 고위직의 집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조직을 밝혀내기 위해 1급 정보요원을 파견한다. 작전에 필요한 스파이로 영국 여배우 찰리를 지목하고,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정보요원 가디가 요제프라는 가명으로 찰리에게 다가간다. 찰리는 진심으로 요제프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하는 감정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스파이 역할을 맡는다. 스파이로써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조직에서도 신임을 받고 결국 찰리는 이중스파이 역할까지 하게 된다.
이중스파이라는 소재에 끌려 추리극이 펼쳐질 것을 기대했지만, 읽는 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비극을 겪는 사람들의 운명에 가슴 아팠다. 그리고 진짜 자신의 감정을 돌이켜볼 여지도 없이 비틀린 사랑에 휩쓸려 스파이 역할을 맡게 된 찰리와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담보로 조국을 지켜야 했던 가디. 그들의 아픈 사랑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불씨 1, 2
지은이 도몬 후유지
펴낸 곳 굿인포메이션
가격 1, 2권 각각 14,800원
“남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할 때에는 우선 부탁하는 사람부터 직접 해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해보이고 말하고, 들려주고 시킨다’라는 말도 있다. 나도 그 식으로 해보겠다.”
한 지도자의 정의와 신념이 가득한 개혁실천보고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따라 우리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중에 일본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니 주저함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런 때일수록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인들은 어떤 가치관을 존중하고 어떤 통치자에 열광할까?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된 <불씨>(1, 2권)는 그들의 정치와 경제관을 예리하게 엿볼 수 있는 한 지도자의 실화소설이다. 이 책은 약 250년 전 일본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무기력하고 암울했던 봉건사회(당시 일본은 260개의 번으로 구성된 막번체제)에서 성공적으로 개혁을 추진했던 한 통치자의 이야기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일본인이라고 꼽은 바 있는 이 책의 주인공 우에스기 요잔은 정의와 신념, 솔선수범으로 개혁의 불씨를 지펴 세상에 밝은 빛을 비추었다.
“백성을 위해서 존재하는 번주이어야하고, 번주를 위해서 백성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수 세기가 지났어도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인간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요잔의 개혁 신념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봉제인형 살인사건
지은이 다니엘 콜
옮긴이 유혜인
펴낸 곳 북플라자
가격 15,000원
“울프는 여섯 명의 희생자 중에서 범인이 칼리드를 먼저 죽이고 (중략)나머지 다섯 명 중 누굴 먼저 죽였을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먼저 죽인 사람이 있다면, 왜 먼저 죽였지?”
여섯 명의 살인 예고, 추리 본능 깨워볼까?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추리소설 한 권을 꺼내들었다. ‘여섯 명의 희생자, 하나로 꿰매진 몸통’이라는 심장 쫄깃해지는 문구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전 세계 32개국 번역 출간, 영국 TV 드라마 제작 확정 등 몇 가지가 구미를 당겼기 때문이다.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제목처럼 여섯 명의 희생자가 봉제인형처럼 서로 다른 신체가 하나로 꿰매진 사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또다른 여섯 명의 살인 예고와 함께 살인이 이어지는 줄거리다. 첫 번째 살인 예고자인 시장에 이어 회계사, 기자, 백화점 보안요원(알코올 중독자), 웨이트리스 또는 9세 어린이, 그리고 범인을 쫓는 형사 울프가 살인 예고를 받은 사람들이다.
‘왜 죽였을까, 누가 죽였을까’ 두 가지 호기심으로 읽는 재미가 있지만, 중간 중간 지루함이 밀려온다. 영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번역판이라는 한계 때문일까? 혹은 범죄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기대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거나 쫄깃한 스토리 설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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