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누리 도서관 갤러리 ‘빛뜰’ 개인전 개최, 저동중학교 김성로 교장]

“제 그림과 시 통해 ‘내 안의 우주’ 발견했으면 합니다”

지역내일 2019-06-06 (수정 2019-06-06 오전 11:46:48)

지난 5월 아람누리 도서관 지하 1층 갤러리 ‘빛뜰’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꽃과 새, 강아지 그리고 그것을 품에 안은 사람을 밝고 선명하게 담아낸 화폭의 주인공은 김성로 저동중학교 교장이다. 40년간 교육자와 화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 20회가 넘는 전시회를 가졌다. 세월은 김 교장의 머리에 하얀 서리로 내려앉았지만, 그의 그림은 시간을 거슬러 한층 젊고 강렬해지고 있다. 그를 만나 그림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교육철학을 들어보았다.



그림 그리고 시 쓰는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뻔하고 재미없잖아요. 저는 대형 스크린에 제 그림을 띄우고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자작시를 낭송합니다. 지루한 훈화 듣는 것보다 짧고 함축적인 시가 아이들에게 쉽고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저동중학교 김성로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그림 그리고 시 쓰는’ 교장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5월 19일까지 열린 ‘빛뜰’ 갤러리 개인전에는 그림마다 그의 시가 자그맣게 붙어있다. 그가 그림과 시를 통해 일관되게 강조하는 메시지는 ‘존재만으로 빛나고 소중한 존재 가치’다. 내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으면 어떠한 고난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 믿음과 가치를 그림과 시어에 담았다. “‘이 작품은 무얼 표현했냐’는 질문에 말로 표현하기에는 한계를 느껴 시를 써서 표현하게 됐지요. 그렇게 쓴 자작시가 수백 편에 이릅니다.” 그림만큼 큰 울림을 선사한 자작시는 이번에 그림과 짝을 이뤄 아름다운 시화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학생을 독립된 인격체로 섬기는 교육철학

 김 교장은 미술과목 담당 교사시절, 학생 하나하나를 독립된 존재로 대우하려 노력했다. 그림 그리는 스킬을 익히는 것이 미술이 아니기 때문에 창의성, 개성, 독자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도왔다. “생각이 모두 다른 학생에게 ‘시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획일적으로 가르치는 교육방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죠. 꽃이나 나무를 얼마나 잘 그렸냐가 아니라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꽃과 나무를 얼마나 나답게 표현했느냐를 강조했지요. 그러다 보니 제 미술시간은 당연히 신날 수밖에 없지요.” 김 교장은 ‘학생 개개인은 그 자체로서 독립된 소중한 존재이며 누구의 예속물도 아니다’라는 일관된 교육철학을 펼쳐왔다. 또한 우월한 입장에서 학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우주를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작품으로 소통하는 것 ‘내 평생의 일’

 갤러리 ‘빛뜰’ 전시의 주제는 ‘살며 사랑하며’로, 김 교장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양각색이지만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어렵고, 여유 있고 따뜻한 마음가짐을 가지면 한없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내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바라고, 스스로 사랑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김 교장의 작품은 교육현장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상처와 아픔을 작품 속에 녹여낸 것이 많다. 가령 ‘풀꽃’이라는 시와 그림은 따돌림 당하는 학생의 외로움과 아픔을 담고 위로한다. 가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상처받은 교사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조용히 자작시를 읽어주며 용기를 북돋는다. 김성로 교장은 작품 활동을 할수록 이것이 내 평생의 과업이고, 알 수 없는 사명감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글도 쓰고, 책도 출간하고 개인 작업에 몰두할 생각에 마냥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혜영 리포터 besyc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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