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축복 속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면서도 주부의 마음 한켠에는 공허감이 깃든다. 활기차게 사회 생활하던 나는 어디 가고 ‘누구 엄마’라는 타이틀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으로 갈아탈 무렵 엄마들은 가시 방석에 앉은 듯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아이를 등교시킨 뒤 홀로 남은 주부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제3의 인생을 헤쳐 나갈 대안을 찾는다. 우리 주변에는 비록 20~30대 때의 빛나는 직업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전공과 재능을 살려 제2의 직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경력단절이라는 허들을 넘어 재취업에 성공해 엄마로서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두 몫을 해나가는 워킹맘을 소개한다.
1. 재취업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평소 제 마음 속에는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맞게 저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보다는 엄마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여러가지 공부를 해왔어요. 아이가 중3 때 저도 방송통신대학 일어일문학과에 입학해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저도 같이 대학을 졸업했어요. 이외에도 꽃꽂이 사범자격증 등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취미삼아 여러 공예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2. 가죽공예 지도사를 선택한 이유는?
저는 젊은 시절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어요. 특히 동양화를 좋아했는데 전통적 동양화가 아닌 퓨전식으로 응용해서 창작하는 작업을 선호했어요. 결혼 후 호수예술제에서 입상한 적도 있어요. 가죽공예를 시작하게 된 것은 공예를 하는 동안에는 잡념을 떨치고 집중력 있게 작업할 수 있고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였어요. 특히 가죽공예 작업을 하면서 평생 직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3. 가죽공예 지도사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가죽공예는 처음에는 쉽고 간단하게 배울 수 있지만 중고급 과정으로 갈수록 유행에 맞게 새롭게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고, 공방마다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어서 저는 여러 공방을 찾아다니며 꾸준히 실력을 쌓았어요. 그러던 차에 고양시에서 가죽으로 창업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열어 제가 1기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가죽공방을 창업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경영적 측면에 대해 배웠는데, 1기를 수료한 후 2기 때부터 강사로 가죽공예에 대해 가르치게 됐어요.
4. 가죽공예 지도사로 창업하게 된 과정은?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작업을 하다보니 점점 가죽공예의 매력을 느끼면서 멋진 물건을 만들었을 때 뿌듯함이 컸습니다. 또 여러 사람들이 제가 만든 가방을 좋아해주고 곳곳에서 강의 문의도 들어와 중학교 학생들의 진로탐색 수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는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현재 공방을 운영한지 2년쯤 됐는데, 주문제작을 하거나 개인레슨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주엽동에 ‘가죽공방 레더 정’을 오픈했어요. 21개 중학교 진로전담 교사들이 저희 공방에서 가죽공예 연수를 받았고 학생들의 진로체험수업으로 연계돼 방과후수업도 하고 있어요.
5. 가죽공예 지도사의 진로는?
가죽공예 지도사는 학교 방과후수업과 진로체험수업, 문화센터 강의, 기업출강, 취업과 창업, 주문제작 등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어요. 특히 요즘은 기업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가죽공예 워크숍을 열고 있고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를 통해 타 지역에서도 강의나 주문제작 문의가 들어옵니다. 얼마 전에는 인스타그램에 일본어와 영어로 가죽공예 키워드를 입력했더니 영어권과 일어권에서도 문의가 와서 매우 놀랐습니다. 특히 일본은 가죽공예가 발달돼 있어 판매 영역을 해외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 어떤 사람에게 가죽공예 지도사를 추천하면 좋을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고 꼼꼼한 성격이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 반복학습이 중요하니 열정을 갖고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죽공예는 창의적인 면이 중요해서 새롭게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합할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고학력 주부들이 많고 일상에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죽 작품을 만들다 보면 3~4시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집중력 있게 작업하게 되고 원하는 성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가죽공예는 성취감과 힐링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7.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조언은?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열정이 투자되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생각해서 빨리 성과를 얻으려 하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해서 자기만의 색깔을 채워나간다면, 평생 활용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50대를 바라보고 있다면 갱년기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을 위한 투자로써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아이들의 성장단계에 발맞춰 계속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에서 갱년기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단, 시작을 했다면 끝을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정은 리포터 hoanhoan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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